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강제수사 예외 아냐 vs 진료 방해…"시스템 만들자"
등록 2026.10.25 10:00:00
형소법·응급의료법 해석 충돌
경찰 "압수수색 구역 제한 없어"
의료계 "생명 현장 유린 과잉수사"

아주대학교병원 응급실 모습.뉴시스DB
경찰과 의료계가 각 분야의 관련 법률을 근거로 압수수색 타당성에 대한 판단이 갈리면서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는 모양새다.
경찰의 압수수색에 의료계 '반발'
이 사건은 지난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7월15일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생후 4개월 영아가 청색증(혈액 속 산소가 부족해 피부 등이 푸르게 보이는 증상)으로 내원했다.
당시 의료진은 영아에 대한 응급처치를 진행했으나 결국 사망했고, 이후 유가족은 8월27일 의료진의 의료과실을 주장하며 경찰에 고소장을 냈다.
경찰은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압수수색이 필요하다고 판단, 9월17일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다.
이어 9월30일 오전 11시께 아주대병원 소아응급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아주대병원 소아응급실에는 2개의 진료실과 3개의 처치실이 있는데, 당시 한 곳의 처치실에 환아가 있어 경찰은 먼저 환자가 없던 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15분간 실시했다.
경찰은 환아가 있던 처치실에 대해 병원 측에 압수수색이 가능한 시간을 요청했고, 4시간여 후인 오후 3시께 환아가 없다는 연락을 받아 관계자와 들어가 약 2분간 사진을 찍고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외 외래실 등 진료와 관련된 곳에 대해서도 환자가 없는 시간대를 이용했다는 것이 경찰 설명이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이 15일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소아응급센터 압수수색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10.15. myjs@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10/15/NISI20261015_0021489584_web.jpg?rnd=20261015091959)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이 15일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소아응급센터 압수수색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10.15. [email protected]
의료계는 연이어 성명을 내 "센터에 치료 중인 환아가 있었다. 집행 시간이 짧고, 빈 곳을 이용했다고 해서 강제수사 정당성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중증 환아를 많이 보는 병원은 안타까운 사망을 완전히 피할 수 없다. 그때마다 수사 인력이 진료 중인 응급실에 들이닥친다면 의사들이 먼저 현장을 떠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형사소송법'과 '응급의료에관한법률' 해석 충돌
실제 형사소송법은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와 공무상 비밀에 관한 것, 업무상 비밀에 관한 것에서는 책임자 등의 승낙이 없을 시 압수수색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지만, 병원이나 응급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할 수 없다는 항목은 담고 있지 않다.
경찰 형소법를 들어 '응급실'은 특별한 예외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경기남부청은 "환자 치료 중 수사가 이뤄진 것은 없다"며 진료권 침해 부분에도 선을 그었다.
경찰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압수수색 당일 치료 중에 들어간 것은 없다. 병원 관계자 협조를 받아 진료 및 치료에 지장이 없도록 진행했다"며 "경찰은 환자의 치료 권리나 의료진의 진료권을 침해하면서 압수수색을 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최근 이뤄진 국정감사장에서는 경찰이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을 어겼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감장에서 "법률(응급의료에관한법률)상 응급의료 방해 금지가 있다"며 "수사에 따라 할 수 있다고 하는데, 하면 안 되는 것으로 경찰이 법을 어겼다"고 지적했다.

경찰 압수수색 박스. 뉴시스DB
이는 누구든지 응급의료종사자와 간호조무사, 구급차 등 응급환자에 대한 처치 또는 진료를 폭행이나 협박, 위계, 위력, 그 밖의 방법으로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생명 다투는 응급실' 결국 시스템 만들어야
의료계는 물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수사기관의 응급실에 대한 강제수사 시 참고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과 현장 압수수색을 줄일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있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시됐다.
보건복지부는 논란 이후 경찰청과 필수 의료 분야 의료 사고 수사 절차 개선을 위한 회의를 열고 가이드라인에 대한 논의를 나누는 등 제도 마련에 나섰다.
이근우 가천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의료 관련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적기에 치료가 이뤄졌는지 확인할 수 있는 당시 기록인 만큼, 그 기록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압수수색은 최초 진료 과정 등이 담긴 의료기록 등을 확보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라며 "기록에 수정 작업 표시를 하거나 작성 즉시 중앙 전산에 기록하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경찰이 손상 가능성 없는 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면 현장 압수수색은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고 언급했다.
조석주 부산대학교 응급의학과 교수는 "모든 의료 기록은 전산에 등록되는 만큼, 24시간 생과 사를 넘나드는 응급실에 직접적인 수사를 하기보다 전산 시스템을 이용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환자가 오가는 병원 현장보다는 전산실에 대한 수사를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방식을 고민해야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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