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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각을 그리는 사람…이근민 [박현주 아트에세이 ㉗]

등록 2026.07.04 00:01:00수정 2026.07.04 00: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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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M갤러리 개인전 '장면이 되기 전’

PKM갤러리 이근민 개인전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PKM갤러리 이근민 개인전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우리는
병을 고치려 한다.

이름을 붙이고,
진단하고,
정상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하지만
모든 병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상처는
몸보다 마음에 오래 남고,

어떤 기억은
눈을 감아도 끝내 지워지지 않는다.

화가 이근민은
환각을 보았다.

이근민 ‘Connected Body’(2026) PKM 갤러리 *재판매 및 DB 금지

이근민 ‘Connected Body’(2026) PKM 갤러리 *재판매 및 DB 금지



피와 살, 장기와 근육,
형태를 잃은 몸들.

세상은
그것을 병이라 불렀다.

그는
그것을 그림으로 옮겼다.

환각은
숨겨야 할 증상이 아니라,
그려야 할 언어가 되었다.

붉은 화면은 낯설다.
아프다.
불편하다.

그래서
처음에는
외면하게 된다.

하지만
조금 더 오래 바라보면,

그 붉음은
공포의 색이 아니라
살아남은 시간의 색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예술은
병을 치료하지 못한다.
상처를 지우지도 못한다.

그러나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게 한다.
울 수 없는 것을 울게 한다.
보이지 않던 것을 보이게 한다.

인간은 견디기 위해 언어를 만든 존재다.

시를 쓰고,
노래를 만들고,
그림을 그렸다.

어쩌면 예술은
행복해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견디기 위해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이근민의 ‘Organic Plate’(2026) PKM 갤러리 *재판매 및 DB 금지

이근민의 ‘Organic Plate’(2026) PKM 갤러리 *재판매 및 DB 금지



이근민의 그림은
환각을 재현한 그림이 아니다.

한 인간이
자기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끝내 붙잡은 하나의 언어다.

헤르만 헤세는 말했다.
"인간은 자기 자신 이상이다."

병도, 환각도, 진단명도
한 사람의 전부는 아니다.

인간은 언제나
자기 고통보다 크다.

그래서 예술은
상처를 감추지 않는다.
끝내 언어로 남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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