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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빨대'가 쏘아올린 소방 재정…약속 넘어 실천으로 답할 때

등록 2026.10.30 14:01:00

[서울=뉴시스] 사회정책부 강지은 기자

[서울=뉴시스] 사회정책부 강지은 기자

[서울=뉴시스] 강지은 기자 =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이른바 '소방 재정 빨대' 발언 논란과 소방관 1명이 순직한 부천 공장 화재를 계기로 국회와 정부가 앞다퉈 소방 국비 지원 확대와 소방관 처우 개선을 약속하고 나섰다. 소방 재정의 국가 책임을 강화하고, 반복되는 순직 사고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빨대'라는 표현은 그 취지와 별개로 소방 재정 문제의 본질을 설명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았다. "소방 공무원을 마치 재정을 축내는 짐짝처럼 취급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등 적잖은 파장과 정쟁을 불러오기도 했다. 다만 그동안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던 소방 재정의 구조적 문제와 이른바 '반쪽짜리 국가직'의 현실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는 의미를 짚어볼 만하다.

소방 공무원은 2020년 국가직으로 전환됐지만, 여전히 소방 재정의 상당 부분인 90%를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고 있다. 국가직으로 신분만 바뀌었을 뿐, 화재 진압과 구조 등 소방 업무는 지자체의 '자치 사무'로 그대로 남으면서 지역의 재정 형편에 따라 예산과 근무 여건이 달라지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2024년 기준 소방 공무원 1인당 담당 인구는 서울 1255명, 전남 396명으로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지난해 1인당 피복비도 지역에 따라 25만~70만원, 위탁 교육비는 4만1000원~42만8000원으로 격차를 보였다. 특히 예산의 상당 부분이 인건비로 쓰이면서 노후 장비 교체나 시설 개선 투자도 어려움이 있는 실정이다. 소방관의 생명을 보호하는 개인보호장비 6종 60만5936개 중 23만5926개(38.9%)는 사용 기한을 초과한 상태다.

소방 국비 지원 확대와 처우 개선을 약속한 국회와 정부의 목소리는 분명 환영할 일이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소방 재정의 국가 부담 부분을 얼마나 강화할 것인지 추가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국비 지원을 충분히 늘리고, 노후 장비부터 확실히 바꿔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예산 당국인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과 소방청을 지휘·감독하는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도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제는 얼마나 현실화될 수 있을지 여부다. 논란이 불거졌을 때만 '제도 개선', '대책 마련'을 외치다가 여론이 잠잠해지면 흐지부지되는 일은 국민에게 낯설지 않다. 어렵게 국가직 전환을 이뤄냈지만, 6년이 지나도 여전히 제자리 걸음인 현실을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된다. 소방 재원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마련할지도 풀어야 할 과제다. 윤 장관은 미래대응기금이나 담뱃세 일몰분 일부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재원 확보 방안이나 실행 계획이 마련된 것은 아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 소방 공무원들에 대한 처우 개선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다. 더 늦기 전에 국가직 전환이 신분상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재정 지원과 근무 여건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치권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말뿐인 약속이 아닌 구체적인 실천으로 답해야 할 때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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