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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의 오늘, 모두의 생존기…'갱更'

등록 2026.09.01 19:25:49

DAC 아티스트 본주 신작…2일 두산아트센터서 개막

조기 갱년기 피영 통해 나이 듦, 세대 간 갈등 등 다뤄

연극 '갱更' 공연 장면. (사진=두산아트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극 '갱更' 공연 장면. (사진=두산아트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옛날엔 유통기한이 지나면 도대체 언제까지 먹을 수 있나 좀 헷갈렸잖아. 그렇게 나도 내 남은 시간에 대한 확신이 없어져 버렸어."

조기 갱년기 진단을 받은 영양사 피영은 갑작스레 자신의 몸에 찾아온 변화에 적응하는 것조차 버겁다. 설상가상 어린 시절의 엄마를 버리고 떠났던 할아버지 천태까지 불쑥 찾아와 속을 뒤집어 놓는다. 당장 내쫓고 싶어도, 할아버지가 가져온 보상금 통장 때문에 그럴 수도 없다.

1일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갱更' 프레스콜이 열렸다.

조기 갱년기를 맞은 한 여성의 몸에서 출발한 작품은 부모와 조부모 세대로 거슬러 올라가며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온 이들이 몸으로 견뎌온 노동과 생존의 시간을 들여다본다.

작품의 배경은 피영이 재정난 속에 운영하는 청년 창업 도시락 조리실이다. 생계를 위해 쉴 새 없이 칼과 불을 다루는 치열한 일터에는 20대부터 80대까지, 서로 다른 시대를 통과해 온 세대가 한데 모여 있다.

국가와 생존을 위해 자신의 몸을 내어주며 일해야 했던 산업화 세대의 천태, 자식과 늙은 부모를 동시에 부양해야 하는 60대 금옥, 빚을 갚고 월급을 주기 위해 버티지만 몸도 마음도 지쳐가는 40대 피영과 몽고, 계약직 노동자로 미래에 대한 불안이 있는 30대 바리, 불안정한 현실 속에서 자신의 행복을 지키고자 하는 20대 도로시까지.

살아온 환경도 처한 현실도 다른 이들이 함께하는 만큼 사사건건 부딪히기 일쑤다.

천태가 "집 있고, 자식 있고, 배 안 곯지"라며 자신이 살아온 시대를 기준으로 "잘 사는 것"을 말하지만, 시대가 달라진 지금은 그것만으로 잘살고 있다고 말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이들의 삶에는 닮은 구석이 있다. 살아가는 방식도, '잘 사는' 것에 대한 기준도 세대마다 다르지만 저마다의 방식으로 오늘을 버텨낸다.
연극 '갱更' 공연 장면. (사진=두산아트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극 '갱更' 공연 장면. (사진=두산아트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무대에는 스테인리스 조리대와 각종 스테인리스 조리 기구가 놓여 있다. 실제 음식은 등장하지 않지만 배우들은 재료를 다듬고, 씻고, 가열하는 일련의 조리 동작을 하나하나 구현한다.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배우들의 모습은 먹고살기 위해 끊임없이 몸을 써야하는 인물들의 노동이기도 하다.

'갱更'의 작·연출을 맡은 본주는 2025년 두산아트센터가 선정한 DAC 아티스트다.

'공동창작 실패 다큐멘터리: 생존자프로젝트는 생존할 수 있을까'로 2024년 동아연극상 신인연출상을 수상한 그는 가정, 학교, 사회, 환경, 젠더, 역사 등 다양한 관점에서 폭력을 조명하고, 동시대의 목소리를 연극 언어로 옮겨왔다.

이번 작품은 본주가 만 서른아홉에 조기 갱년기 진단을 받은 자전적 경험에서 출발했다.

그는 작가 노트에서 "예술사회가 요구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부단히 애썼던 시간이 있었는데 이제는 목표 삼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잘 사는' 것과 '잘사는' 것 사이에서 더 솔직하고 건강한 인간이 되길 원한다. 기로에 서서 그 울퉁불퉁한 삶을 함께 통과하는 것이 더 생동한 연극으로 나아가리라 믿고 간다"고 덧붙였다.

'갱更'은 2일부터 20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공연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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