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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식품업계 가격 줄인상 불편한 3가지 이유

등록 2022.10.07 16: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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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식품업계 가격 줄인상 불편한 3가지 이유


[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원·부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원가 압박이 심화돼 불가피하게 일부 제품 가격을 조정했습니다. 소비자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인상 품목은 최소화했습니다."

국내 식품 업체들이 제품 가격 인상 배경을 설명할 때마다 되풀이하는 레토릭이다. 하지만 이를 쉽게 납득하는 소비자들은 많지 않은 듯 하다.

정말 올릴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인지, 아니면 소비자에게 가격을 전가 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도 적잖다. 최근에는 정부와 국회마저 번갈아 가며 식품 업체들의 줄인상에 대해 공개 경고를 이어가고 있다.

식품 업계의 도미노 가격 인상은 정말 불가피한 선택일까. 먼저 원재료 가격 상승 사유를 살펴보자. 식품 기업들은 올 들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밀, 대두, 옥수수, 원당 등 주요 수입산 원재료 가격이 급등해 제품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었다고 항변한다.

그런데 수입산 원재료는 이미 지난해부터 지속 상승세를 보여왔다. 정부는 선제적으로 올 초 식품 기업에게 할당 관세 적용 품목 확대 및 밀가루 등 일부 제품 인상분에 대한 지원 조치를 약속했다.

식품 기업들은 올 하반기부터 원재료가 압박 수위가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을 예측하면서도 주요 제품 가격 인상을 서둘렀다. 4대 곡물가는 6월 이후 하향 안정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소맥 12월물은 부셸당 9달러 안팎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 3월 최고점(14달러25센트) 대비 36.84% 하락했다. 옥수수는 18%, 대두 15%, 원당 12% 고점 대비 내렸다. 원재료 가격이 안정화되면 제품 가격 인상에 따른 업체 수익성은 높아진다.

식품 기업들은 물류비와 인건비 등에 따른 압박도 심화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식품은 타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피가 적어 한번에 많은 양을 운반할 수 있다 보니 물류비 압박이 덜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컨대 타이어 업계는 통상 매출 대비 11~12% 이상을 물류 비용으로 쓰는데, 주류 판매 기업 B사의 경우 전체 매출 대비 4.1%를 물류비로 지출했다. 인건비 역시 조정 주기가 1년에 한두차례이다 보니 기업들의 예측 범위 안에 있는 편이다.

이밖에 일부 식품 기업들은 비용 지출로 일정 수준의 영업이익률이 위협 받고 있어 가격 인상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도 한다. 그런데 국내 식품 기업들은 대표적인 '코로나19 수혜주' 업종 중 하나로 꼽힌다.

2019년 이후 주요 식품 기업들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이전 대비 큰 폭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주요 식품 업체로 꼽히는 A기업의 영업 이익률은 2019년 4.01%, 2020년 5.60%, 2021년 5.79%로 꾸준히 늘었다. 올해 시장이 내다보는 식품업체 실적 전망은 더 긍정적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식품 기업들은 올 한해 동시다발적으로 제품 가격을 올렸다. 가계의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지출이 가계의 전체 소비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엥겔계수가 21년 만에 최대를 기록하는 상황에서다.

기업 운영의 가장 큰 목적이 이윤 추구라는 점에서 기업의 가격 인상 '자유'를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 상 적절한 시기 조절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식품 기업의 성장 원동력은 결국 소비자다. 주위를 돌아보지 않고 계산기를 두드리는 데만 골몰한다면 결국 중장기적으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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