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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일제판 블랙리스트' 독립운동가 4명 서훈…3명은 '사후 행적' 등 보류

등록 2026.08.15 06:00:00

김한동·이강진…광복절 계기 김상구·김서호 추가 포상

3명 추가자료·공적 조사 및 사후 행적 등 이유로 보류

"사후 행적 검증 필요…미확인 장기 보류는 개선해야"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권시용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원이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08.15.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권시용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원이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08.1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 일제가 패망 직전까지 감시했던 조선인 명부에서 발굴된 독립운동가 37명 가운데 4명이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았다. 명부에 기록된 항일 행적을 토대로 민간 연구기관이 발굴한 인물들로, 기존 2명에 이어 이번 광복절을 계기로 2명이 추가로 서훈 대상에 올랐다.

다만 심사 결과가 나온 나머지 3명은 추가 조사나 공적 보완의 필요성, 독립운동 이후 행적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이번 포상에서 제외됐다. 독립운동 공적뿐 아니라 친일 행적과 해방 이후 북한 정권과의 관련성 등 생애 전반을 살피는 현행 독립유공자 서훈 심사 기준이 적용된 결과다.

광복절인 15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민족문제연구소가 지난해 6월 '조선인요시찰인약명부(약명부)' 등을 토대로 발굴해 국가보훈부에 독립유공자 포상을 신청한 독립운동가 37명 가운데 이날까지 김한동·이강진·김상구·김서호 지사 4명이 서훈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김한동 지사는 올해 3·1절 계기 포상에서 건국훈장 애국장을, 이강진 지사는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다. 올해 광복절 계기 포상에서 김상구 지사가 건국훈장 애족장, 김서호 지사가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았다.

나머지 33명 가운데 3명도 심사 결과가 통보됐다. 이 중 한 명은 '추가자료 조사 후 재심사', 다른 한 명은 '추가 공적 조사', 나머지 한 명은 '사후 행적 이상'을 사유로 이번 포상에서 제외됐다. 이들을 제외한 30명은 아직 심사가 진행 중이다.
[서울=뉴시스]민족문제연구소가 올해 6월30일 독립유공자 포상을 신청한 장기룡(張基龍)의 항일 활동 등이 기록된 '조선인요시찰인약명부'. 장기룡은 일제강점기 전북 지역 공립국민학교 촉탁교원으로 근무하며 조선 독립을 논의하고 학생들에게 민족의식을 고취한 혐의로 1943년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사진=민족문제연구소 제공) 2026.08.1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민족문제연구소가 올해 6월30일 독립유공자 포상을 신청한 장기룡(張基龍)의 항일 활동 등이 기록된 '조선인요시찰인약명부'. 장기룡은 일제강점기 전북 지역 공립국민학교 촉탁교원으로 근무하며 조선 독립을 논의하고 학생들에게 민족의식을 고취한 혐의로 1943년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사진=민족문제연구소 제공) 2026.08.15. [email protected]


1945년 3월 제작된 약명부는 일제 고등경찰이 식민 통치에 방해가 되거나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조선인을 관리한 자료다. 민족주의자와 사회주의자, 노동운동가 등의 신상과 항일 활동 등이 담겼다. 일제강점기 조선인에 대한 감시 체계를 보여주는 자료라는 점에서 사실상 '일제판 블랙리스트'로 불린다.

다만 명부에 이름이 올랐다는 사실만으로 독립운동가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항일운동 이후 친일로 전향한 인물도 일제가 계속 감시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연구소는 약명부에 기록된 인물들의 독립운동 공적을 확인하기 위해 신문과 판결문, 공문서 등을 추가로 조사하고 친일 여부와 해방 이후 행적까지 검토한 뒤 독립운동가로 판단되는 인물만 포상 대상자로 추렸다.

권시용 민족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뉴시스와 만나 "저희는 (지난해 6월) 신청할 때 모두 독립운동가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신청한 것"이라며 "나름대로 해방 이후 행적에 문제가 있는 경우도 제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가 포상 심사에서는 민간 연구기관이 접근하기 어려운 자료 등을 토대로 보다 폭넓은 검증이 이뤄진다. 독립운동 공적이 인정되더라도 이후 친일 행적이나 해방 이후 북한 정권 협조, 중대 범죄 등 상훈법상 결격 사유가 확인되면 포상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이번에 '사후 행적 이상'을 이유로 미포상 통보가 이뤄진 인물도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공적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연구소의 판단이다. 보훈부가 이 인물의 어떤 행적을 문제 삼았는지는 연구소에도 통보되지 않았다.

권 연구원은 "누구보다 치열하게 싸운 인물들이 해방 이후 행적 때문에 공로를 평가받지 못하는 것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권시용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원이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08.15.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권시용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원이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08.15. [email protected]


전문가들은 국가가 수여하는 훈장인 만큼 독립운동 이후 행적까지 살피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다만 사후 행적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경우와, 자료 부족으로 행적 자체를 확인하지 못한 경우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경목 충남대 국사학과 교수는 "독립운동을 했더라도 이후 친일을 할 수도 있고, 해방 이후 북한 정권에 협조하거나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상훈법상 포상을 받을 수 없다"며 "독립운동 당시의 공적은 인정하더라도 이후 상훈법에 저촉되는 행위가 있었는지는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관련 자료가 남아 있지 않아 이후 행적을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다. 결격 사유가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사후 행적이 규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심사가 장기간 보류될 수 있어서다.

박 교수는 "유명 인사의 경우 자료를 찾으면 이후 행적이 나오지만, 아무리 자료를 뒤져도 사후 행적을 밝힐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며 "1~2년 찾아보고 나오지 않은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찾아도 확인되지 않는 분들에 대해서는 보훈부도 적극적으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독립운동 이후 행적이 서훈의 주요 기준이 되면서 학계 일각에서는 1945년 8월15일 이전 독립운동 공적 자체를 별도로 평가·포상하는 '독립훈장'을 신설하자는 주장도 제기돼 왔다. 다만 별도의 훈장을 만들더라도 국가 포상인 이상 상훈법에 따른 사후 행적 검증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견해가 있다.

한편 연구소는 지난해 37명에 이어 올해 6월에도 약명부에 수록된 독립운동가 26명을 추가 발굴해 포상을 신청했다. 앞으로도 약명부에 이름이 남아 있는 인물들의 행적을 조사해 연말에도 추가로 포상을 신청할 계획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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