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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중반 고성장 바라보는 韓…가계 물가 부담도 커진다

등록 2026.10.21 06:10:36수정 2026.10.21 06:54:24

정부 "실질성장률 최대 3.6%…명목성장률 20%대 관측"

국제유가 100달러 웃돌고 서울 김밥값 4000원 눈앞

컴퓨터 27.4%·휴대전화 8.3%↑…'칩플레이션' 겹쳐

전문가 "체감물가 관리하고 취약계층에 재정 집중"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사진은 지난 9월1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는 모습. 2026.09.01.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사진은 지난 9월1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는 모습. 2026.09.01.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박광온 기자 =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이 3%대 중반까지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3% 중반대 성장률은 저성장 고착화를 걱정하던 우리 경제에 반가운 신호지만 수요를 자극해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도 있다.

고유가와 외식비 상승, IT 제품 가격 급등 등으로 서민들의 생활비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물가 관리 부담은 더욱 커졌다.

2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올해 우리 경제의 실질성장률이 최대 3.6%에 이를 수 있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지난 16일 올해 성장률에 대해 "남은 기간 대외적인 새로운 이벤트가 발생해서 큰 영향을 주는 게 아니라면 3% 중반도 가능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며 구체적으로 3.4~3.6%를 제시했다.

재경부는 지난 7월 발표한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올해 성장률을 3.0%로 전망했다. 불과 3개월 여 만에 전망치를 0.4~0.6%p 가량 높여잡은 것이다. 반도체 수출 호황은 주요 연구 기관들의 전망을 뛰어 넘는 수준으로 경기 개선세를 견인하고 있다.

하지만 견조한 경기 회복세는 물가도 함께 끌어올릴 공산이 커졌다. 9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9%를 기록해 정부의 올해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6%를 상회하고 있다. 석유 최고가격제가 없었다면 물가상승률은 3.5%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명목성장률은 20%대 초반에 이를 전망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상반기 명목성장률이 한 21% 정도 했다"며 "하반기에도 현재까지 이 흐름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니 연간으로도 그 정도로 갈 수 있겠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IMF도 10월 세계경제전망(WEO)에서 한국의 원화 기준 명목 GDP가 지난해 2676조6747억원에서 올해 3256조5464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토대로 계산해보면 올해 한국 명목성장률은 21.7%에 이른다.

명목성장률에서 실질성장률을 뺀 GDP 디플레이터는 16~18% 수준이 될 전망이다. 최근 5년간 GDP 디플레이터 평균 상승률(2.8%)을 크게 상회한다.

GDP 디플레이터는 한 나라에서 생산되는 모든 재화와 서비스의 종합적인 물가 수준을 나타낸다. 올해 GDP 디플레이터에는 반도체 수출 가격 상승의 영향이 훨씬 크게 반영돼 있지만 전반적인 물가 수준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고유가·외식비에 '칩플레이션'까지…취약계층 생계비 부담 가중

우리나라는 주요 선진국 중 비교적 물가 상승세를 잘 억제해 온 나라에 속하지만 생활물가 상승은 점차 민생 부담을 키우고 있다.

중동전쟁 장기화 등 영향으로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고 있고, 김밥·김치찌개 등 외식비도 상승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국제 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 12월 인도분은 19일(현지시간) 배럴당 109.55달러,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1월물은 배럴당 103.6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8월 초 브렌트유는 미국과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협상 진전 기대에 배럴당 80달러 아래로 내려왔으나, 최근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와 원유 공급 차질 우려로 다시 100달러를 웃도는 수준으로 올라선 것이다.

국제유가 상승이 국내 물가에도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올해 1~9월 누적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정부의 연간 전망치와 같은 2.6%를 기록했다. 고유가에 따른 비용 부담이 다른 상품과 서비스 가격으로 번질 경우 연간 상승률이 전망치를 웃돌 가능성도 있다.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가격 변화를 쉽게 체감할 수 있는 외식비 역시 오름세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김밥 한 줄 평균 가격은 3923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00원(8.3%) 올랐다. 비빔밥 한 그릇은 1만2000원으로 423원(3.7%) 상승했다.

전국 평균 김치찌개 백반 가격은 9092원, 칼국수는 9071원으로 각각 4.0%, 3.1% 올랐다. 두 메뉴 모두 지난해 9월에는 8000원대였지만 올해는 9000원대로 올라섰다.

반도체 가격 상승이 전자제품 가격으로 번지는 '칩플레이션'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컴퓨터 가격은 전년 동월보다 27.4% 상승했다. 상승률은 8월(23.7%)보다 3.7%포인트(p) 확대됐다. 휴대용멀티미디어기기(태블릿)와 저장장치 가격도 각각 22.5%, 45.9% 올랐다.

이들 제품은 최근 가격이 급등한 메모리 반도체를 주요 부품으로 사용한다.

휴대전화기 가격도 오름폭을 키우고 있다. 지난달 휴대전화기 가격 상승률은 8.3%로, 8월(4.3%)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전문가들 "체감물가 관리·취약계층 지원에 재정 집중해야"

이처럼 고유가와 외식비, 전자제품 가격 상승이 현실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 회복에 따른 소비 확대가 물가를 추가로 밀어 올리면 성장의 온기를 충분히 누리지 못하는 취약계층의 생계비 부담은 한층 커질 수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물가 안정과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지원이 필요한 곳에 재정을 집중하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도체 중심 경기 회복으로 K자형 양극화가 심화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부는 체감물가 관리와 취약계층 부담 완화에 더 신경 써야 한다"며 "지금과 같은 확장 재정 정책보다는 필요한 곳에 집중적으로 재정을 투입하는 방식이 더 중요해졌다"고 밝혔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방향의 재정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장의 과실이 일부 계층에 집중되면서 서민층의 체감 어려움은 더 커질 수 있다"며 "포용과 상생의 재분배 정책 조합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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