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수 오래된 노래, 버추얼 가수 '원'의 숨으로 피어나다 [인터뷰]
등록 2026.11.08 08:00:00
2000년대 발라드 시대 풍미한 작곡가, 첫 가상 아티스트 8일 론칭
"AI가 99점이면 나머지 1%는 사람 몫"
"하고 싶던 음악 이제 마음껏"…목표는 빌보드 1위
![[서울=뉴시스] 조영수. (사진 = 브이토피안 제공) 2026.11.0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11/07/NISI20261107_0002285593_web.jpg?rnd=20261107092803)
[서울=뉴시스] 조영수. (사진 = 브이토피안 제공) 2026.11.0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바다 건너에서 온 낯선 언어의 노래를 들으며 가슴이 먹먹해지던 소년이 있었다. 노랫말을 다 옮기지 못해도 그는 이미 그 노래를 다 알아들었다. 귀보다 마음이 먼저 듣는 법을, 그는 그렇게 배웠다. 훗날 한국 발라드의 한 시절을 써 내려간 작곡가가 된 그 소년이, 이제 언어와 국경을 건너갈 노래를 부를 목소리를 직접 빚어냈다. 사람이 아닌 목소리다.
작곡가 겸 프로듀서 조영수가 첫 버추얼 아티스트 '원(WON)'을 세상에 내보낸다. 원은 8일 오후 6시 첫 싱글 '마마 송(Mama Song)'을 발표하고 정식 데뷔한다. 조영수가 기획부터 제작까지 직접 지휘한 프로젝트다. 최근 서울 강남구에서 만난 그는 "저는 멜로디가 지닌 원초적인 힘을 확고하게 믿는다"고 했다. 원은 그 믿음을 시험하는 가장 대담한 방식이다.
'저작권료 1위' 히트메이커의 오래된 목마름
숫자는 그 시절을 건조하게, 그래서 더 정확하게 증언한다. 그는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 연속 저작권료 수입 1위를 지켰다. 2009년 공개된 한 해 저작권료만 11억 원을 넘었다. 2011년 처음 열린 한국음악저작권대상에서는 대상의 주인공이 됐고, 2016년 한국음악저작권협회(KOMCA) 저작권대상에서는 작곡가상과 편곡가상을 함께 받았다. 이후 홍진영 '사랑의 배터리'로 트로트까지 영역을 넓혔다. TV조선 '미스트롯'·’미스터트롯' 마스터로 활약하면서는 임영웅의 우승 특전곡 '이제 나만 믿어요'를 지었고,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시상식 음악감독도 맡았다.
그러나 정점에 섰다고 해서 충만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이렇게 털어놨다. "감사하게도 대중 작곡가로서 일찍부터 큰 사랑을 받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음악보다는 제작자나 가수, 대중이 원하는 히트곡 위주로 곡을 써야 했습니다. 작곡가로서 행복하면서도 음악적 목마름과 갈증은 항상 컸죠."
![[서울=뉴시스] 원(WON). (사진 = 브이토피안 제공) 2026.11.0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11/07/NISI20261107_0002285590_web.jpg?rnd=20261107092631)
[서울=뉴시스] 원(WON). (사진 = 브이토피안 제공) 2026.11.0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갈증의 뿌리는 깊다. 아홉 살에 클래식 피아노를 시작한 소년은 중학생 무렵 퀸시 존스와 스티비 원더를 듣고 흑인 음악 특유의 솔(soul)에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이어 데이비드 포스터의 웅장한 화성과 스탠더드 팝 편곡을 몸에 익혔고, 성인이 된 뒤에는 미니멀하면서도 거친 브리티시 팝에 빠져들었다. 영어로 노래하는 해외 아티스트와 작업하고 싶다는 바람은 그렇게 자라났지만, 늘 현실의 제약에 부딪혔다. 음대 문턱 앞에서 돌아서야 했던 청년의 우회가, 히트메이커가 된 뒤에도 다른 모양으로 되풀이된 셈이다. 그가 다다른 결론은 이랬다. "내가 원하는 음악을 온전히 불러줄 캐릭터 가수를 직접 만들어서, 영어 노래든 다양한 장르든 제한 없이 표현해 보자."
가상의 몸, 사람의 노래
1998년 '한국 사이버 가수 1호' 아담이 넘지 못한 벽은 렌더링의 지체와 이른바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였다. 지금의 모션 캡처 기술은 표정의 미세한 떨림과 시선 처리, 눈가 주름까지 담아낸다. 그래도 그는 과장하지 않았다. "실제 인간이 아니기에 오는 미세한 이질감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더라도, 그 간극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좁혀졌어요." 완벽하다고 말하지 않는 데서 오히려 신뢰가 생긴다.
![[서울=뉴시스] 조영수. (사진 = 브이토피안 제공) 2026.11.0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11/07/NISI20261107_0002285591_web.jpg?rnd=20261107092710)
[서울=뉴시스] 조영수. (사진 = 브이토피안 제공) 2026.11.0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회사 이름 브이토피안(VTOPIAN)은 가상(Virtual)과 '이상향을 꿈꾸는 사람'(Utopian)을 엮었다. 이상향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꿈꾸는 사람을 이름에 새겼다는 점이 흥미롭다. 조영수에게 유토피아는 "하고 싶었던 음악을 온전히 현실화하는 공간"이다. 원이 대중과 맺으려는 관계도 거창하지 않다. 팬들이 보내온 일상의 사연과 고민으로 노래를 지어 위로를 건네는 프로젝트를 구상 중인데, 그는 이를 "실시간에 가깝게 화답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청취자의 엽서를 읽고 말없이 노래를 틀어주던 심야 라디오의 온기를 닮았다.
'엄마'라는 가장 오래된 노래
왜 하필 엄마였을까. 그는 "'내가 존재하는 이유', '원이 세상에 태어난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결국 '엄마'라는 존재로 귀결됐다"고 했다. 국적과 인종, 세대와 성별을 넘어 조건 없이 통하는 보편의 언어라는 판단이다. 태어난 적 없는 존재가 처음 부르는 노래가 자신의 근원에 대한 노래라는 것은, 기술의 이야기라기보다 존재의 이야기에 가깝다.
![[서울=뉴시스] 원(WON). (사진 = 브이토피안 제공) 2026.11.0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11/07/NISI20261107_0002285589_web.jpg?rnd=20261107092608)
[서울=뉴시스] 원(WON). (사진 = 브이토피안 제공) 2026.11.0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99점 너머의 1%
"AI가 작곡한 곡들은 방대한 빅데이터로 시대별 히트 공식을 정밀하게 학습했기에 기술적 완성도가 99점에 달해요. 하지만 나머지 1%의 '새로움'은 오직 인간만이 채울 수 있죠. 저 역시 기존 문법과 비슷한 흐름이 감지되면 과감하게 버리고 전혀 새로운 길을 찾으려 고심합니다."
그는 이렇게도 말했다. "AI에게 '조영수 스타일로 작곡해 줘'라고 하면 제가 발표한 760여 곡의 패턴을 분석해 그럴듯한 결과물을 내놓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그 760곡에서 단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멜로디를 쓰기 위해 고군분투하죠." 복제할 수 있는 것은 이미 쓰인 것뿐이다. 아직 쓰이지 않은 것은 복제되지 않는다.
![[서울=뉴시스] 조영수. (사진 = 브이토피안 제공) 2026.11.0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11/07/NISI20261107_0002285594_web.jpg?rnd=20261107092821)
[서울=뉴시스] 조영수. (사진 = 브이토피안 제공) 2026.11.0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목소리는 기술의 몫이다. 조영수가 직접 가이드 보컬을 녹음하면, AI 변환 과정을 거쳐 원의 최종 음색으로 완성된다. 이 음색은 그가 선호하는 음역대와 이퀄라이징, 톤의 질감을 연구해 설계한 것이다. 브이토피안 측은 전문 음성 합성 기술로 구축했기 때문에 가이드를 부르는 실연자가 바뀌어도 원 고유의 목소리는 그대로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노래를 지은 손도, 그 노래에 처음 숨을 불어넣은 목소리도 사람의 것이다. 기술은 그 숨이 머물 그릇을 빚었을 뿐이다.
빌보드라는 먼 항구
그 끝에 놓인 목적지는 선명하다. "이제 남은 음악 인생의 명확한 목표는 빌보드 1위 곡을 쓰는 작곡가가 되는 것입니다. 방탄소년단(BTS)을 비롯한 K-팝 아티스트들 덕분에 한국 음악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문턱이 크게 낮아졌어요. 진정성 있는 팝과 R&B를 쓴다면 허황된 꿈만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는 대중이 '이 곡을 정말 조영수가 썼다고? 내가 알던 조영수 스타일이 아닌데 왜 이렇게 좋지?'라고 반응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자신이 쌓아 올린 이름을 스스로 낯설게 만드는 일. 성공한 창작자가 할 수 있는 가장 어려운 모험이다.
그가 바라는 음악은 거창한 담론이 아니다. 한없이 슬플 때는 마음껏 울게 하고, 벅찰 때는 하늘을 날 듯한 기쁨을 주는 음악, 그의 표현으로는 감정을 증폭시키는 '소리굽쇠' 같은 음악이다. 원에게 건네고 싶은 말을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어린 시절 우리가 만화나 영화 속 가상의 존재를 진심으로 사랑하며 위로받았듯, 실재하는 인간이 아닐지라도 대중의 고단함을 덜어주고 기쁨을 주는 따뜻한 존재가 됐으면 좋겠다."
번역을 기다리지 않고 노래를 알아들었던 그 소년처럼, 우리는 노래하는 이가 사람이 아님을 알면서도 그 노래에 울 수 있을 것이다. 조영수가 원이라는 배를 띄워 향하는 곳은 기술의 첨단이 아니다. 가장 오래되고 가장 연약한 인간 감정의 한가운데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