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이카와'에 열광하는 20대…캐릭터·세계관 갖고 논다
등록 2026.10.16 00:00:00
日 애니 '극장판 치이카와' 140만명 넘겨
신상 굿즈 밤샘 줄까지 폭발적 인기 누려
관객 중 20대 비중 45% 압도적 지지 보내
귀여운 캐릭터 열광 이례적 흥행 이어져
서슬퍼런 세계관에 2차 콘텐츠로 확장돼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45%. 애니메이션 영화 '극장판 치이카와:인어 섬의 비밀'을 본 특정 세대 관객수 비중이다. CGV 통계를 보면, 이 영화를 본 관객 중 45%가 20대였다. 두 번째로 비중이 큰 30대는 20%로 20대와 차이가 25%P에 달했다.
보통 영화 소비는 30~40대가 이끈다. '극장판 치이카와:인어 섬의 비밀'과 선두 경쟁을 하는 영화 '암살자(들)' 관객은 40대 28%, 30대 21%, 20대는 16%였다. '타짜:벨제붑의 노래'는 30대 31%, 20대 27%, 40대 23%였다. 관객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세대별 관객수는 당연히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진다. '오디세이' 관객수 분포를 보면 30대 27%, 40대 24%, 20대 24%였다. 멀티플렉스 업체 관계자는 "앞서 많은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가 흥행했지만, 20대 관객이 이렇게 많은 건 '치이카와'만의 이례적 특징"이라고 했다.
지난달 30일 국내 개봉한 '극장판 치이키와:인어 섬의 비밀'은 지난 14일까지 141만명이 봤다. 15일 오후 9시 현재 예매관객수는 약 10만명으로 예매 순위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추세라면 주말 중 무난히 150만 관객을 넘길 거로 전망된다. 지난해 '귀멸의 칼날:무한성편'(569만명)과 '체인소맨:레제편'(343만명)이 국내 극장가를 흔들었다면 올해는 '치이카와'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업계는 이 작품 폭발력에 놀라고 있다. 이제 일본 애니메이션이 오타쿠 문화 중 하나가 아니라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됐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번 작품처럼 마니아틱해 보이는 작품까지 흥행할 줄 몰랐다는 것이다. 국내 배급사 관계자는 "작년에 나온 '극장판 진격의 거인 완결편 더 라스트 어택' 관객수가 100만명이었다. '진격의 거인'은 글로벌 팬을 가진 대작이다. '귀멸의 칼날'이나 '체인소맨'도 그렇다. 그런데 '치이카와' 같은 스타일의 작품이 이런 흥행을 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가 있다. 그간 국내에서 흥행한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는 모두 일본 특유의 소녀만화 범주 안에 있었다. 매력적인 캐릭터와 명확한 스토리 라인에 화려한 연출 등은 이들 작품의 토대였다. 파격적인 스토리 라인이라는 평가를 받긴 해도 '체인소맨:레제편' 역시 결국 이 카테고리 안에 있었다. 그런데 '치이카와'는 다르다. '극장판 치이카와:인어 섬의 비밀'엔 큰 줄기 서사가 있긴 해도 극장판 바탕이 된 '치이카와' 시리즈는 이야기라고 할 만한 게 없는 약 1분30초 분량 초단편 애니메이션이다. 다른 일본 애니메이션과 비교하면 어설프다고 해도 될 정도 그림이기도 하다.

국내에선 '먼작귀'로 불리는 '치이카와'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만화가인 나가노 작가가 2017년 엑스에 올린 일러스트에서 출발했다. 치이카와·하치와레·우사기 세 캐릭터가 중심으로 이들의 생활을 보여주는 일상물에 가까운 작품이다. 인기가 점차 올라가면서 2020년엔 '치이카와' 공식 계정을 통해 본격 연재를 시작했고, 2022년엔 TV애니메이션으로 발전했다. 국내에선 넷플릭스·티빙 등 스트리밍플랫폼에서 볼 수 있다. '극장판 치이카와:인어 섬의 비밀'은 일본에서 지난 7월 개봉해 매출액 172억엔(약 1460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다.
제목처럼 귀엽다는 건 이 작품 최대 매력. 지난 2월 서울 용산구에 치이카와 굿즈샵이 생기고, 지난 8일 한정판 신제품 발매 때 오픈런을 넘어 전날 밤부터 대기가 시작됐다는 건 '치이카와'의 귀여운 캐릭터에 20대가 얼마나 열광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일본 현지에서도 '치이카와' 캐릭터 인기는 폭발적이다. '치이카와'는 일본 캐릭터 대상에서 2022년부터 올해까지 2023년 한 해 빼고 모두 그랑프리를 받았다. 국내에 애니메이션을 들여온 경험이 있는 배급사 관계자는 "이모티콘 등으로 젊은 세대에겐 익숙한 캐릭터"라며 "캐릭터 자체로 매력이 있는데, 이 시리즈와 영화를 보다 보면 작품 자체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 "빠져들 수밖에 없는 매력"의 핵심 요소가 '치이카와' 특유의 세계관이다. 이 작품은 귀여운 캐릭터의 귀여운 모습을 나열하지 않는다. 이 귀여운 캐릭터들이 생존하는 모습을 현실적으로 묘사한다. 치이카와와 친구들은 풀을 뽑는 일을 해야 하고, 더 나은 보수를 받기 위해 자격증을 취득해야 하며, 때론 괴물을 때려잡는 위험천만한 일까지 감수해야 한다. 이 일상을 견디지 못하면 괴물이 돼버리기도 하고, 소확행을 즐기기도 한다. 말하자면 '치이카와'엔 사회와 경제가 있고, 생존과 노동과 계급이 있다. 그렇다고 이 작품이 특정 메시지를 내세운다거나 이 세계에 관해 직접 설명하는 건 아니다. '치이카와'는 메시지나 설명 없이 일단 펼쳐 놓는다.

펼쳐 놓은 만큼 '치이카와'는 가지고 놀 수 있는 여지가 풍성하다는 점에서 젊은 세대 지지를 받고 있다. 고단한 일상을 보내는 캐릭터에 나를 대입해 공감하는 것은 이 작품을 즐기는 가장 기본적인 방식. '치이카와'에 빠지면 온전히 설명되지 않은 그 세계관을 해석하고 토론하는 걸 즐기게 된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 '치이카와 세계관'이라고 검색하면 이 작품에 대한 의견을 내놓은 콘텐츠 수백 개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언뜻 아동용 애니메이션처럼 보이는 이 작품이 어른들이 진지하게 그러면서도 즐겁게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 된 것이다.
김경수 평론가는 "이 작품은 만화가 아니라 철학이라는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있을 정도"라며 "'치이카와'는 단순히 관람하는 것을 넘어 공감으로 참여하고, 해석으로 참여하고, 굿즈를 소비하며 참여하는 참여형 콘텐츠가 됐다"고 말했다. 최근 젊은 관객이 열광한 영화는 대체로 이런 경향을 보였다. '백룸'의 리미널스페이스나 '호프'에 대한 갖가지 해석 논쟁 등이 이같은 맥락 안에 있다. 김 평론가는 "보통 이런 류의 작품 소비층은 오타쿠가 중심이 되나 '치이카와'는 귀여운 캐릭터 덕분에 높은 접근성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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