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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연상호와 좀비라는 공포

등록 2026.05.29 05: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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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 좀비영화 '군체'로 복귀해

'부산행'(2016) 이어 두 번째 좀비영화

"좀비는 사회에 잠재된 공포에 가깝죠"

"집단성 아래 무력해지는 개별성 얘기"

[인터뷰]연상호와 좀비라는 공포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영화 '군체'는 연상호(48) 감독이 내놓는 두 번째 실사 좀비영화다. 연 감독은 2016년 실사영화 데뷔작 '부산행'으로 1157만명을 끌어모았다. 그렇게 '부산행'은 이른바 한국형 좀비물의 시초가 됐다. '군체' 주연을 맡은 배우 전지현은 연 감독을 '좀버지'로 불렀다. 한국 좀비의 아버지란 얘기였다. 다소 장난스러운 작명이나 사실이다. 국내 관객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한국 좀비라고 하면 곧바로 '부산행'과 연 감독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이런 연 감독이 다시 한 번 좀비물을 내놨다고 하니 관객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것 같다. '군체'는 지난 21일 개봉 이후 일주일 간 237만명을 불러 모으며 흥행 중이다. 이 추세라면 무난히 300만명을 넘어 400만 관객 고지를 밟을 거로 예상된다. 지난 26일 연 감독을 만나 '왜 다시 좀비물을 만들었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군체'와 '부산행'은 전혀 다른 영화라고 했다. '군체'는 두 번째 좀비영화가 아니라 새로운 좀비영화란 얘기였다.

"'부산행'은 재난 속에서 딸을 구하려는 아버지의 이야기죠. 어떻게 보면 좀비를 소재로한 전형적인 재난영화에 가까웠습니다. 그러나 '군체'를 재난영화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좀비로 형상화한 우리 사회 공포에 관한 우화에 가까우니까요. 굳이 제 전작과 연결시켜야 한다면 '지옥' 시리즈를 얘기하고 싶어요. '군체'는 '지옥'의 액션판이랄까요."

연 감독은 '지옥'을 만들고 나서 그 작품에서 다 풀지 못한 게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내 그게 찝찝했다고 했다. 그 주제의식이 바로 집단성이었다. AI로 상징되는 집단지식 혹은 보편적 사고가 인간 특유의 개별성을 자꾸만 사회 바깥으로 내몰고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걸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판단했다. "당대성을 담으려고 한 거죠."

'군체'는 한 빌딩 안에서 감염 사태가 발생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봉쇄된 건물 내에서 생존자들은 필사적으로 감염자에 맞선다. 주인공인 생명공학자 '권세정'(전지현)은 감염자들의 집단행동패턴을 추측·분석하며 탈출을 도모한다. 그러다가 이 재난 상황을 발생시킨 '서영철'(구교환)을 마주하게 된다.

"무력해지고 있는 개별성에 관한 얘기를 '지옥'에서는 다소 철학적인 대화로 풀어냈다면 '군체'는 아주 직관적으로, 액션으로 풀어낸 겁니다. 좀비라는 소재는, 조지 로메로가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1968)을 만들었을 때부터 사회의 잠재적 공포의 메타포였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같은 좀비물이라고 해도 좀비 안에 어떤 공포를 심어넣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영화가 되는 거죠. 이런 확장성 덕분에 좀비물이 계속 사랑 받을 수 있는 거고요."
[인터뷰]연상호와 좀비라는 공포


'군체'는 전체와 개별이라는 아이디어를 명확한 구도로 풀어낸다. 서영철이 감염자들과 뇌를 공유하는 완벽한 소통으로 집단성의 화신이 돼 전 인류를 감염시키려 하는 반면 권세정은 불완전한 소통이라고 할지라도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진 생존자들과 끊임없이 대화하며 최선의 선택을 이끌어내려 한다. 건물 밖에서도 이 구도는 유지된다. 권세정을 돕는 '공설희'(신현빈) 역시 권세정과 다르지 않은 인물. 그 역시 시스템이 내린 결정에 반기를 들며 감염 확산을 막으려 한다.

연 감독은 권세정과 공설희를 일종의 돌연변이로 규정하며 어쩌면 이들 같은 돌연변이 덕에 집단이 계속 생존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군집 형태 생물에 관해 공부하다보니 이들의 취약점을 알게 됐어요. 집단에 약점이 하나 발견되면 다같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죠. 그래서 이들은 항상 변이체, 그러니까 돌연변이를 만들어낸다고 하더라고요. 이때 이 소수가 너무 중요한 거죠. 집단지성 혹은 보편적 사고의 오류를 바로잡아 주니까요."

연 감독은 그래서 '군체'를 외톨이 찬가라고 규정했다. "외톨이라도 괜찮다, 이거죠." 연 감독 말대로 감염 사태에서 맞서는 권세정이 바로 그 외톨이다.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으나 집단에 쉬이 섞이지 못하는 강골, 불합리와 부정의를 참지 못하는 대쪽 같은 성미로 그는 학계에서 비주류 중 비주류로 평가 받는다. 이 얘기를 하며 연 감독은 자연스럽게 일본 애니메이션을 언급했다.

"'기동전사 건담'이나 '에반게리온'을 보면 영웅적인 캐릭터가 영웅이 아닙니다. 민폐 외톨이 캐릭터가 영웅이 되죠.(웃음) '군체'엔 그런 캐릭터의 영향이 있어요. 이 작품에 제 덕력을 쏟아부었달까요. 저도 덕력이 꽤 되거든요.(웃음) 50살이 되기 전에 오타쿠적인 관점으로 풀어내는 작품이 있었으면 했습니다. 아마 덕후들은 '군체'에 있는 오타쿠적 요소들을 충분히 발견하실 수 있을 거예요."

아마도 연 감독은 현재 개별성과 외톨이 또는 오타쿠 같은 키워드에 꽂혀 있는 듯했다. 연 감독 차기작은 각본가로 참여한 일본 넷플릭스 시리즈 '가스인간'이다. 그는 이 작품을 "집단 이익 추구 과정에서 희생된 개인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원작은 혼다 이시로 감독이 1960년에 내놓은 특촬물 '가스인간 제1호'입니다. 제가 쓴 각본과 이야기가 완전히 일치하지 않아요. 이번 작품엔 최근 제 관심사가 녹아들어가 있습니다."

'부산행'과 '군체' 그리고 애니메이션 영화 '서울역'(2016)까지 하면 벌써 좀비물만 3차례 만들었다. 그럼에도 연 감독은 또 좀비물을 만들겠다고 했다. 인터뷰 직전 연 감독은 자신이 쓴 소설을 기자들에게 나눠줬다. '닥터 아포칼립스'라는 작품이었다. 어떤 내용이냐고 물으니 그는 "좀비"라고 답하며 웃었다. "좀비가 나오는 메디컬 드라마랄까요." 연 감독에게 이 작품도 영화로 만들 계획이 있냐고 물으니 그는 "당연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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