나귀 뒷다리 하나로 웃겼다…유홍준이 본 '대기만성' 겸재 정선
박물관 극장 용서 특별 강연…'겸재 정선의 삶과 예술'
당대 조선 주체적 인식 커지는 분위기 속 장르 개척
기본에 충실하며 조선적인 것 담아내는 세계 갖춰가
![[서울=뉴시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겸재 정선의 삶과 예술에 대해 특별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2026.03.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3/10/NISI20260310_0002080510_web.jpg?rnd=20260310174658)
[서울=뉴시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겸재 정선의 삶과 예술에 대해 특별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2026.03.1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한이재 기자 = "예술에서 유머를 했다는 건 장악했다는 거죠. 대가(大家)만이 가지는 특권입니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겸재 정선의 '옹천'을 가리키며 한 말이다. 금강산에 독벼랑이라 부르는 절벽을 그린 '옹천' 속에는 나귀 엉덩이와 꼬리가 그려져 있다. 유 관장은 정선이 나귀를 통해 그려지지 않은 사람을 상상하게 해, '사람 가는 분위기'를 그려야 하는 산수화를 '유머'로 승화한 부분을 이같이 짚었다.
10일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진행된 특별 강연 '겸재 정선의 삶과 예술'을 통해 유 관장은 정선을 대기만성(大器晩成)형 대가라고 평했다.
신화를 담아낸 벽화 중심의 서양화와 달리 감상화에서 출발한 동양화는 발전을 거듭해 산수화를 중심으로 그려왔다. 당시 조선 화가들도 이 흐름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그래서 중국 땅 대신 우리 땅에 집중한 정선은 동양회화사에서 높은 위상을 지닌다.
"정선 이전에도 우리나라를 그린 산수화에 대한 기록은 있지만, 하나의 장르로 만든 건 분명하게 정선입니다."
![[서울=뉴시스] 정선이 36살에 그린 '금강내산총도'. 23년 후 정선이 그리는 '금강전도'와 비교하면 비교적 정직하게 대상을 그리는 모습이 보인다.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2026.03.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3/10/NISI20260310_0002080513_web.jpg?rnd=20260310175023)
[서울=뉴시스] 정선이 36살에 그린 '금강내산총도'. 23년 후 정선이 그리는 '금강전도'와 비교하면 비교적 정직하게 대상을 그리는 모습이 보인다.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2026.03.1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다만 정선 혼자만의 힘으로 구축한 건 아니다. 실학 등 주체적 인식이 커지는 분위기와 동료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정선 역시 시작은 당시 다른 이들과 비슷했다. "36살 때 그린 그림을 보면 있는 그대로는 아니라도 형상을 되도록 정직하게 그리려고 했습니다."
정선은 노년에 이를수록 선과 묵의 농도 등으로만 자연을 그리는 단계에 이른다. 유 관장이 이날 강연은 그 변화를 좇았다. 정선은 교본(화보)을 따라 그리며 기본을 충실히 익혔다. 40대 중년에 이르러 '조선적인 것'을 넣은 정선의 세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하양현감 등 관직생활을 시작한 정선은 친구들 부탁으로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없어졌지만 봉서정이라 하는 남한강 변의 멋진 정자 이런 진경산수를 포착하는 걸 하게 됐습니다. 산천의 아름다움을 보면 사색하는 게 이때부터 틀이 잡힌 거죠."
당대 정선의 관직 진출에 대해 불만을 가진 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관아재 조영석은 그런 게 싫어서 붓을 꺾어 버렸는데 정선은 비록 환쟁이라 불릴지라도 마음으로 계속해서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 용기는 그림에서 드러납니다."
![[서울=뉴시스] 겸재 정선의 '박연폭포'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2026.02.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2/27/NISI20260227_0002072596_web.jpg?rnd=20260227171844)
[서울=뉴시스] 겸재 정선의 '박연폭포'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2026.02.2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정선은 당시 기준으로 노년인 60대에 진정한 그림 세계에 진입한다. "생략할 건 다 생략하고 필요한 것만 남기는 거죠." 유 관장은 정선의 그림이 이때부터 좋아졌다고 했다. 마침내 70~80대 정선은 최고 역량을 꽃피운다.
"자연 입장에서는 틀렸지만 그림 입장에서는 맞았다는 말이 인상파 특징인데 정선의 그림이야말로 그렇습니다."
정선은 생략하고 과장하면서도 현실을 담아내는 경지에 이르렀다. "최고 경지에 이르면 다 보여주는 게 아니고 약간 그 맛을 덜어 냅니다." 유 관장은 정선의 회화적 완성도 정점으로 '박연폭포'를 꼽았다. 폭포는 길게 늘어졌고, 시점은 올려다보기도 내려다보기도 한다.
"작가로서 대기만성하며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한편, 진경산수를 일으키면서 동양화가 가질 수 있는 관념적, 서정적 특징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걸 만들었습니다."
유 관장은 정선에 대해 열정을 다해 설명했다. 그 속에는 노년의 겸재와 같이 '유머'가 있었다. 800명 인원이 꽉찬 강연장에서 웃웃음소가 끊이지 않았다.
![[서울=뉴시스] 유홍준 관장이 10일 오후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특별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2026.03.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3/10/NISI20260310_0002080518_web.jpg?rnd=20260310175923)
[서울=뉴시스] 유홍준 관장이 10일 오후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특별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2026.03.1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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