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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촌·박해수 불꽃 카리스마 폭발…'파우스트' 연습 현장

등록 2023.03.21 17:5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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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개막하는 연극 '파우스트' 연습실 공개

박해수 "마음껏 연습…악의 평범성에 초점"

유인촌 "연극은 시대의 거울…현재를 통찰"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연극 '파우스트' 파우스트 역의 배우 유인촌과 메피스토 역의 배우 박해수가 21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 리허설룸에서 주요 장면 시연을 하고 있다. 2023.03.21.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연극 '파우스트' 파우스트 역의 배우 유인촌과  메피스토 역의 배우 박해수가 21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 리허설룸에서 주요 장면 시연을 하고 있다. 2023.03.2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장면 하나. 파우스트의 서재.

"태초에 계약이 있었노니라."

파우스트(유인촌)가 서재에 앉아 신약성서의 한 구절을 읊다가 이내 허공을 바라보고 말한다. 이 말에 그의 곁을 맴돌던 검은개가 늑대처럼 울부짖으며 불타는 눈으로 변하고, 파우스트는 십자가를 들이대며 내쫓는다. 이윽고 개는 사라지고, 정령들에게 둘러싸인 악마 메피스토(박해수)가 등장한다.

파우스트는 갑자기 나타난 낯선 남자를 경계하면서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그의 이름을 묻는다. 두 팔 벌려 여유롭게 인사를 건넨 메피스토는 씨익 웃다가도 혀를 날름거리며 번뜩이는 눈빛을 보인다. 그리고 답한다. "항상 악을 행하지만, 늘 선을 위해 애쓰는 자"라고.

궁금증이 풀릴 때까지 잡은 악마를 놓아줄 수 없다는 파우스트에게 메피스토는 쾌락을 맛보게 한다. 악마의 정령들이 달콤한 몸짓으로 그를 감싸며 황홀한 망상의 바다로 침몰시킨다. 그리고 메피스토가 다시 나타나 쓰러진 파우스트를 바라보며 말한다. "계속 꿈꿔라 파우스트. 우리가 다시 만날 그때까지."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연극 '파우스트' 파우스트 역의 배우 유인촌과 메피스토 역의 배우 박해수가 21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 리허설룸에서 주요 장면 시연을 하고 있다. 2023.03.21.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연극 '파우스트' 파우스트 역의 배우 유인촌과  메피스토 역의 배우 박해수가 21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 리허설룸에서 주요 장면 시연을 하고 있다. 2023.03.2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연극 '파우스트' 파우스트 역의 배우 유인촌과 출연 배우들이 21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 리허설룸에서 주요 장면 시연을 하고 있다. 2023.03.21.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연극 '파우스트' 파우스트 역의 배우 유인촌과 출연 배우들이 21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 리허설룸에서 주요 장면 시연을 하고 있다. 2023.03.21. [email protected]

21일 오후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 리허설룸. 배우 유인촌과 박해수가 마주한 순간 팽팽하면서도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두려움과 호기심이 뒤섞인 얼굴의 노학자 파우스트와 그에게 접근하는 데 성공한 악마 메피스토가 처음 만나는 순간, 두 카리스마가 맞부딪쳤다.

개막을 열흘 앞두고 연극 '파우스트'가 연습실을 공개했다. 독일 문학의 거장 괴테가 60여년에 걸쳐 완성한 역작이다. 악마 메피스토가 파우스트에게 젊음과 쾌락을 선사하는 대가로 그의 영혼을 건 계약을 제안하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연극 '파우스트' 메피스토 역의 배우 박해수와 젊은 파우스트 역의 배우 박은석이 21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 리허설룸에서 주요 장면 시연을 하고 있다. 2023.03.21.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연극 '파우스트' 메피스토 역의 배우 박해수와  젊은 파우스트 역의 배우 박은석이 21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 리허설룸에서 주요 장면 시연을 하고 있다. 2023.03.21. [email protected]

파우스트를 두고 신에게 당돌하게 내기를 제안하는 박해수는 짧은 장면 속에서도 시시각각 표정이 변했다. 두 팔을 휘저으며 춤추는 듯한 몸짓으로 크게 웃었다가 날카롭게 돌변하며 매력적인 악마로 무대를 압도했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수리남' 등으로 큰 인기를 얻은 그의 5년여 만의 연극 복귀작이다.

박해수는 이날 시연 후 간담회에서 "오랜만의 무대 연습이라 낯선 부분이 없지 않았는데, 동료들이 마음껏 뛰어놀게 해줬다. 연습 과정에서 다양하게 몸을 쓰고 소리를 내보며 홀딱 벗고 연습하는 것 같았다"고 웃었다.

"메피스토에 대한 고민은 지금도 계속 하고 있어요. 무조건 악함보다는 악의 평범성에 초점을 맞추고 하나씩 하나씩 만들어가고 있죠. 악한 인물도 시초엔 어떤 씨앗이 뿌려졌을 거라고 고민하며 준비했어요. 놀이터 같은 연습실에서 배우들과 행복하게 놀았습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연극 '파우스트' 젊은 파우스트 역의 배우 박은석과 그레첸 역의 배우 원진아가 21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 리허설룸에서 주요 장면 시연을 하고 있다. 2023.03.21.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연극 '파우스트' 젊은 파우스트 역의 배우 박은석과 그레첸 역의 배우 원진아가 21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 리허설룸에서 주요 장면 시연을 하고 있다. 2023.03.21. [email protected]


새하얀 머리카락의 유인촌은 고뇌에 찬 얼굴로 현자로 불리면서도 인생에 회의감을 느끼는 파우스트 박사로 변신했다. 그는 1996년 연극 '파우스트'에서 메피스토 역을 맡았고 27년 만에 같은 작품으로 돌아왔다. 연극계 대선배로 후배들을 격려하며 연습실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단다.

유인촌은 "과거에 메피스토를 할 땐 파우스트가 고통스럽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그걸 이제야 느끼고 있다. 많은 걸 가졌지만 수없이 고민하는 이 인물을 연기로 표현하는 게 고통스럽더라. 공연하며 관객과의 호흡을 통해 저의 파우스트와 이 작품 전체가 완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극은 시대의 거울"이라며 "'파우스트'도 우리 시대를 그대로 비춰주는 거울 역할을 한다. 과거의 이야기이지만, 현재 그리고 나아가 200년 후의 미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대사들에 현재 순간에 대한 통찰이 담겨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연극 '파우스트' 파우스트 역의 배우 유인촌, 메피스토 역의 배우 박해수, 젊은 파우스트 역의 배우 박은석, 그레첸 역의 배우 원진아를 비롯한 출연 배우들이 21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 리허설룸에서 주요 장면 시연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03.21.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연극 '파우스트' 파우스트 역의 배우 유인촌, 메피스토 역의 배우 박해수, 젊은 파우스트 역의 배우 박은석, 그레첸 역의 배우 원진아를 비롯한 출연 배우들이 21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 리허설룸에서 주요 장면 시연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03.21. [email protected]


연극 '코리올라누스', '페르귄트', '햄릿' 등 고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데 탁월하다는 평을 받은 양정웅이 연출을 맡았다.

양 연출은 "고전은 시간과 공간, 문화와 언어를 뛰어넘는 인간의 본질을 다루고 있다"며 "파우스트와 메피스토, 그레첸을 통해 인간 원형의 모습을 정확히 보여준다. 특히 메피스토는 현대인들의 속마음을 그대로 꿰뚫어 보고 있고, 현 시대와도 연결돼 있다. 브레이크 없이 달려가는 욕망과 인간의 모순 등이 이 작품에 잘 그려져 있다"고 밝혔다.

메피스토와 계약을 맺고 마녀의 약을 마시고 젊어진 파우스트 역에는 박은석, 우연히 만난 젊은 파우스트와 사랑에 빠지는 그레첸 역에는 원진아가 출연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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