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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민호 "전 원래 인생 다 내려놓고 살아요"

등록 2026.09.16 00:00:00

영화 '암살자(들)'에서 사회부 기자 역 맡아

육영수 여사 저격 집요하게 취재하는 인물

"튀지 않게 담백하게 극에 묻어나고 싶어"

기존 이미지와 상반된 연기라는 호평 나와

"내 이미지 의식 안 한다…자유롭고 싶어"

"로맨스는 계속…나이에 맞는 작품 원해"

[인터뷰]이민호 "전 원래 인생 다 내려놓고 살아요"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배우 이민호(39)가 영화 '암살자(들)'(9월23일 공개)에서 맡은 역할은 신입 기자다. 기자이긴 한데 재벌가 막내 아들이다. 이 설정만 놓고 보면 이민호가 자기 이미지와 적절히 맞아떨어지는 역할을 고른 것만 같다. 극 중 어떤 그림이 펼쳐질지 일견 예상되기도 한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 보면 이 예측이 잘못됐다는 걸 알게 된다. 그의 수려한 외모는 그대로이지만 우리가 흔히 아는 이민호 이미지가 그가 맡은 캐릭터에선 보이지 않는다.

'암살자(들)'은 1974년 8월15일 광복절 기념 행사에서 저격 당해 사망한 육영수 여사 사건을 영화화했다. 이민호가 연기한 사회부 기자 '영일'은 취재 지시를 받아 행사장에 갔다가 사건을 목격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자신이 직접 본 것과 취재한 내용이 수사본부 발표와 차이가 있다는 걸 알게 된 뒤 사회부 동료들과 협력해 사실 확인에 나선다. 재벌가 아들이란 설정이 있긴 하나 영일은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프로페셔널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민호가 앞서 보여준 다소 극적인 캐릭터와는 결이 달라도 아주 다르다.

"과해 보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눈에 띄지 않게, 담백하고 싶었습니다. 선배 배우들과 함께 섞이고 싶었어요. 물론 영일은 자기 백그라운드를 취재할 때 활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걸 유별나 보이게 표현하고 싶지 않았죠. 관객이 이 인물을 어떤 이질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 설득력을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말하자면 이민호는 '암살자(들)'에서 조연에 가깝다. 극을 이끌어 가는 건 분명 유해진이 연기한 '철구'와 박해일이 맡은 '재환'이다. 이밖에도 이 작품엔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해 극을 함께 만들어 간다. 이민호 분량이 많을 수가 없다. 그런데도 그는 촬영이 없는 날에도 현장에 와 선배·동료 배우 연기를 지켜봤다. 박해일은 이런 이민호를 보고 "모든 걸 내려놓고 연기하는 것 같았다"고 했고, 유해진은 "스타라고만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더라"고 했다.

그는 "박해일 선배가 워낙 시찰하듯 현장을 자주 찾아 나도 갈 수밖에 없었다"고 농담을 했지만, 결국 그것도 다 극에 잘 묻어나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제가 나오는 분량이 많지 않으니까 선배님들이 연기하는 걸 보면서 어떤 정서가 흐르고 있는지 파악하고 싶었어요. 그래야 저도 그 흐름을 따라갈 수 있을 테니까요. 현장이 편했습니다. 선배님들이 주는 안정감이 있었거든요. 마치 식구처럼 섞여서 연기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이민호 "전 원래 인생 다 내려놓고 살아요"


이민호는 "다 내려놓은 것 같았다"는 박해일의 말엔 "난 원래 인생 자체를 내려놓고 산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는 "날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나의 그런 모습을 상상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도 했다. 연기를 하면서 생긴 이미지가 있긴 하지만 그런 이미지를 의식한 적은 없었다는 얘기였다. 그는 "나 자신에게 진실된 모습으로 크게 눈치 보지 않고 살고 싶다. 그게 내 삶의 방향"이라고 말했다.

"어린 나이에 주목 받으면서 생긴 제 이미지에 불만이 있다거나 그것 때문에 답답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하나의 이미지에 갇혀서 살 순 없어요. 전 그런 상황에 진부함을 느끼는 사람이거든요. 전 새로운 걸 경험해야 하는 사람이고, 늘 신선한 걸 추구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다만 그동안은 그럴 수 없는 상황에 있었던 게 맞아요. 여지가 없었달까요. 이제 저도 적지 않은 나이입니다. 저만의 자유를 찾고 있습니다."

이민호의 이런 의지는 최근 작품 활동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오디션을 마다하지 않고 애플tv 시리즈 '파친코'를 택한 것이나 아주 적은 분량에도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2025)에 출연한 것 모두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그는 최근 5년 간 로맨틱코미디를 하지 않는다는 게 작품 선택의 기본 전제였다고 했다. "특정 배우나 인물이 부각되는 것보다는 전체 이야기가 우선시 되는 작품을 골랐습니다."

그렇다고 이민호는 '꽃보다 남자'(2009) 이후 주로 로맨틱코미디 드라마에 출연했던 시간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오히려 그는 "어릴 때 그런 작품을 남겨 놓은 게 잘한 것 같다"고 했다. "그런 작품을 통해서 사랑 받았는데, 후회할 순 없을 겁니다. 그때만 연기할 수 있는 감정을 연기했어요. 지금 어떻게 그런 연기를 하겠어요. 당시엔 배우라면 로맨스물만 하면 안 된다고 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 그런 선택을 한 건 참 잘한 일이었어요."

'꽃보다 남자'로 큰 성공을 거둔 뒤 이민호는 십수년 간 최고의 로맨틱코미디 주인공이었다. 10년 넘는 시간 동안 현재까지 그가 최고 한류스타로 불리는 것도 다 그런 작품 덕분이다. 이민호는 앞으로도 로맨스를 놓아버릴 생각은 없다고 했다. "제 나이에 맞는, 제 나이의 정서가 녹아 있는 로맨스물을 하고 싶을 뿐입니다. 저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가장 직관적이고 가장 힘 있는 소재라고 생각하거든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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