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압이 마음을 부수고, 여자를 미치게 만든다"
미친 여자들의 세계란…'아무도 미치지 않았다'
편혜영·최진영·정한아·정보라·예소연 참여 엔솔러지
![[서울=뉴시스] '아무도 미치지 않았다' (사진=창비 제공) 2026.07.0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7/02/NISI20260702_0002176786_web.jpg?rnd=20260702170725)
[서울=뉴시스] '아무도 미치지 않았다' (사진=창비 제공) 2026.07.0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어째서 미친 여자들은 스스로 말하지 않을까 생각했고, 숙고할 것도 없이 답이 떠올랐다. 누구도 그녀의 말을 믿지 않을 것이 분명하므로." (편혜영 )
"내가 미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을 때 세상과 나 자신이 어떻게 느껴졌는지를 꼼꼼히 되돌아보았다. 그 감각을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억압이 사람의 마음을 부순다. 그런 세상이 여자를 미치게 만든다." (정보라)
편혜영·최진영·정한아·정보라·예소연 등 한국 여성 작가 5명이 '미친 여자들'을 주제로 한 앤솔러지 소설집 '아무도 미치지 않았다'(창비)를 출간했다.
섬세한 내면을 그려온 작가들은 이번 소설집에서 여전히 존재하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배제, 혐오와 억압을 각자의 문체로 풀어낸다. 여성을 광기로 내모는 사회의 구조를 들여다보며, '미친 여자'라는 낙인이 사실은 기존 질서에 순응하지 않는 여성에게 씌워진 이름일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첫 수록작인 편혜영의 단편 '재배의 경제'는 돌봄과 노동, 자본주의가 교차하는 현실을 그린다. 옹벽에서 굴러떨어져 다친 '나'는 누나 '석미'로부터 보험금을 받기 위해 휠체어에 앉아 절대 움직이지 말라는 제안을 받는다. 하반신 마비를 연기하며 보험 조사관을 속이는 과정을 통해 생존을 위해 인간이 어디까지 내몰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정보라의 '부서지는 여자'는 여성을 억압하는 사회를 조명한다. 장례식장 접객실 도우미와 청소 일을 전전하는 '나'는 평소처럼 한 가정집을 청소하던 중 바닥에 떨어진 정체불명의 하얗고 둥근 물체를 발견한다. 그 일을 계기로 일상은 송두리째 흔들리고, 화자는 서서히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잃어간다.
최진영은 살아가는 것 자체가 고통인 인물의 이야기를, 정한아는 기도원을 배경으로 광기에 휩싸인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다. 소설집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예소연은 소년원에 간 아들의 행적을 쫓는 어머니의 분투를 담아냈다.
각의 단편들은 여성의 불안과 분노, 집착 등을 묘사하며 오늘날 여성이 느끼는 정동(情動)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사회가 여성에게 강요해 온 시선과 폭력을 되묻고, 결국 아무도 미치지 않았다는 역설을 통해 오늘의 현실을 응시한다.
단편들은 앞서 창비 온라인 연재 플랫폼 '매거진창비'에서 소개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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