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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70년전 방공호 파자 양손 묶인 유해…"엄마 찾고 싶어요"

등록 2023.03.28 15:10:21수정 2023.03.28 16:2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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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부역혐의 사건' 70여년 만에 발굴

끈으로 손 묶은 뒤 단체 학살 후 유기

매일 밤 40~50명씩 총 800여명 처형

진화위, 신원 확인해 가족 찾을 예정

[아산=뉴시스] 전재훈 기자 =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지난 7일부터 충남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성재산 방공호에서 아산 부역 혐의 희생 사건의 유해를 발굴한 결과 총 40여구의 유해를 발굴했다고 28일 밝혔다. (사진=진실화해위) 2023.03.28. *재판매 및 DB 금지

[아산=뉴시스] 전재훈 기자 =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지난 7일부터 충남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성재산 방공호에서 아산 부역 혐의 희생 사건의 유해를 발굴한 결과 총 40여구의 유해를 발굴했다고 28일 밝혔다. (사진=진실화해위) 2023.03.28. *재판매 및 DB 금지


[아산=뉴시스]전재훈 기자 = "엄마 뼈대라도 찾을 수 있다면 감싸 안고 '엄마'라고 소리치고 싶어요. 여지껏 엄마 소리를 내본 적이 없습니다."

맹억호(74)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아산유족회장은 70년 넘게 찾아 헤맸던 어머니의 유해가 있을지 모르는 폭 3m, 길이 14m가량의 방공호를 등지고 눈물을 흘렸다.

맹씨의 가족 11명 중 9명은 한국전쟁 시기인 1950년 9~11월 사이 온양경찰서(현 아산경찰서) 소속 경찰관과 치안대(대한청년단 등)에게 부역 혐의자로 몰려 집단 학살·매장당했다.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지난 7일부터 충남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성재산 방공호에서 아산 부역 혐의 희생 사건의 유해를 발굴한 결과 총 40여구의 유해를 발굴했다고 28일 밝혔다.

아산 부역 혐의 희생 사건이란 한국전쟁 중이던 1950년 9~11월, 아산지역을 점령한 북한군을 도왔다는 의심을 받은 지역 주민과 그 가족들이 지역 경찰관과 치안대 등에 의해 집단 살해당한 사건이다.
[아산=뉴시스] 전재훈 기자 =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지난 7일부터 충남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성재산 방공호에서 아산 부역 혐의 희생 사건의 유해를 발굴한 결과 총 40여구의 유해를 발굴했다고 28일 밝혔다. (사진=진실화해위) 2023.03.28. *재판매 및 DB 금지

[아산=뉴시스] 전재훈 기자 =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지난 7일부터 충남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성재산 방공호에서 아산 부역 혐의 희생 사건의 유해를 발굴한 결과 총 40여구의 유해를 발굴했다고 28일 밝혔다. (사진=진실화해위) 2023.03.28. *재판매 및 DB 금지


좁은 방공호에 손 묶인 채 매장…피해자 총 800여명

맹씨의 어머니와 할아버지, 고모, 삼촌, 누나를 비롯한 이 사건 피해자는 800여명에 달한다. 대부분 2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남성이다. 현재까지 희생자 77명의 신원이 파악됐다고 한다.

진실화해위는 "폭 3m, 길이 14m의 방공호를 따라 밀집된 채 학살당한 것으로 보인다"며 "유해 대부분의 무릎이 구부러져 있고, 앉은 자세를 하고 있어 학살당한 후 좁은 방공호에 바로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당시 온양경찰서에 근무했던 한 참고인은 매일 밤 트럭으로 40~50명의 부역 의심자를 방공호로 실어 가 처형했다고 진실화해위에 진술했다. 온양경찰서에서 근무했다는 또 다른 참고인은 1·4 후퇴 시기 당시 온양경찰서장으로부터 부역자 처형 지침을 하달받았다고 전했다.

이날 발굴 현장에서 진행된 기자회견 중에도 발굴 작업은 계속됐다. 유해들 사이로 단추와 초록색 탄피들이 널려있었다. 유해만 남긴 피해자들은 죽은 지 7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구리 소재 군용전화선에 손목이 묶인 상태였다.

발굴 작업을 총괄하는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는 "1·4 후퇴를 전후해서 부역 혐의자 가족들이 이곳에서 처형당했다고 한다"며 "능선을 따라 2㎞에 가까운 방공호에 유해들이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아산=뉴시스] 전재훈 기자 =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지난 7일부터 충남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성재산 방공호에서 아산 부역 혐의 희생 사건의 유해를 발굴한 결과 총 40여구의 유해를 발굴했다고 28일 밝혔다. (사진=진실화해위) 2023.03.28. *재판매 및 DB 금지

[아산=뉴시스] 전재훈 기자 =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지난 7일부터 충남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성재산 방공호에서 아산 부역 혐의 희생 사건의 유해를 발굴한 결과 총 40여구의 유해를 발굴했다고 28일 밝혔다. (사진=진실화해위) 2023.03.28. *재판매 및 DB 금지


진실화해위, 유가족 DNA 토대로 신원확인 예정

기자회견에 참석한 유가족들은 조속한 유해 발굴과 신원 확인을 촉구했다.

1950년 10월3일 부역 의심자로 몰린 아버지와 작은아버지, 삼촌을 잃은 김광욱(77)씨는 "한 번도 아버지를 안 그려본 날이 없다. 73년 동안 그리고 그리던 아버지를 이곳에서 꼭 찾고 싶다"며 "당시 무고하게 희생된 분들의 유해를 찾아서 유가족에게 꼭 돌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맹씨도 "유골을 볼수록 가슴이 아프다. 유골을 봐도 무섭지 않고 친근감이 든다"며 "DNA 검사해서 엄마의 뼈대를 찾아 감싸 안고 엄마라고 불러보고 싶다"고 전했다.

진실화해위는 확보된 100여명의 유가족 DNA를 토대로 발굴 유해와의 유전자 일치 여부를 통해 신원을 확인할 예정이다.

이훈기 진실화해위 대외협력담당관은 "온전한 유해가 많이 나왔지만, 신원확인 성공 비율을 높이려면 추가 유해 발굴이 필요하다. 예산을 더 투입해 추가 유해 발굴에 나설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만 신원확인이 언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이 담당관은 "빠르면 올해 추가 발굴이 이뤄질 수는 있겠지만, 유가족 DNA 대조 등 신원조회 작업이 언제 이뤄질지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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