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노경필 "AI 맹목적 활용 경계…대법원장 회의서 공동선언 가능"[단독 인터뷰]

등록 2026.09.16 05:00:00수정 2026.09.16 05:16:24

노경필 법원행정처장, 뉴시스와 단독 인터뷰

韓 아·태 대법원장 회의, 역대 최대 규모 개최

"AI, 세계 사법부 화두…윤리 원칙 정립 논의"

빅테크 CEO들 '개발 속도 조절론' 언급하기도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이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6.09.16. kmn@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이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6.09.1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대담=김현섭 사회부장 이혜원 김정현 기자 =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이 오는 17~18일 개최되는 제20차 아시아·태평양 대법원장회의에서 사법부의 인공지능(AI) 활용에 대해 이례적으로 공동선언문을 채택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올해 회의는 1985년 아·태 대법원장 회의가 창설된 이래 사상 최대인 40개국 사법부가 참여한다.

노 처장은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진행된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사법 분야의 AI 도입은 전 세계 사법부가 직면한 가장 핵심적인 화두"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최근 AI 분야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이 언급한 '개발 속도 조절론'을 언급하며 "AI가 위험할 수 있다는 시각이 생겨나고 있고 우리도 AI에 대해 무비판적, 맹목적인 신뢰를 보내는 일을 경계한다"고 진단했다.

앞서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2일(현지시간) 'AI 안전 대책이 기술 발전을 따라잡을 수 있도록 성능 향상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밝혔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일론 머스크 등도 동의를 표시했다.

노 처장은 "이번 회의에서도 AI의 합리적 활용에 관한 윤리적 원칙 정립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선언문을 채택한 일이 많지 않은데, AI가 뜨거운 화두인 만큼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선언문 채택도 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에서 참가국은 '사법부 및 법조계의 AI 활용'을 핵심 의제로 정하고, 17일 뉴사우스웨일스주의 앤드루 벨 대법원장을 좌장으로 관련 논의를 진행한다. 사법부 인공지능위원회 위원장인 이숙연 대법관도 발표자로 나선다.

아·태 대법원장 회의에서 선언문이 채택된 일이 많지 않다. 대법원에 따르면 1999년 우리나라 제안으로 민사사법 공조에 관한 서울선언문이 채택된 게 가장 최근이다.

그간 대법원이 AI 기술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논의를 계속해 왔던 만큼, 개최국으로서 이번 회의에서 관련 논의를 주도할지 주목된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사법부 인공지능위원회를 만든 뒤,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도입할 AI 정책 로드맵을 내놨다. 올해 법원행정처에 전담 보직인 인공지능심의관을 신설한 데 이어, 2월에는 자체 '재판지원 AI 시스템'을 개발해 법관들이 판례 검색에 쓰고 있다.

AI가 '가짜 판례'를 생성하고, 이를 변호사 등이 소송에 내는 부작용 사례가 잇따르며 관련 대책도 검토해 왔다.

노 처장은 우리나라 전자소송 체계에 대해서도 각국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회의 종료 후인 19일 경기 성남시 대법원 전산정보센터 참관 일정도 마련해 진행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이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6.09.16. kmn@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이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6.09.16. [email protected]


다음은 노 처장과의 일문일답.

-이번 아·태 대법원장 회의는 1999·2011년 개최 때와 비교해 분위기가 어떻게 달라졌나.

"역대 가장 많은 국가가 참여하며,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세 번째로 회의를 개최하는 만큼 우리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을 실감한다. 과거엔 주로 우리가 선진 사법제도를 배우고 그들에게 우리의 사법을 소개하는 데에 중점이 있었다면, 이제는 그들이 먼저 한국에 오고 싶어 하고 전자소송 등 우리 시스템의 우수성을 배우려 한다."

-우리나라 사법제도 위상이 이처럼 격상된 결정적인 배경은.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나 정치적 발전이 뒷받침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사법부가 변화에 대응하고자 노력한 점이 평가받는다고 본다. 특히 전자소송과 AI 등 사법 디지털 전환 과정, 격동적인 사회적 변화 속에서 안정적으로 발전시킨 사법제도가 주목받는다."

-회의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 중 하나가 AI다. 어떤 논의가 이뤄질지 궁금하다.

"사법 분야의 AI 도입은 세계 각국 사법부가 직면한 가장 핵심적인 화두이고, 그래서 이번 회의에서도 제2세션의 핵심 주제로 삼고 있다. 이숙연 대법관을 비롯한 여러 나라 대법관이 직접 발표자로 나서 AI의 사법 분야 도입에 관한 각국의 고민과 현황을 공유할 것이다. 회의에서 나온 내용들은 향후 우리의 AI 도입 및 활용에 방향타가 되는 등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I 의존도가 높아지면 법치주의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얼마 전 AI 빅테크 CEO가 개발을 '급하게 할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낸 것으로 안다. 그만큼 AI가 한편으로 위험할 수 있다는 시각들이 생겨나고 있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AI는 보조도구에 불과하고 최종적인 사법적 판단은 법관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대원칙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AI에 대한 무비판적, 맹목적 수용을 경계하고 이런 논의가 이번 회의에서 충분히 이뤄질 것이다.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공동 선언문을 발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번 회의로 확대하고자 하는 협력 분야가 있나.

"우리나라에 양자회담을 제안한 국가가 15개국 이상이며, MOU 체결을 제안한 국가도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3개국과, 내가 중국·파키스탄과 양자회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국제민사 사법공조 분야를 확대하고자 한다. 전 세계가 하나의 시장이 되면서 국제거래사건이 급격히 늘고 있다. 송달이나 증거조사 등에 관한 사법공조가 절실하다. 전자소송 구축 경험을 나누는 연수와 기술 협력도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권영준 대법관이 기조 발표로 세종대왕의 법치주의 정신을 소개하는데 어떤 메시지를 전할 예정인가.

"훈민정음 해례본에는 (한글이) ‘28자이나 그 변화가 무궁하니, 이것으로 재판을 하면 그 실정을 알 수 있다'는 문구가 있다.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창제하신 것은 억울한 백성이 호소하고 싶어도 글을 몰라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 사정을 안타깝게 여겼기 때문이다. 지난해 권 대법관이 세종 국제콘퍼런스 특별세션에서 이 내용을 발표했는데, 감명을 받은 호주 대법원장이 다시 특별강연을 요청했다. 15세기 조선의 인간 중심의 사법철학이 각국 법관들에게 성찰의 계기가 될 수 있길 기대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