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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원 "혐오하는 사람도 고유한 세계가 있다고 상상하기 힘들어"

등록 2026.09.04 15:23:24

메타픽션 '펀치 드링크 픽션' 출간

작가와 인물 경계 넘나들며 내면 증오 탐구

[서울=뉴시스] 소설가 서정원. (사진=ⓒ윤관희) 2026.09.0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소설가 서정원. (사진=ⓒ윤관희) 2026.09.0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지난 몇 년 동안 어떤 사람들이 너무 미웠습니다. 소설에서 언급한 것처럼 소수자를 향한 혐오에서 즐거움과 소속감을 얻는 사람들이요. 저는 이들에게도 자아가 있고 고유한 세계가 있다는 것을 상상하기 힘들었습니다." ('작가의 말' 중)

소설가 서장원이 신작 '펀치 드링크 픽션'(위즈덤하우스)에서 혐오가 팽배한 사회의 민낯을 비춘다. 작품은 작가가 첫 소설집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 이후 약 5년 만에 펴내는 단행본으로, 동명의 화자를 내세운 메타픽션(등장인물이 작품 속 세계가 허구를 인지하는 설정)이다. 작가 자신과 허구 속 인물의 경계를 오가며 혐오와 폭력, 그리고 그 감정의 근원을 들여다본다.

작품에서 '정원'은 작가처럼 진주의 한 공유 오피스에서 작품을 집필하는 소설가다. 극심한 슬럼프를 겪고 있는 정원은 같은 건물에서 격투기 체육관 코치 '조성'을 만나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다. 육체적이나 정신적으로나 강인해 보이는 스포츠의 세계가 자신의 소설을 이끌어줄 것이라고 믿는다.

두 사람은 종합격투기라는 매개를 통해 가까워지지만 정작 조성은 격투기판을 혐오한다. "이쪽 남자들, 다 별로예요. 혐오자들 천지예요"라고 조성은 말한다. 실은 조성은 소위 남성성이 짙은 격투기 세계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커밍아웃하지 않은 소수자로 살아왔다. 혐오적 표현이 장난처럼 소비되고 난무하는 이 공간에서 그는 오랜 증오심을 쌓아왔다.
[서울=뉴시스] '펀치 드렁크 픽션' (사진=위즈덤하우스 제공) 2026.09.0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펀치 드렁크 픽션' (사진=위즈덤하우스 제공) 2026.09.0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정원 역시 체육관 시합에서 이런 현상을 직접 목격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소비되는 혐오성 유머를 과시하고, 비열한 반칙을 동원해 승리하고, 혐오와 폭력이 일상이 된 세상을 마주한다.

다만 조성의 오랜 증오심은 존재 자체에 대한 증오로 번진다. 이른바 '사람 같지도 않은' 것은 사라져야 마땅하다고 말하며 혐오가 혐오를 낳는 현상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감정은 오래전부터 정원이 내면에서 품고 있었다. 결국 작품은 미워하는 마음이 어디까지 정당하고, 서로를 이해하며 살아갈 수 있는지를 질문한다.

작가는 이에 대해 출판사와의 인터뷰에서 "윤리적인 주제의 글을 쓰는 자신과 비윤리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자신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는 것"이라며 "조성이란 인물에 자신을 덧대었다가 대비시키며 여러 감정을 오간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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