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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서 늦고 청나라 눈치 보고…고종이 받은 첫 유럽 명품

등록 2026.06.06 13:00:00수정 2026.06.06 13:0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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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 사로잡은 세브르 화병 3점 조선 입국기

조선을 자주독립국 예우한 佛 '세브르' 도자기

고궁박물관 '선물과 기록, 한불 우정의 140년'展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가유산청 국립고궁박물관은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과 공동으로 2일 서울 종로구 고궁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한국·프랑스 수교 140주년 기념 특별전 '선물과 기록, 한국-프랑스 우정의 140년'을 개최하고 프랑스 사디 카르노 대통령이 고종에게 증정한 '백자 채색 살라미나 병'을 선보이고 있다. 2026.06.02.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가유산청 국립고궁박물관은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과 공동으로 2일 서울 종로구 고궁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한국·프랑스 수교 140주년 기념 특별전 '선물과 기록, 한국-프랑스 우정의 140년'을 개최하고 프랑스 사디 카르노 대통령이 고종에게 증정한 '백자 채색 살라미나 병'을 선보이고 있다. 2026.06.0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1888년 6월 28일 오후 4시. 붉은 보자기에 싸인 상자 세 개가 경복궁 중문(中門)을 통과했다. 프랑스 대통령 사디 카르노가 고종에게 보낸 국빈 선물이었다.

상자 안에는 당시 유럽에서 '하얀 금(White Gold)'이라 불리던 세브르(Sèvres) 도자기 세 점이 들어 있었다.

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 '선물과 기록, 한국-프랑스 우정의 140년'에서 만날 수 있는 이 도자기들은 단순한 예술품이 아니었다. 조선과 프랑스가 수교한 지 2년 만에 오간 선물이자, 근대 외교가 막 시작되던 시기 조선이 처음 마주한 유럽식 국빈 예우의 상징이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가유산청 국립고궁박물관은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과 공동으로 2일 서울 종로구 고궁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한국·프랑스 수교 140주년 기념 특별전 '선물과 기록, 한국-프랑스 우정의 140년' 전이 열리고 있다. 2026.06.02.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가유산청 국립고궁박물관은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과 공동으로 2일 서울 종로구 고궁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한국·프랑스 수교 140주년 기념 특별전 '선물과 기록, 한국-프랑스 우정의 140년' 전이 열리고 있다. 2026.06.02. [email protected]


조선은 선물을 받는데도 고민했다

세브르 도자기의 조선 입국은 순탄치 않았다.

1888년 6월 프랑스 공사 빅토르 콜랭 드 플랑시는 대통령 친서와 함께 선물을 전달하기 위해 고종을 알현했지만, 정작 도자기는 일본을 거치는 운송 일정 때문에 제때 도착하지 못했다. 화병이 제물포에 도착한 것은 같은 달 21일이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조선 조정은 서양 국가의 국례품을 공식적으로 받아들인 경험이 거의 없었다. 알현 일정이 미뤄졌고, 프랑스 측은 이유를 알지 못한 채 기다려야 했다.

당시 플랑시는 조선 관료들이 청나라의 눈치를 보는 것인지, 혹은 프랑스가 외교 협상을 위해 보낸 선물을 뇌물로 오해한 것인지 의아해했다고 기록했다. 전통적인 중화질서 속에 있던 조선이 서양 국가와 새로운 외교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겪은 낯선 풍경이었다.

결국 6월 28일, 세브르 화병은 왕실 의례 절차에 따라 붉은 보자기에 싸여 왕이 출입하는 중문을 통해 고종에게 전달됐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가유산청 국립고궁박물관은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과 공동으로 2일 서울 종로구 고궁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한국·프랑스 수교 140주년 기념 특별전 '선물과 기록, 한국-프랑스 우정의 140년'을 개최하고 프랑스 사디 카르노 대통령이 고종에게 증정한 '백자 채색 살라미나 병'을 선보이고 있다. 2026.06.02.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가유산청 국립고궁박물관은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과 공동으로 2일 서울 종로구 고궁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한국·프랑스 수교 140주년 기념 특별전 '선물과 기록, 한국-프랑스 우정의 140년'을 개최하고 프랑스 사디 카르노 대통령이 고종에게 증정한 '백자 채색 살라미나 병'을 선보이고 있다. 2026.06.02. [email protected]


"이렇게 아름다운 것은 처음 본다"

우여곡절 끝에 전달된 선물은 고종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프랑스 국립세브르도자제작소에서 제작한 화병은 당시 유럽 최고 수준의 공예 기술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깊고 푸른 색채인 '세브르 블루'와 정교한 장식은 조선 왕실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것이었다.

전시 자료에 따르면 고종은 화병을 본 뒤 "이렇게 아름다운 것을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다"라고 감탄했다고 한다. 황제는 도자기의 제작 기술과 색채에 큰 관심을 보였고, 프랑스 측을 위한 특별 환영연회까지 열었다.

 1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당시 감탄의 흔적은 문헌에 남아 있다. '통리교섭통상사무아문일기'에는 세브르도자제작소를 '새복라관자요(賽福羅官磁窯)'로 표기하며 화병을 "세밀하고 정교하여 아주 오묘하다(細巧精妙)"고 기록했다.

"어제 도자기 상자 세 개를 전달받았습니다. 해당 상자에 들어 있는 도자기들은 본국(프랑스) 대통령(사디 카르노)께서 귀국의 대군주 전하(고종)께 보내신 것입니다. 본래 이 도자기는 본국의 새복라관자요에서 제조한 것으로, 그 만듦새가 세밀하고 공교하며  아주 정묘합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가유산청 국립고궁박물관은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과 공동으로 2일 서울 종로구 고궁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한국·프랑스 수교 140주년 기념 특별전 '선물과 기록, 한국-프랑스 우정의 140년'을 개최하고 양국의 조불수호통상조약(朝佛修好通商條約) 문서 원본들을 공개하고 있다. 2026.06.02.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가유산청 국립고궁박물관은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과 공동으로 2일 서울 종로구 고궁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한국·프랑스 수교 140주년 기념 특별전 '선물과 기록, 한국-프랑스 우정의 140년'을 개최하고 양국의 조불수호통상조약(朝佛修好通商條約) 문서 원본들을 공개하고 있다. 2026.06.02. [email protected]


프랑스가 보낸 것은 화병이 아니라 '존중'이었다

세브르 화병의 진짜 의미는 도자기 자체보다 그 안에 담긴 외교적 메시지에 있었다.

프랑스는 영국이나 독일과 달리 본국 외무부와 직접 연결된 독립된 정부 대표 자격으로 콜랭 드 플랑시를 조선에 파견했다. 또 외무부는 플랑시에게 조선인들이 프랑스 문명과 산업, 예술에 호의적인 인식을 갖도록 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세브르 도자기는 그 문화외교 전략의 상징적 결과물이었다.

고종 역시 답례로 고려청자와 반화(盤花), 자수 병풍, 역사서 등을 프랑스에 보냈다. 이후 그는 프랑스 건축과 군사제도, 서적에도 관심을 보였고, 프랑스는 관련 자료를 지속적으로 전달했다.

세브르 화병은 이후에도 대한제국 황실의 곁을 지켰다. 1919년, 경성일보에서 발행한 고종 국장 사진첩에 덕수궁 석조전 실내에서 고종, 순종, 순정효황후, 영친왕,덕혜옹주가 함께 촬영한 사진이 실려 있다. 사진 배경에 화병으로 놓인 클로디옹 병 두 점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후 이 화병은 영친왕의 일본 도쿄 개인 저택(현 아카사카 프린스 클래식 하우스) 로비로 옮겨져 사진엽서에도 남겨져 있다.

140년이 흐른 지금 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에 전시된 세브르 도자기 3점은 단순한 유럽 명품이 아니라, 조선과 프랑스가 처음으로 우정을 주고받았던 순간을 증언하는 외교의 기록으로 남아 있다.

[서울=뉴시스] 도쿄 아카사카 프린스 호텔 로비 사진 엽서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6.06.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도쿄 아카사카 프린스 호텔 로비 사진 엽서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6.06.0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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