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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슈가 '대취타' 노래속 '명금일하대취타'~그 소리 주인공 정재국 명인의 바람

등록 2020.07.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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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대취타 기능보유자 정재국 명인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2020.07.05.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대취타 기능보유자 정재국 명인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2020.07.0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한국 솔로 가수로 빌보드 양대 차트인 '핫 100'과 '빌보드 200'에 이름을 유일하게 올린건 '어거스트 디'다. 다소 생소한 이 이름은 전 세계적인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의 멤버 '슈가'가 솔로 앨범을 내며 내민 아티스트명이다.

말 그대로 '센세이셔널'했던 그의 신곡 '대취타'는 태평소와 꽹과리, 그리고 '명금일하대취타'라는 한 남자의 외침으로 시작한다.

음율을 타며 '명금일하대취타'를 외치는 이는 올해 78세의 정재국 명인이다. 그는 중요무형문화재 제46호 피리정악 및 대취타 예능 보유자로서 현재 유일한 대취타 예능 '보유자'다. 국가무형문화재 전승 체계는 이수자로 시작해 전수교육조교(준보유자)를 거쳐 최종 보유자가 되는 순서로 설계돼 있다.
[서울=뉴시스] 어거스트 디 '대취타'. 2020.05.23. (사진= 유튜브 캡처)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어거스트 디 '대취타'. 2020.05.23. (사진= 유튜브 캡처) [email protected]


'대취타'라는 용어는 슈가가 이번 음반을 내며 새롭게 만들어 낸 말이라는 일부의 오해와 달리 조선시대부터 전해져 내려온 우리나라의 행진곡풍 군례악의 명칭이다. 군례악은 임금의 거둥(나들이) 때나 군대 의식 등에서 연주하던 국악을 뜻하며, '대취타'라는 명칭이 사용되기 전인 삼국시대에도 존재했다.

대취타는 우리나라 고유의 대표적인 행진곡인 만큼 외국에서 귀빈이 올 때면 이들을 환영하기  연주되곤 한다. 실제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땅을 밟았을 때 대취타가 전 세계에 울려 퍼졌다.

하지만 대부분 그저 이 연주가 전통음악이었겠거니 생각만할 뿐 막상 이 연주(방식)에 이름이 있다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슈가의 음악으로 '대취타'를 알리게 돼 기쁘지 않냐"고 하자 "슈가 음악은(대취타하고)아무 상관이 없다"고 무신경하게 말했다.

"대취타와 비슷한 면은 아예 없다. 그것은 슈가의 음악일 뿐"이라는 것. "제목만 대취타"라고 일갈하면서도 싫은 내색은 아니다. "목소리는 예전에 대취타 연주 때 내가 했던 것을 그쪽에서 가져다 쓴 것인데, 물론 내 목소리는 잘 나왔더라"면서도 '대취타'라는 이름 세 글자를 알리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대취타 기능보유자 정재국 명인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은 정재국 명인의 활동 모습. 2020.07.05.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대취타 기능보유자 정재국 명인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은 정재국 명인의 활동 모습. 2020.07.05. [email protected]

'명금일하대취타'는 '징을 한 번 친 후 대취타를 시작하라'는 의미다. 

"예전에는 호령하는 식으로 했다. 그런데 나는 음을 타면서 '명금일하대취타'를 했다. 그랬더니(사람들이)더 좋아하더라. 지금은 호령하는 방식, 음율을 타는 방식 두 가지를 쓴다."

'취타'란 '불고 친다'라는 의미로 취악기(불어서 소리를 내는 악기)와 타악기(때려서 소리를 내는 악기)를 뜻한다. 취타를 달리 '고취(악)'이라고도 하는데, 이 역시 치는 악기와 부는 악기의 연주라는 뜻이다.

현재의 대취타는 전통적인 편성법보다 축소된 채로 그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조선시대 당시에는 태평소와 주장, 바라, 북 등을 연주하는 '취고수'들이 편성되는 '취악내치(전부 고취)'와 대금, 해금, 피리, 장구 등의 선율악기 위주로 연주하는 '세악수'들이 편성되는 '세악내취(후부 고취)'로 나뉘었다.

행진을 하면 취악내치 50여명이 앞장서고 그 뒤로 왕의 가마가 중간에 위치하고, 그 뒤로 세악내취 50여명이 뒤따르는 식이었다.
 
"예전에는 각각 50명 정도되는 규모의 취고수와 세악수를 합쳐 '대취타'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대취타가 '취고수'만으로 이루어져 있다. 조선시대 통신사 규모가 500명이었는데 이중 취타대가 100명 규모였다. 그만큼 소리도 웅장하며 큰 볼거리를 제공했다."
【서울=뉴시스】 국가무형문화재 제46호 피리정악 및 대취타(사진=국립국악원 제공)2020.07.0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국가무형문화재 제46호 피리정악 및 대취타(사진=국립국악원 제공)2020.07.03 [email protected]

실제로 현재의 '대취타' 편성은 취악기인 나발, 나각(소라의 껍데기로 만든 옛 군악기), 태평소와 타악기인 북(용고), 장구, 징, 자바라로 구성된다. 태평소를 제외하면 모두 가락을 연주할 수 없는 '단음'악기다.

"나발 나각은 신호용 악기다. 단선율만 내는 만큼 길게 소리를 뻗어주는 역할이다. 멜로디는 태평소 하나가 전부 담당한다. 태평소가 국악기 중에 소리가 제일 클 거다."

대취타는 '무령지곡'이라고도 불리는데 실제로 이는 대취타의 유일한 연주곡명이다. 10분 정도의 길이를 지닌 이 곡은 일반적인 우리 전통음악이 3박자인데 반해 2박자가 한 단위로 돼 있다. 행진을 위해 작곡된 곡임을 추측케 하는 부분이다.

사실 이 웅장한 행진곡은 중간에 사라질 뻔한 위기를 겪기도 했다. 많은 유·무형문화재들이 겪은 바와 같이 일제는 대취타 연주를 금지시켰고, 이후 광복 후에도 대취타는 등한시됐다. 조선 말기 이후 대취타가 처음 연주된 것은 1961년 국군의 날 행사 때였다.

"1910년에 대한제국이 망하고 그때 대취타의 명맥도 같이 끊겼다. 그러다가 51년 만인 1961년에 대취타가 다시 연주될 수 있었다. 대취타가 중요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것도 1971년이 돼서다. 그리고나서 나의 스승이신 최인서 선생님이 기능보유자로 지정됐고 내가 전수생으로 들어갔다."
【대구=뉴시스】김기태 기자 = 오는 11일부터 대구 일원에서 열릴 제93회 전국체육대회를 앞두고 10일 오후 대구 스타디움에서 개막식 리허설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대구전국체전운영본부 제공)  photo@newsis.com

【대구=뉴시스】김기태 기자 = 오는 11일부터 대구 일원에서 열릴 제93회 전국체육대회를 앞두고 10일 오후 대구 스타디움에서 개막식 리허설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대구전국체전운영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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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전통음악이 과거 소외받았다는 현실을 말하면서 개그맨 고(故) 이주일과 함께한 군 이력을 공개하기도 했다. 

"난 27사단 군예대에서 복무했다. 군대에 가서 군악대에 가게 해달라고 하니까(내 전공인)피리는 필요없다고 하더라. 보통 군악대는 서양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갔다. 군예대는 딴따라들이 오는 데였다. 대금 명인 이생강이랑 같이 듀엣하고, 이주일이 사회를 보고는 했다."

그는 슈가의 '대취타'로 조금이나마 커진 전통음악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나는 정악(민속악에 대치되는 궁중음악이나 상류층의 음악)을 하는 사람이지만, 국립국악당(현 국립국악원)에서 정악을 포함해 (민)속악, 창작음악 등으로 해외에서 초청돼 공연을 많이 나갔다. 그때마다 굉장히 호응이 좋았다. 일단(우리 전통음악도)들으러 와달라. 그러면 좋아질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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