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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진엽 국립현대무용단장 "작품 찍어내는 공장 아닌 깊이 쌓겠다"

등록 2026.10.07 14:49:29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 취임 첫 간담회

새 방향으로 'BODYING' 발표

몸으로 한국성·동시대성 탐구한 작품 제작

12월 서소문성지서 첫 신작 발표 '몸·균·삶'

[서울=뉴시스] 차진엽 국립현대무용단 신임 단장 겸 예술감독 (사진=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2026.10.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차진엽 국립현대무용단 신임 단장 겸 예술감독 (사진=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2026.10.0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예술이 이 시대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현대무용은 지금의 시대에 어떤 이야기를 담아야 할까."

차진엽 국립현대무용단 신임 단장 겸 예술감독은 7일 서울 서초구 국립예술단체 공연연습장에서 열린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펼칠 사업을 설명하기에 앞서 자신이 마주한 질문부터 꺼냈다.

세상의 고통 앞에서 느낀 무력감과 혼란, 함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고민에서 나온 이 질문들은 무용단의 새로운 방향을 구상하는 출발점이었다.

차 예술감독은 "예술가이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무력감과 혼란을 느낄 때가 많았다"며 "과연 현대무용은 이 시대에 어떤 이야기를 담아야 할까, '국립'과 '현대', 그리고 '무용'이란 이름 뒤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국립현대무용단 제6대 단장 겸 예술감독으로 임명된 차 감독은 이날 무용단의 새로운 비전과 예술적 방향성을 공식 발표했다.

차 감독은 "빠르게 가속화되는 AI와 디지털 환경 속에서 몸이라는 존재는 점차 멀어지고 있다"며 "단순히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도구가 아닌, 세상의 변화를 가장 먼저 통과하는 존재로서 몸을 다시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예술적 방향을 관통하는 개념은 'BODYING'이다. 몸을 뜻하는 '보디’(Body)'에 진행형 어미 'ing'를 붙였다.

몸을 고정되거나 완성된 개체가 아니라 타인과 장소, 시간과 환경 속에서 끊임없이 형성되고 변화하는 존재로 바라보겠다는 뜻이다.

차 예술감독은 "몸은 생각하고, 기억하고, 관계 맺고, 저항하고, 회복한다"며 "춤은 그 몸의 질문을 작품으로 만들고 관객과 사회가 함께 감각할 수 있는 경험으로 확장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차 예술감독은 '국립현대무용단' 정체성을 이루는 세 단어의 의미도 짚었다. 국립에서는 한국성을, 현대에서는 동시대성을, 무용에서는 몸의 본질을 탐구하겠다는 구상이다.

차 예술감독이 말하는 한국성은 전통이나 한국적 이미지 재현에 머물지 않는다. 이 땅의 역사와 환경, 삶 속에서 몸에 쌓인 감각과 태도를 살피는 일이다. 동시대성 역시 최신 기술과 경향을 좇는 것보다 지금 인간과 사회가 마주한 질문을 몸의 언어로 탐구하는 태도에 가깝다.

이 모든 철학을 집약한 슬로건은 '어떤 몸도 혼자 움직이지 않는다(No Body Moves Alone)'이다. 전통의 단순 재현이 아닌 삶과 역사 속 감각을 살피는 '한국성', 시대를 탐구하는 ‘동시대성’,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연결되는 ‘몸’을 현대무용의 세 축으로 삼겠다는 의지다.

차 예술감독은 "이 문장이 작품의 주제뿐 아니라 창작자들이 함께 일하는 방식으로도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차 감독은 이를 실천하기 위해 ▲BODYING(몸을 다시 바라보는 일) ▲Thinking(몸으로 생각하는 일) ▲Placing(우리가 서 있는 장소를 감지하는 일) ▲Erroring(예측할 수 없는 변화에 응답하는 일) 등 네 가지 세부 방향을 세웠다.

이러한 비전을 바탕으로 국립현대무용단은 다채로운 신규 프로젝트를 순차적으로 선보인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열 신작은 오는 12월 11~12일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콘솔레이션 홀에서 열리는 장소 기반 퍼포먼스 'BEING BEING 水'이다.

차 감독의 연작 '원형하는 몸'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으로, 극장이라는 정형화된 공간을 벗어나 장소가 지닌 역사성과 서사 위에서 유한한 인간의 몸과 공존을 탐구한다.

이어 내년 4월에는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한지 바닥을 다듬는 노동과 무용수의 몸을 연결하는 신작 '몸·균·삶: 아직 마르지 않았다'를 올릴 예정이다.

실험성과 연구 기능을 극대화한 사업도 도입된다. 실패의 가능성과 어긋남(Error)을 창작의 동력으로 삼는 실험 프로젝트 'ERRORIST(에러리스트)', 댄스하우스를 중심으로 예술가와 타 분야 학자들이 모여 안무적 사고를 연구하는 창작 거점 'CTP 랩(Choreographic Thinking and Practice Lab)', 인문·과학·기술과 무용을 접목하는 담론 프로그램 'BODYING/BODYING’ 등이 운영된다.

또한 지역 청소년들이 레퍼토리를 재해석하는 '움켜쥔즈'와 접근성 강화 공연 '모두의 입! 입! 입!'을 통해 지역 생태계와의 상생도 확장한다.

대중적으로 유명한 안무가 초청이나 정량적 수치 성과 의존 경향에 대해 차 감독은 "유명 인사를 초청해 당장의 관객을 모을 수는 있겠지만, 현대무용이 가져야 할 본질적인 질문을 전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현장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국내 안무가들과 함께 질적인 내용을 축적하는 것이 국립현대무용단의 참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립현대무용단이 단순히 새로운 작품을 계속해서 찍어내는 '공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지난 역사를 다지면서 한국 현대무용의 정체성을 단단히 정립하고, 향후 3년 동안 무용단의 깊이를 두껍게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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