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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 번복' 세상등진 고3이 들은말…"네가 잘못 봤다"

등록 2021.07.30 16: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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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시험 응시…최종합격→불합격 통보

부산교육청, '이유 설명해달라' 요구 묵살

답답함 등 가슴통증 호소…결국 극단선택

유족 "불합격 비관으로 인한 사망 아니야"

[서울=뉴시스]부산교육청의 행정 실수로 특성화고 대상 지방공무원 임용시험에서 최종합격 통보를 받은 이모(19)군의 조회창. 약 1시간 뒤 해당 조회창은 '불합격'으로 변경됐다. 2021.07.30. (사진 =이군 측 유족 제공)

[서울=뉴시스]부산교육청의 행정 실수로 특성화고 대상 지방공무원 임용시험에서 최종합격 통보를 받은 이모(19)군의 조회창. 약 1시간 뒤 해당 조회창은 '불합격'으로 변경됐다. 2021.07.30. (사진 =이군 측 유족 제공)

[서울=뉴시스] 박민기 기자 = 특성화고 대상 공무원 시험에서 부산교육청의 행정 실수로 최종합격 통보를 받았다가 다시 불합격 통보를 받은 후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한 10대가 생전 부산교육청 측의 안일한 대응에 답답함을 호소하면서 호흡곤란 등 증세를 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유족들은 "불합격 통보에 비관해서 극단적 선택을 할 아이가 절대 아니다"라며 "부산교육청의 안일한 태도에 받은 상처가 극단적 선택의 가장 큰 이유"라고 호소했다.

30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최근 공무원 시험 최종 불합격 통보를 받은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이모(19)군은 생전 자신의 시험 결과가 바뀐 것을 보고 수차례 부산교육청을 찾아 설명을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부산교육청 측은 "필기시험 합격 조회창을 잘못 본 것" 등과 같은 말만 반복하면서 구체적인 대답을 내놓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뉴시스가 살펴본 이군의 합격 조회창에는 '최종 합격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라는 문구가 명확히 적혀 있었다.

2021년도 제1회 부산교육청 지방공무원 임용시험 건축직 9급에 응시한 이군은 지난 6~7월 필기시험과 면접을 마친 뒤 지난 26일 부산교육청 홈페이지에서 최종합격 통보를 받았다. 이후 이군은 이 조회창을 사진으로 찍어 부모님과 친척들, 학교 친구들 등에게 보내면서 합격 사실을 알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약 50분 뒤 이군이 홈페이지에서 다시 최종합격창을 조회하자 화면에는 '불합격'이라는 문구가 떴다. 1시간도 지나기 전에 이군의 시험 결과가 최종합격에서 불합격으로 바뀐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이 이해가 안 된 이군은 같은 날 오후 모친 등과 함께 부산교육청을 찾아가 "최종합격이라고 떴는데 왜 갑자기 불합격이 된 것이냐"고 물었지만 관계자들은 "그것은 필기시험 합격 조회창이었다. 다음 시험을 잘 봐라" 등과 같은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관계자들에게도 수차례 전화를 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다시 연락을 주겠다' 아니면 '보고 후 상황을 파악해보겠다' 등 뿐이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이군은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다"며 연신 답답함 등 가슴 통증을 호소했고, 응급실에도 2번 실려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 날인 지난 27일 이군은 모친 등 가족이 잠시 집을 비운 사이 결국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가족들에 의해 발견된 이군은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치료 도중 결국 사망했다.

이군의 사촌누나 A(26)씨는 "(부산교육청) 관계자들이 '필기시험 합격창을 잘못 본 것'이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며 "임용 담당자들을 만났을 때도 매우 안일한 태도였다. 한 명은 팔짱을 끼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법대로 하자. 잘못한 것이 있으면 감옥에 가겠다'는 식으로 말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이 동생 장례식에 와서 부모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공무원 시험 면접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본인도 인지하고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안다"며 "동생은 3년 동안 반장을 했고 친구들도 동생을 씩씩하고 책임감 있는 아이로 기억한다. 절대 시험 불합격을 비관해서 극단적 선택을 할 성격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군이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하자 부산교육청은 지난 28일 입장문을 통해 "지방공무원 선발과 관련해 안타까운 사안이 발생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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