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 간이식은 한국뿐"…1만㎞ 날아온 미국인
등록 2026.10.28 11:02:41수정 2026.10.28 11:06:45
간경화 앓던 폐루계 미국인, 한국서 간이식
![[서울=뉴시스] 마르코(왼쪽에서 4번째)씨와 딸 킴벌리씨가 귀국을 앞두고 지난 21일 서울아산병원 신관 옥외정원에서 간이식·간담도외과 의료진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서울아산병원 제공)](https://img1.newsis.com/2026/10/28/NISI20261028_0002275991_web.jpg?rnd=20261028102054)
[서울=뉴시스] 마르코(왼쪽에서 4번째)씨와 딸 킴벌리씨가 귀국을 앞두고 지난 21일 서울아산병원 신관 옥외정원에서 간이식·간담도외과 의료진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서울아산병원 제공)
일평생을 조국인 페루의 소외된 계층에게 봉사하며 살아오던 폐루계 미국인 자선사업가가 한국에서 생체간이식을 받고 건강을 되찾았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간이식팀은 간경화를 앓던 마르코 안토니오 키로스(69)씨에게 딸 킴벌리 루시아 키로스(30)씨의 간 일부를 이식하는 생체간이식에 성공했다.
마르코씨는 지난해 9월께 배가 계속 불러오는 느낌에 페루 병원을 찾았다. 배에 물이 차는 복수 증상이었다. 지방간은 어느 새 간섬유화로 진행돼 있었다. 숨쉬기가 조금 힘들어지기 시작한 올해 2월, 다시 병원에 갔을 때는 복수가 심해지고 폐에도 체액이 축적된 상태였으며, 간 조직이 딱딱하게 굳어가는 간경화 소견까지 들었다.
미국 의료진은 마르코씨에게 신장도 망가질 위험이 크고, 간이식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미국에서 뇌사자 간이식은 대기만 최소 1년 이상 걸린 다는 점이었다. 또, 폐루에서는 간이식이 가능한 나이가 65세라 마르코씨는 수술 대상에서 제외됐다.
삶의 벼랑 끝에 선 마르코씨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생체간이식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그는 또 한국이 전 세계에서 생체간이식 경험이 가장 많으며 생존율도 최고 수준이라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그는 생체간이식을 안전하게 시행하는 국가와 병원을 하나 둘 추렸고, 한국의 서울아산병원에서 수술을 받기로 결심했다.
결심이 선 마르코 씨는 지난 5월 말 가족들과 함께 1만㎞를 날아 한국에 도착했다. 마르코씨와 자녀들은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해 생체간이식을 위한 각종 검사를 받았고 딸이 공여자로 결정됐다.
마침내 지난 8월 14일 17시간이 넘는 수술 끝에 딸의 간 일부가 마르코 씨에게 성공적으로 이식됐다. 마르코씨 부녀는 수술 후 무사히 회복해 최근 퇴원했으며 이달 29일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마르코씨는 미국과 페루를 오가며 부동산 건설 사업과 자선사업을 활발히 펼쳐왔다. 부동산 건설 사업으로 얻은 수익을 바탕으로 양로원 노인이나 저소득층 가정, 투병 중인 환아 등 도움이 필요한 곳이면 가리지 않고 찾아가 물품과 금전적 후원을 이어왔다.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석좌교수는 "최근 모로코에서도 두 형제가 간암 아버지를 모시고 머나먼 한국까지 찾아와 아버지의 건강을 되찾아주었는데, 이번엔 페루 출신 미국인 부녀가 한국의 간이식으로 고귀한 생명을 얻었다"며 "서울아산병원이 말기간부전 및 간암 환자들이 마지막 희망을 안고 찾는 병원이 되었다는 데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마르코 씨는 "올해 초 폐까지 물이 차면서 숨쉬기가 힘들어졌을 때는 내 몸이 좋아질 거라는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한국까지 날아왔고 난생처음 밟아보는 낯선 땅 한국에서 기적처럼 생명을 되찾을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폐루에서 계속 봉사할 기회를 얻게 돼 무척 행복하다. 한국에서 얻은 새 생명으로 조국의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며 살아가겠다"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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