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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러 경유 거래, 기름값 인하 효과 미미…푸틴엔 정치적 이득

등록 2026.10.19 11:53:56

러 경유 480만t, 세계 하루 소비량 수준…기름값 인하 효과 제한적

우크라 위성통신·군사정보 지원 차질…드론 요격에도 영향

[노보로시스크=AP/뉴시스] 2022년 10월11일(현지시간) 러시아 노보로시스크의 셰스하리스 석유단지에 유조선이 정박해 있다. 2022.10.11.

[노보로시스크=AP/뉴시스] 2022년 10월11일(현지시간) 러시아 노보로시스크의 셰스하리스 석유단지에 유조선이 정박해 있다. 2022.10.11.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와 합의한 경유 공급이 국제 경유 가격을 크게 낮추거나 러시아의 전쟁 자금을 늘리는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양보하지 않고도 미국의 제재 압박이 완화되는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는 평가다.

미국 CNBC는 17일(현지시간) 에너지시장과 러시아 경제·안보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번 경유 거래가 러시아에 가져올 경제적 이익보다 정치적 효과가 더 클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대러 제재 완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위성통신과 군사정보 지원에도 차질을 겪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 9일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산 경유 공급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미 재무부는 같은 날 러시아산 경유의 판매·운송·수입 등 관련 거래를 내년 4월 7일까지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최근 제정된 대러 제재법에 따른 주요 제재와 관세의 시행도 유예했다. 경유 거래 허용과 신규 제재 시행 유예는 별개의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합의했다고 밝힌 경유 공급량은 총 480만t이다. 미국의 약 10일치 소비량에 해당하지만 세계 전체 소비량으로는 하루치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 정도 물량으로 국제 경유 가격을 크게 낮추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 석유산업·시장 부문 책임자를 지낸 닐 앳킨슨은 지난 12일 CNBC 방송에서 공급 규모가 세계 경유 시장에 뚜렷한 영향을 미치기에는 턱없이 적다고 지적했다. 경유는 화물 운송과 농업 생산 등에 필수적이어서 가격이 오르면 운송비와 생산비가 상승한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높은 연료 가격은 정치적 부담이다.

러시아가 얻을 경제적 이익도 전쟁 비용 전체와 비교하면 크지 않을 것으로 추산됐다. 러시아와 주변국 정세를 연구하는 싱크탱크 네스트센터(NEST Centre)의 경제 부문 책임자인 세르게이 알렉사셴코 선임연구원은 단계별 합의 중 초기 공급분인 경유 180만t이 향후 3개월 동안 최대 12억5000만 달러의 추가 수출액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같은 기간 러시아 전체 원자재 수출액의 약 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알렉사셴코 선임연구원은 이번 거래로 연방정부가 추가로 거둬들이는 돈이 월 3000만 달러에도 못 미칠 것으로 추정했다. 러시아 정부가 한 달에 거두는 전체 재정 수입의 0.07%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그는 이번 경유 거래가 러시아의 전쟁 재정을 크게 강화하지는 못할 것으로 봤다. 그는 "러시아가 얻는 주된 이익은 정치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제재 압박을 완화하고 서방의 결속을 약화한다"고 말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마리야 스네고바야 선임연구원도 이번 거래가 러시아의 태도를 바꿀 가능성은 작다고 분석했다. 오히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타협하지 않고 압박을 계속하면 미국과 서방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낼 수 있다고 믿게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러시아의 양보 없이 이뤄진 제재 완화가 미국의 신뢰도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7일 엑스(X)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신규 대러 제재 시행 유예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미 마련된 제재를 되돌리거나 시행을 막는 것은 잘못된 결정이라며 러시아에만 도움이 되고 러시아가 공격을 계속하도록 부추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벨기에 브뤼셀에서도 경유 거래가 다른 분야의 제재 완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은행과 특정 개인, 화학산업에 대한 제재까지 풀릴 수 있다는 것이다. 스네고바야 선임연구원 역시 경유 거래 허용 기간이 내년 4월까지인 만큼 당초 발표된 물량보다 더 많은 러시아산 경유가 수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가 직면한 또 다른 문제는 미국의 군사기술과 정보 지원에 대한 의존이다. 미국과의 외교적 갈등이 커지는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위성통신 서비스 이용에 제한을 받았고, 일부 군사정보도 제때 전달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겨울을 앞두고 러시아의 공격을 막아야 하는 우크라이나로서는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우크라이나군은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 스페이스X의 위성통신망 스타링크를 통신과 병참, 드론 운용 등에 활용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이 위성망을 기반으로 정부와 군을 위한 별도의 위성통신 서비스인 스타실드도 개발했다. 최근 스타실드에 이동 속도 제한이 적용되면서 우크라이나군의 일부 드론 운용에 차질이 빚어졌다.

 우크라이나 민간 기반시설에 더 강한 공격을 가할 기회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당국은 CNBC의 거듭된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스네고바야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군사·정보 지원을 압박 수단으로 활용해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까지 제한하려 한다면 경유 거래보다 훨씬 심각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의 정유시설 공격이 러시아 경제에 상당한 손실을 안겼다는 점에서 이러한 공격이 제한되면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을 약화하려는 우크라이나의 노력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6년 9월5일 모스크바 크렘린궁 상원궁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특사인 스티브 윗코프, 재러드 쿠슈너와 회담하고 있다. 2026.09.05.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6년 9월5일 모스크바 크렘린궁 상원궁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특사인 스티브 윗코프, 재러드 쿠슈너와 회담하고 있다. 2026.09.05.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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