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 소아뇌종양' 한국 주도로 새 치료기준 만든다
등록 2026.07.29 11:30:45
한국 주도, 아시아 4개국 8개 기관 공동연구
![[서울=뉴시스] 국립암센터 전경. (사진= 국림암센터 제공)](https://img1.newsis.com/2025/08/05/NISI20250805_0001911032_web.jpg?rnd=20250805140443)
[서울=뉴시스] 국립암센터 전경. (사진= 국림암센터 제공)
생식세포종양은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의 발병률이 높지만, 이들 국가의 경우 북미나 유럽과 같이 공통된 임상시험이나 진료지침을 적용하기 힘든 면이 있었다.
국립암센터는 김주영 희귀·소아암연구과 교수팀이 한국을 중심으로 대만·싱가포르·태국 등 아시아 여러 국가와 협력해 희귀 소아·청소년 뇌종양인 중추신경계 생식세포종양 분야의 아시아 공동연구 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세계 중추신경계 생식세포종양 치료 기준 마련에 기여하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중추신경계 생식세포종양은 국내에서 매년 19세 이하의 소아청소년에서 60~70명, 성인연령까지 합하면 매년 약 100명의 환자가 발생하는 희귀암으로, 우리나라 소아·청소년에서는 비교적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한국·일본·중국계 동아시아 민족에서 서구보다 높은 발생률을 보인다.
그러나 희귀암 연구는 환자 수가 적어 연구 수행 자체가 쉽지 않다. 미국과 유럽은 미국 소아암연구네트워크(COG), 유럽 소아종양학회(SIOPE) 등 국제 연구조직을 통해 협력해 왔지만, 환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동아시아에는 오히려 국가 간 공동연구 체계가 거의 없었다.
특히 아시아에는 경제수준과 의료인프라의 차이가 다양한 여러 국가들로 구성돼 있기에 북미나 유럽과 같이 공통된 임상시험이나 진료지침을 적용하기 힘든 면이 있다.
이에 김주영 교수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을 중심으로 일본·싱가폴·대만 등 연구기관을 연결해 1995년도부터 2015년까지 20년간 치료받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제 진료자료를 수집했고 2022년 아시아 4개국 8개 기관, 약 800명의 환자를 분석한 국제 공동연구 결과를 세계적인 신경종양 전문학회지인 뉴로 온콜로지(Neuro-Oncology)와 저널 오브 뉴로 온콜로지(Journal of Neuro-Oncology)에 각각 발표했다.
이는 아시아 최초로 다국가, 다기관의 생식세포종양 치료 성적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연구로, 아시아에서도 독자적인 국제 공동연구가 가능하다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이 성과를 바탕으로 김주영 교수는 대만 국제 심포지엄을 비롯해 유럽 종양학회인 ESMO 교육 프로그램, 독일 국제 생식세포종양 컨퍼런스, 2026년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국제소아신경종양학회(ISPNO)와 국제소아방사선종양학회(PROS) 등에 초청돼 한국과 아시아의 치료 경험을 세계 연구자들과 공유했다. 이를 통해 한국과 아시아의 임상 데이터가 세계 치료 지침 마련 과정에서 중요한 근거로 활용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세계 학회가 아시아의 치료 데이터에 주목하는 이유는 뇌의 생식세포 종양이 가진 독특한 특성 때문이다. 이 질환은 5년 생존율이 80~90%로 예후가 좋은 편이지만 재발 환자의 약 20%는 치료 후 5~10년이 지나 발생해 장기간의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장기추적 결과를 확보한 연구가 많지 않다. 김주영 교수가 중앙 추적기간 9년에 이르는 아시아 다기관 연구를 수행해, 이번 연구 결과가 세계 학회의 큰 관심을 받은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중추신경계 생식세포종양은 대부분 청소년기에 발생하는 만큼 학교 복귀와 사회생활, 직장, 결혼과 출산, 신경인지 기능 등 장기 생존자의 삶까지 함께 살피는 연구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국내 환자의 약 3분의 1이 30세 이상 성인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성인 환자를 위한 치료 전략과 지원 체계 마련의 필요성 또한 커지고 있다.
이번 연구의 의미는 단순히 한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희귀질환이기 때문에 여러 국가 여러 기관의 협력으로 협력연구를 해 큰 환자 집단을 만들고 분석함으로써 단일 국가만의 연구에서는 얻을 수 없는 견고한 연구결과를 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한국과 아시아의 경험을 모아 세계 치료 기준을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러한 세계 치료 기준에는 ▲진단 방법(수술적 조직검사, 공통된 종양표지자의 진단기준, 자기공명영상의 표준화를 통한 정확한 진단) ▲적정한 치료방법(수술과 방사선치료, 그리고 항암제를 과도하지 않은 적절한 수준으로 병합사용) ▲치료 후 삶의 질 평가를 포함한 10년 이상의 장기 추적관리 체계 등이 포함된다.
김주영 교수는 "세계적인 학회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유럽과 북미의 연구자들이 아시아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하는 CNS GCT의 치료 성과에 큰 관심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었고, 아시아의 임상 경험을 중요한 근거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국내는 물론 아시아 연구 네트워크를 더욱 확대해 치료 성적뿐 아니라 환자의 삶의 질까지 아우르는 치료 기준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논문의 발표와 함께 2023년부터 2025년까지 국립암센터는 공익적암연구사업의 일환으로 '소아청소년 중추신경계 생식세포종 아시아 콘소시엄' 연구를 지원하였다. 아시아의 보다 많은 국가들을 연구에 참여시키기 위하여 앞으로도 연구지원이 필요하다.
양한광 국립암센터 원장은 "희귀암은 환자 수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연구와 치료 발전에서 소외되어서는 안 되는 분야"라며 "이번 연구는 한국이 중심이 돼 아시아 연구역량을 하나로 모으고, 그 성과를 더 나은 치료를 위하여 세계 치료기준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음을 보여준 뜻깊은 성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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