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없는 뇌전증 환자 뇌 보니…'이 물질' 증가
치매 없는 뇌전증 환자, 신경퇴행 물질 증가 확인
퇴행성 뇌질환 핵심 단백질 '타우' 신호 축적 관찰
![[서울=뉴시스] 뇌전증 환자와 건강한 대조군의 뇌 타우 펫(PET) 영상 비교. 치매가 없는 뇌전증 환자군(위쪽)의 대뇌 피질 전반에서 건강한 정상 대조군(아래쪽)에 비해 타우 단백질 축적을 시사하는 붉은색 신호가 유의미하게 높게 관찰되고 있다. (사진= 서울대학교병원 제공)](https://img1.newsis.com/2026/07/03/NISI20260703_0002176946_web.jpg?rnd=20260703080854)
[서울=뉴시스] 뇌전증 환자와 건강한 대조군의 뇌 타우 펫(PET) 영상 비교. 치매가 없는 뇌전증 환자군(위쪽)의 대뇌 피질 전반에서 건강한 정상 대조군(아래쪽)에 비해 타우 단백질 축적을 시사하는 붉은색 신호가 유의미하게 높게 관찰되고 있다. (사진= 서울대학교병원 제공)
겉으로 드러난 치매 증상이 없더라도 뇌전증 자체가 신경퇴행 관련 변화를 동반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타우는 원래 뇌세포 안에서 세포 골격을 지탱하지만 비정상적으로 엉겨 붙으면 신경세포를 파괴하는 '신경섬유 매듭'을 만들어 알츠하이머병 등 신경퇴행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그동안 뇌전증과 치매는 다른 질환으로 여겨져 왔으나 최근 동물 실험과 환자 뇌 조직 분석에서 뇌전증이 타우 축적을 촉진할 수 있다는 단서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치매가 없는 뇌전증 환자군에서 타우가 실제로 쌓이는지, 임상 증상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다.
이상건·주건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와 최홍윤 핵의학과 교수(제1저자 홍상빈 임상유전체의학과 임상강사, 신용원 중환자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치매 진단이나 기억력 이상이 없는 뇌전증 환자 75명과 건강한 대조군 47명을 대상으로 타우 PET, 아밀로이드 PET, 혈액 단백체 분석을 함께 시행한 결과를 3일 발표했다.
분석 결과 뇌전증 환자는 대뇌 피질 전반에서 타우 PET 신호가 대조군보다 유의하게 높았다. 혈액 검사에서도 타우 병리와 관련된 인산화 타우 수치가 기준치를 초과한 비율이 대조군(5%)보다 약 5배 높은 24%에 달했다.
반면 초기 알츠하이머병의 또 다른 원인인 아밀로이드 단백질은 두 그룹 간 유의한 차이가 없었으며, 타우 PET 신호의 분포 패턴도 알츠하이머병과는 달라 이번 현상이 알츠하이머병과는 독립적인, 뇌전증 자체와 연관된 병리 현상임이 확인됐다.
이러한 타우 축적은 뇌전증이 심하고 넓게 퍼져 있을수록 더 뚜렷했다. 뇌 여러 부위에서 비정상 전기 신호가 나타나는 '다초점 뇌전증모양 방전' 환자에서 타우 신호가 가장 높았으며, 이 연관성은 엄격한 통계 보정 후에도 유지됐다.
뇌파가 느려지거나 청소년기부터 발작이 계속된 환자에서도 타우 수치가 높은 경향이 나타났다. 한쪽 뇌에서만 발작이 시작되는 환자에서는 그쪽 뇌에 타우가 더 집중됐고, 뇌염 이후 발생한 뇌전증 환자에서 타우 신호가 가장 높아 염증이 타우 축적을 촉진하는 요인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나아가 뇌전증은 뇌에만 국한된 질환이 아니라 전신 노화 가속과도 연결된 것으로 드러났다. 혈액 단백체 검사로 생물학적 나이를 추정한 결과, 뇌전증 환자는 뇌·신장·근육·췌장 등 전신의 가속 노화가 관찰됐고 이는 뇌 타우 신호와 연관되는 양상을 보였다.
타우 신호가 높은 환자일수록 미토콘드리아 기능 및 산화 스트레스 관련 단백질은 늘어나 있었고, 뇌에서 손상 물질 처리와 염증 반응에 관여하는 소교세포 관련 단백질과 면역세포 동원 단백질은 타우 신호와 반대 방향의 연관성을 보였다.
이는 뇌전증 환자의 타우 관련 변화가 에너지 대사와 산화 스트레스뿐 아니라, 뇌의 면역·청소 시스템 변화와도 맞물려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타우 PET이나 혈액 지표를 활용해 뇌전증의 질병 부담을 평가하는 새로운 길을 열었고, 알츠하이머병을 겨냥한 항타우 치료 전략이 향후 뇌전증 치료로 확장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결과가 뇌전증이 곧 알츠하이머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인과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 대규모 다기관 장기 추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상건 교수(신경과)는 "치매 증상이 없는 뇌전증 환자에서 타우 관련 PET 신호가 예상보다 뚜렷하게 나타난 점이 인상적이었다"며 "타우 PET이 향후 뇌전증 환자의 치매 위험과 뇌 퇴행성 변화를 평가하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건 교수(신경과)는 "뇌전증이 단순한 발작 질환을 넘어 뇌 단백질 변화, 나아가 전신 노화와도 연결되어 있음을 실제 환자의 뇌 영상과 혈액 분석으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브레인(Brain)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