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1·2인실 중심 산부인과에 7억 환수…"현실 모르나" 반발

등록 2026.05.26 18:04:07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1·2인실 중심 병상 운영은 감염관리·산모 보호 위한 선택

과도한 환수·행정처분 남발은 분만 인프라 붕괴로 이어져"

[서울=뉴시스] 서울특별시의사협회 회관 전경. (사진= 서울특별시의사협회 제공)

[서울=뉴시스] 서울특별시의사협회 회관 전경. (사진= 서울특별시의사협회 제공)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분만 산부인과가 1·2인실 중심으로 병상을 운영했다는 이유로 7억원대 환수 처분을 내린 데 대해 법원이 정당하다고 판결하자 의료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사법부가 의료 현장의 현실과 특수성을 외면한 채 수십 년 전 만들어진 획일적인 병상 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해 거액의 환수 처분을 정당화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특별시의사회는 26일 성명을 통해 "이번 판결은 단순한 개별 사건이 아니라, 대한민국 필수의료 정책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으며, 현장의 희생만 강요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며 깊은 유감과 강한 분노를 표한다고 밝혔다.

의사회는 "이번 사건의 본질은 단순한 행정 기준 위반 문제가 아니다"며 "감염 예방, 산모의 프라이버시 보호, 신생아 안전관리라는 분만 의료의 특수성을 고려해 대부분의 산모들이 실제로 선호하는 1·2인실 중심 병상 운영을 해왔다는 점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분만의료기관은 산모들에게 충분한 설명 아래 상급병실을 제공했고, 실제로 산모들 역시 감염관리와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이를 자발적으로 선택해 왔다"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감염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 상황에서 다인병실 중심 운영을 강제하는 낡은 규정을 그대로 적용한 것은 시대착오적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의사회는 정부가 이미 스스로 제도의 불합리성을 인정했다는 지적도 내놨다.

의사회는 "보건복지부는 의료계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를 받아들여 2024년부터 분만병원의 일반병상 의무비율을 기존 50%에서 20%로 완화했다"며 "이는 기존 기준이 실제 분만 의료현장의 현실과 맞지 않았음을 정부가 사실상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과거 기준을 근거로 수억원대 환수와 업무정지 처분까지 강행하는 것은 결국 분만의료기관을 행정적으로 압박하고 필수의료 현장에서 퇴출시키는 결과만 초래한다는 게 의사회의 지적이다.
 
또 의사회는 "현재 대한민국 분만 인프라는 이미 붕괴 직전에 서 있다"며 "2003년 1371곳이던 분만기관은 2025년 400곳 수준으로 급감했으며, 전국 시군구의 40%는 분만실이 단 한 곳도 없는 분만 제로 지역으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수가, 의료분쟁 위험, 과도한 규제, 인력난 속에서도 분만 현장을 지켜온 의료진들에게 돌아온 것이 거액 환수와 행정처벌이라면, 앞으로 어느 의사가 분만 현장을 지키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의사회는 ▲분만의료의 특수성과 감염관리 현실을 외면한 정부와 사법부의 기계적 규제 적용 즉시 중단 ▲보건복지부와 건보공단의 과도한 환수·행정처분 남발 중단 ▲분만병원의 현실을 반영한 병상 운영 기준과 수가체계 전면 재정비 ▲국가 필수의료인 분만 인프라 유지를 위한 분만기관 지원 확대와 규제 완화 등을 촉구했다.
 
의사회는 "지금 대한민국 분만실은 완전히 사라지고 있다"며 "현장을 지키는 의료진을 범죄자처럼 몰아세우는 정책과 판결이 계속된다면, 결국 가장 큰 피해자는 아이를 낳으려는 국민과 미래세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