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구호도 소년들도 거꾸로…바젤리츠 마지막 그림 ‘나의 학교’ 첫 공개
등록 2026.10.30 09:59:42수정 2026.10.30 10:42:16
뉴욕 가고시안서 11월 12일 개막…생전 직접 구상한 전시
어린 시절 나치 독일 학교 기억 담은 4.5m 마지막 완성 회화
서울 세화미술관서 대규모 회고전 한창…12월 27일까지

Georg Baselitz Meine Schule, die Jungs (My School, the Boys), 2026 Oil and gold oil paint on canvas 118 1/8 x 177 1/4 inches (300 x 450 cm) © Georg Baselitz 2026 Photo: Ulrich Ghezzi Courtesy the artist and Gagosian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소년들이 거꾸로 매달려 있다. 황금빛 화면 위로 분홍색 인물들이 줄지어 서 있다. 발은 하늘을 향하고 머리는 아래로 향한다.
그 아래에는 독일어 문장이 거꾸로 적혀 있다.
‘Ein Volk, Ein Reich, Ein Führer.’
‘하나의 민족, 하나의 제국, 하나의 지도자.’ 나치 독일의 구호다.
독일 현대미술의 거장 게오르크 바젤리츠(1938~2026)가 생애 마지막에 그린 작품 ‘나의 학교, 소년들(Meine Schule, die Jungs·2026)’이다.
평생 인물을 거꾸로 그리며 회화의 관습을 뒤집었던 화가가 마지막에 돌아간 곳은 어린 시절의 학교였다.
세계적인 갤러리 가고시안은 오는 11월 12일부터 2027년 1월 23일까지 미국 뉴욕 웨스트 24번가 전시장에서 바젤리츠 개인전 ‘마이네 슐레(Meine Schule·나의 학교)’를 개최한다.
지난 4월 별세한 작가의 마지막 완성 회화와 마지막 조각을 선보이는 전시다. 바젤리츠가 생전에 직접 전시를 구상하고 디자인했으며, 미술사학자 리처드 칼보코레시가 큐레이팅했다.
전시 제목이 된 ‘나의 학교’ 연작은 작가가 1940년대 어린 시절을 보낸 독일 도이치바젤리츠의 학교에서 출발한다.
아버지가 교사로 일했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가족이 살았던 곳이다. 당시 학교 건물 밖에는 아돌프 히틀러의 생일과 같은 행사 때 나치 구호가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바젤리츠는 이 기억을 바탕으로 ‘나의 학교, 소년들’과 ‘나의 학교, 소녀들’을 제작했다. 두 작품 모두 2026년 완성했으며 이번에 처음 공개된다.
가로 4.5m에 이르는 ‘나의 학교, 소년들’에서는 인물과 글씨가 모두 거꾸로 뒤집혀 있다. 분홍색 인물들의 형상은 뭉개지고 흘러내리는 듯하다. 역사적 기억을 불러냈지만 장면을 사실적으로 재현하지는 않았다.
1938년 나치 독일에서 태어난 바젤리츠는 전쟁과 분단을 겪으며 성장했다. 1960년대부터 독일의 역사와 전후 세대의 불안, 인간의 실존을 거친 형상과 강렬한 붓질로 표현했다.
1969년부터는 인물을 거꾸로 그리기 시작했다. 대상을 알아보는 익숙한 방식을 뒤집어 관객이 회화의 형식과 표현 자체에 주목하도록 한 실험이었다.
그가 마지막에 다시 그린 것은 자신의 출발점이었다. 어린 시절의 학교는 60여 년에 걸친 회화적 탐구가 되돌아온 장소가 됐다.

Georg Baselitz Keine Fehler (No Errors), 2026
Oil and gold oil paint on canvas 137 7/8 x 90 5/8 inches (350 x 230 cm) © Georg Baselitz 2026 Photo: Ulrich Ghezzi Courtesy the artist and Gagosian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전시에는 황금빛 바탕에 인물을 거꾸로 그린 후기 회화도 함께 나온다.
2025년 제작한 ‘질문도, 도취도 없다(Keine Frage, Euphorismus)’와 2026년작 ‘오류는 없다(Keine Fehler)’에서는 가느다란 검은 선으로 표현한 인체가 거꾸로 놓여 있다. 인물 위에는 분홍색과 파란색, 노란색 등 두껍게 칠한 물감이 뭉쳐 있다.
작가는 자신과 아내 엘케를 단순한 검은 선으로 표현하고, 그 위에 화려한 붓질을 더했다. 이를 두고 바젤리츠는 작품마다 ‘잘못 놓인 빌럼 데 쿠닝’을 추가했다고 표현했다.
바젤리츠는 생전 이 그림들에 대해 “문학도, 이야기도, 정치적이거나 이념적인 것도 아니다”라며 “과거와 현재 사이에 임시로 그어진 선에 무언가를 더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마지막 조각 ‘스트라빈스키(Strawinsky·2026)’도 공개된다.

Georg Baselitz Strawinsky (Stravinsky), 2026 (detail) Patinated bronze and enamel paint 89 3/8 x 95 3/4 x 116 1/8 inches (227 x 243 x 295 cm)
Edition of 6 + 3 AP © Georg Baselitz 2026 Photo: Martin Müller, Berlin Courtesy the artist and Gagosian *재판매 및 DB 금지
높이 2.27m의 청동 인체가 앉아 있다. 몸통은 꼿꼿하지만 커다란 머리는 아래로 깊이 꺾여 있다. 흰색으로 마감한 표면에는 나무를 거칠게 깎은 듯한 흔적이 남아 있다.
이 작품은 바젤리츠가 2025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마리오네트극장에서 공연한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병사의 이야기’를 위해 제작한 인형과 무대 디자인에서 출발했다.
작가는 판지와 호일로 인형을 구상했고, 이를 조각으로 발전시켰다. 몸통과 달리 무너져 내리는 듯한 머리와 팔다리는 작품 속 주인공이 맞는 최후를 떠올리게 한다.
또 다른 대형 청동 조각 ‘1965’(2024)도 함께 전시된다. 독일 화가 A. R. 펜크가 1964~1965년 그린 동료 예술가들의 모습을 참조한 작품이다.
가고시안과 바젤리츠의 협업은 25년 넘게 이어졌다. 래리 가고시안은 전시 도록 서문에서 이번 작품들이 60년에 걸친 작가의 예술 인생을 마무리하는 ‘창조적 금광’이라고 평가했다.
뉴욕에서 바젤리츠의 마지막 작품 공개를 앞둔 가운데, 서울에서는 그의 사후 국내 첫 대규모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세화미술관은 12일 서울 종로구 세화미술관에서 독일 신표현주의 대표 작가 게오르그 바젤리츠(Georg Baselitz) 회고전 기자간담회를 갖고 작품 '빨강, 주황, 노랑의 반대'를선보이고 있다. 2026.08.12. pak7130@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8/12/NISI20260812_0021396507_web.jpg?rnd=20260812141637)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세화미술관은 12일 서울 종로구 세화미술관에서 독일 신표현주의 대표 작가 게오르그 바젤리츠(Georg Baselitz) 회고전 기자간담회를 갖고 작품 '빨강, 주황, 노랑의 반대'를선보이고 있다. 2026.08.12. [email protected]
지난 4월 30일 88세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작품은 여전히 관객을 만나고 있다. 지난 5월 베네치아에서 열린 특별전에 이어, 서울 광화문 세화미술관에서는 생전에 준비한 전시가 진행 중이다.
지난 8월 12일 개막한 이번 전시는 바젤리츠의 약 60년에 걸친 작품 세계를 조명한다. 1966년 초기작부터 2026년 신작까지 회화와 드로잉, 조각 46점을 선보인다. 이 가운데 39점은 국내 첫 공개다.
세화미술관 소장품 10점을 비롯해 바젤리츠 스튜디오와 타데우스 로팍 등에서 작품을 모았다. 전체 출품작의 보험가액은 약 1500억원에 달한다.
국내 미술관에서 바젤리츠를 집중 조명하는 것은 2007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의 ‘게오르그 바젤리츠: 러시안 페인팅’ 이후 19년 만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초기 ‘절편 회화’의 소 그림부터 인물을 거꾸로 그린 회화, 말년의 금빛 회화까지 바젤리츠의 작품 세계를 따라갈 수 있다.
전시장을 찾은 바젤리츠의 장남 다니엘 블라우는 금빛 회화가 걸린 마지막 전시실을 둘러본 뒤 “바젤리츠를 위한 채플(예배당) 같다”며 감동을 전했다.
세화미술관 바젤리츠 전시는 12월 27일까지 열린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세화미술관은 12일 서울 종로구 세화미술관에서 독일 신표현주의 대표 작가 게오르그 바젤리츠(Georg Baselitz) 회고전 기자간담회를 갖고 골드 페인팅 연작을 선보이고 있다. 2026.08.12. pak7130@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8/12/NISI20260812_0021396521_web.jpg?rnd=20260812141559)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세화미술관은 12일 서울 종로구 세화미술관에서 독일 신표현주의 대표 작가 게오르그 바젤리츠(Georg Baselitz) 회고전 기자간담회를 갖고 골드 페인팅 연작을 선보이고 있다. 2026.08.12.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