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나영 "계속 희망을 갖고 불나방처럼 던져야죠"
드라마 '아너'서 성범죄에 맞선 변호사 윤라영
3년 만에 복귀작…"접근도 표현도 조심스러워"
"여배우 3인이 이끈 작품…정은채·이청아와 잘 맞아"
"연기는 어려운 숙제…긴장감 있어야 성장해"
![[서울=뉴시스]배우 이나영(사진=이든나인 제공) 2026.03.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3/15/NISI20260315_0002083916_web.jpg?rnd=20260315034157)
[서울=뉴시스]배우 이나영(사진=이든나인 제공) 2026.03.15.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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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강주희 기자 = 이나영(47)은 다작과 거리가 멀지만,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작품을 확실하게 알아보는 배우다. 3년의 공백을 깨고 복귀작으로 택한 ENA 월화드라마 '아너: 그녀들의 법정'(이하 아너')도 그중 하나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이나영은 아직 드라마의 여운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모습이었다. "촬영이 끝난 지 한 달이 넘었는데 그때 감정이 올라와 계속 울고 있어요. 마지막 날 현장에서 느꼈던 한기가 아직 몸에 있는 느낌이에요.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걸 지켜보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공감해서 그런 것 같아요."
동명의 스웨덴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아너'는 20년 지기 친구인 세 명의 여성 변호사가 거대한 성범죄 카르텔을 파헤치는 미스터리 추적극이다. 매회 반전을 거듭하는 서사와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로 웰메이드 장르물이라는 호평을 얻으며, 지난 10일 시청률 4.7%(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종영했다.
극 중 이나영은 성범죄 피해자를 대변하는 변호사 윤라영을 맡았다. 뛰어난 언변과 미모를 갖춘 셀럽 변호사지만, 과거 성폭력 피해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인물이다. "상처를 감추면서 연기하는 것이 복잡다단하더라고요. 그래서 접근도 표현 방식도 조심스러웠어요. 감정을 단면적으로 내던지지 않으려 톤을 잡았고, 전체 흐름에 대한 감정들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서울=뉴시스]ENA 월화드라마 '아너: 그녀들의 법정' (사진=ENA 제공) 2026.03.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3/15/NISI20260315_0002083918_web.jpg?rnd=20260315034255)
[서울=뉴시스]ENA 월화드라마 '아너: 그녀들의 법정' (사진=ENA 제공) 2026.03.1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윤라영은 자신의 상처를 마주해야 하는 고통 속에서도,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생기지 않기를 바라며 목소리를 낸다. 그렇기에 때로는 정당하지 않은 방법도 거리낌 없이 택한다. "어떻게 보면 윤라영은 뭔가 정의로운 인물만은 아니죠. 상처와 죄책감을 계속 갖고 있는 복잡한 인물이라서 더 인간적이었던 것 같아요. 라영이가 죽고 싶다는 피해자에게 버럭 화를 내며 '네가 왜 죽어. 그런 마음으로 살란 말이야'라고 하는 것도 사실 자신한테 하는 말이잖아요."
'아너'는 이나영, 정은채, 이청아 등 여성 배우 3명을 주연으로 내세워 주목받았다. 이들이 연기한 윤라영, 강신재, 황현희는 각자의 결핍이 분명하나 연대라는 이름으로 손을 맞잡는다. "조금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여성 3명이 이끌어 갈 때 얼마나 따라와주실까, 공감을 많이 해주실까 하는 걱정이 많았어요. 그런데 잘 이해해 주실 것 같아 감사해요. 현장의 분위기나 저희의 마음이 오롯이 전달된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두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을까. 이나영은 "다들 낯을 가리는 편이라 첫 리딩하고 만날 때는 어색하고 조심스러웠다"며 "장난을 잘 치는 편인데 괜히 오해를 살까 봐 자제했다"고 말했다. "감독님이 분위기를 잘 이끌어 주셨는데, 나중에 보니 셋 다 성격이 비슷하더라고요. 극에서는 멋있는 여성들처럼 나왔지만, 실제로 대화하는 걸 보면 허당들이에요. 만나면 '어디 아프다', '얼마나 추웠다. 더웠다', '뭐 먹었다' 등 소소한 얘기를 나눴어요."
![[서울=뉴시스]배우 이나영(사진=이든나인 제공) 2026.03.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3/15/NISI20260315_0002083919_web.jpg?rnd=20260315034324)
[서울=뉴시스]배우 이나영(사진=이든나인 제공) 2026.03.15.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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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회에서 윤라영은 "나는 결국 살아남았다. 그리고 이제는 내 목소리를 듣고 있는 당신 또한 진심으로 계속해서 살아가길 바란다"라는 내레이션으로 깊은 울림을 전한다. 살아남는 모든 피해자와 그들을 응원하는 이들의 연대는 무너지지도, 꺾이지도 않을 것이라는 선언이다. 이나영은 이 메시지가 마음에 와닿아서 녹음할 때 눈물을 참기 힘들었다고 했다.
"저도 위로를 잘 못하거든요. 이게 진짜 위로일까, 이 말은 너무 형식적일까. 상황마다 다르겠지만 그런 고민들을 굉장히 많이 해요. 그런데 이 드라마는 어떤 걸 강요하지 않아 좋았어요. 억지로 상처를 덮어두려고 하는 게 아니라 지나가기를, 다시 용기 있게 살아가기를 옆에서 기다려주고 들어주는 느낌이라 더 마음이 짠했어요. 죽기 전까지 살아가면서 크든 작든 상처를 받게 될 텐데 그럴 때 우리가 취해야 하는 태도가 아닐까 싶어요."
이나영은 어느덧 데뷔 28년 차다. 결혼과 출산으로 적지 않은 공백을 겪었고, 연기는 여전히 숙제다. 그는 "'아너'를 하면서 가지치기를 한 느낌"이라며 "그동안 생소했거나 어려웠던 부분을 표현해 보니 해볼만 하다라는 것을 더 많이 알게 됐다"고 돌아봤다. "연기는 죽을 때까지 어렵겠지만 미묘한 긴장감이 있어야 계속 성장하는 것 같아요. 어떨 때는 빠르고 어떨 때는 느리겠지만 그냥 한발 한발 가는 것 같아요. 계속 희망을 갖고 불나방처럼 저를 던져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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