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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한전 차장 3600명 노조 가입 가능해지나…법원, 60년 관행에 제동

등록 2026.09.03 06:00:00수정 2026.09.03 06:04:37

광주지법, 한전 3직급의 노조원 지위 확인 '원고 승소' 판결

A씨 "규약에 자격 상실 명시 안 돼"…노조 "노사 오랜 관행"

법원 "A씨, 주도적 의사결정권 없어…부서장의 보조 업무"

전력공기업 전반에 판결 여파 확산되나…3직급 승진 기피 현상

전력노조, 노사 간 협의체 구성…조합원 범위·제도 정비 추진

[세종=뉴시스]한전 본사 전경이다.(사진=한국전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한전 본사 전경이다.(사진=한국전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손차민 기자 = 60여년간 이어져 온 한국전력공사 노동조합의 '차장 승진자 노조 배제' 관행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차장 승진으로 노조에서 일괄 배제됐던 한전 3직급 직원 3600여명이 노조에 다시 가입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3일 광주지방법원에 따르면 한전 3직급 직원 A씨가 전국전력노동조합을 상대로 낸 조합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이 났다. 피고 노조 측이 항소하지 않으면서 지난 1일 0시부로 판결이 확정됐다.

A씨는 차장으로 승진했다는 이유만으로 별도의 통보 없이 노조원 자격을 잃는 건 부당하다고 문제 제기했다.

실제로 노조 규약과 단체협약에는 기존 조합원이 3직급으로 승진할 경우 조합원 자격을 자동으로 상실한다는 내용은 명시돼 있지 않다.

노조법상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하는 업무를 맡는다면 '사용자성'이 인정돼 노조에 가입할 수 없다. A씨는 자신이 이런 업무를 맡고 있지 않기에 조합원 자격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조 측은 1963년 설립 이래 간부직으로 승진하면 조합원에서 제외해왔고, 이런 관행은 노사 간 오랜 합의에 기반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3직급 승진이라는 이유만으로 일률적으로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해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자' 또는 '항상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해 행동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전남광주=뉴시스] 광주지방법원. (사진 = 뉴시스 DB) 2026.08.05. photo@newsis.com

[전남광주=뉴시스] 광주지방법원. (사진 = 뉴시스 DB) 2026.08.05. [email protected]

A씨가 2직급 부서장이 없을 때에만 대리결재 권한을 갖고 있어, 주도적인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맡은 업무도 부서장으로부터 부여받은 업무에 대해 부서장의 의사결정을 보조하는 수준에 그친다고 보았다.

특히 A씨의 전결권한이 인사, 급여, 복리후생, 노무관리 등과 관련 없는 중요도가 낮은 사항에 한정된다는 점도 판단의 근거가 됐다.

법원에 앞서 노동 당국도 같은 판단을 내린 바 있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한전 노조가 3직급 차장을 일률적으로 노조 가입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노조법에 위배된다고 보고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명령 의결을 요청했다.

이에 전남지방노동위원회는 해당 신청을 심의했고, 노동청의 판단을 받아들였다.

이번 법원의 판결로 한전 3직급 직원의 노조 가입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한전 일반직은 1∼6급으로 나뉘는데, 전체 직원 2만3000여명 중 3직급은 약 3600명이다.
[세종=뉴시스]지난 1월 감사원이 발표한 '공공기관 인력운용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35개 공공기관 중 3직급 승진 의사가 낮은 하위 9개 기관은 모두 전력그룹사였다.(사진= 감사원 보고서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지난 1월 감사원이 발표한 '공공기관 인력운용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35개 공공기관 중 3직급 승진 의사가 낮은 하위 9개 기관은 모두 전력그룹사였다.(사진= 감사원 보고서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판결의 영향은 한전뿐만 아니라 전력공기업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한전 자회사 노조들도 3직급 직원을 노조에서 배제하는 방식을 그대로 따라왔기 때문이다.

3직급으로 승진하면 노조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셈이다. 이에 승진 자체를 기피하는 현상도 전력그룹사 전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1월 감사원이 발표한 '공공기관 인력운용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35개 공공기관 중 3직급 승진 의사가 낮은 하위 9개 기관은 모두 전력그룹사였다.

구체적으로 ▲한국서부발전(21%) ▲한전KPS(22%) ▲한국남동발전(25%) ▲한국전력공사(25%) ▲한국남부발전(29%) ▲한국수력원자력(30%) ▲한국중부발전(30%) ▲한국전력기술(33%) ▲한국동서발전(36%)이다.

승진을 꺼리는 이유(2개 선택)로는 '초급간부 업무량 증가'(61.8%, 729명)가 가장 많았으며, '승진 후 낮은 임금 상승'(52.1%, 614명), '승진 후 잦은 근무지 이동'(42.0%, 495명), '승진 직후 성과평가 불이익'(17.5%, 206명) 순이었다.
[세종=뉴시스]지난 1월 감사원이 발표한 '공공기관 인력운용 실태' 보고서 내용 중 초급간부 승진을 꺼리는 이유 조사결과다.(사진= 감사원 보고서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지난 1월 감사원이 발표한 '공공기관 인력운용 실태' 보고서 내용 중 초급간부 승진을 꺼리는 이유 조사결과다.(사진= 감사원 보고서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이런 가운데 한전 노조는 판결을 계기로 3직급의 노조 가입 가능성에 대비해 제도를 손볼 방침이다.

전력노조는 입장문을 통해 "이번 판결에 따른 3직급 1인의 조합원 지위 인정 절차 이행과 3직급 전체 조합원 범위 및 제도 정비 문제는 구분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노사 간 협의체를 구성해 3직급을 포함한 조합원의 범위와 기준, 직급별 역할과 권한, 인사·조직체계 등 관련 제반사항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설명했다.

노조 관계자는 "판결을 근거로 노사 간에 사용자성 여부를 협의하고, 사용자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3직급에 한해 같이 가는 것으로 한다"며 "3직급 3600명 내부에서도 찬반 의견이 있을 것으로 보여 잘 정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소송을 제기한 A씨는 "노와 사가 협심해 노동자의 인권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가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한국전력이 사장의 사의표명과 재무 개선 자구안을 발표한 12일 정부·여당은 당정협의회에서 자구안을 검토한 후 내주 중 전기·가스 요금 인상을 결정하기로 했다. 사진은 12일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2023.05.12.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한국전력이 사장의 사의표명과 재무 개선 자구안을 발표한 12일 정부·여당은 당정협의회에서 자구안을 검토한 후 내주 중 전기·가스 요금 인상을 결정하기로 했다. 사진은 12일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2023.05.12.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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