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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 신스팝' 시그리드, '노르딕 팝 인베이전' 선두주자

등록 2023.05.30 06:00:00수정 2023.05.30 10: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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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Z세대 대표 싱어송라이터…'BBC 사운드 오브 2018' 우승자

청바지·티셔츠·캔버스 운동화로 무대 종횡무진

[서울=뉴시스] 시그리드. 2023.05.29. (사진 = 유니버설뮤직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시그리드. 2023.05.29. (사진 = 유니버설뮤직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크리스토퍼·루카스 그레이엄·아그네스 오벨·매즈 랭거(덴마크), 바스티앙 베이커(스위스), 알마(핀란드), 옌스 렉만(스웨덴), 올라퍼 아르날즈(아이슬란드)….

노르딕 팝 '인베이전'까지는 과한 표현일지 몰라도, 최근 북유럽 출신 뮤지션들이 국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건 맞다. 아바(스웨덴), 비요크·시규어 로스(아이슬란드) 등 그간 세계적으로 명망이 높은 뮤지션들 위주로 조명됐는데 K팝 강국인 국내에서 노르딕 국가들의 대중음악가들이 장르·활동 시기에 상관 없이 주목 받는 모양새다.

최근 유럽 최대 팝 음악 축제 '유로비전 2023'에서 우승과 준우승한 로린(스웨덴)과 카리야(핀란드) 역시 북유럽 출신인데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다.

무엇보다 현재 북유럽 중 국내 음악 팬들의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나라는 노르웨이. 이 나라 출신 싱어송라이터들인 오로라(Aurora), 페더 엘리아스(Peder Elias), 시그리드(Sigrid)가 Z세대에서 각광 받고 있다. 2010년대 전후로 노르웨이 포크 듀오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가 인기를 누리기도 했는데  1996~1997년생인 세 젊은 싱어송라이터인 이들은 트렌디한 음악으로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음악 팬들의 귀를 사로잡고 있다. 세 뮤지션 모두 서로 알고 지낸다고 한다.

이 중 시그리드가 가장 늦게 내한했다. 지난 26~28일 열린 '서울 재즈 페스티벌 2023'(서재페 2023)을 통해 한국 팬들과 처음 인사했다. 노르웨이에서 100년 전 유행했다는 고전적 이름을 가진(노르웨이 노벨문학상 수상자 이름도 시그리드 운세트(1882~1949)다) 시그리드는 청량한 신스팝을 들려준다.

영국 팝스타 아델을 연상케하는 시원한 가창력과 함께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다는 브릿팝 밴드 '콜드플레이'의 영향 등을 받아 멜로디컬한 노래를 만들고 부른다. 영국 팝스타 엘리 굴딩, 영국 밴드 '악틱 몽키스', 호주 밴드 '테임 임팔라' 등의 노래도 많이 들었다고 한다.

주목할 만한 신예를 선정하는 '비비시 사운드 오브(BBC Sound Of) 2018' 위너였다. 당시 경쟁자들이 쟁쟁했는데 미국 Z세대의 아이콘 빌리 아일리시, 한국계 미국 DJ 겸 프로듀서 예지 등이 후보 명단에 있었다

'돈트 필 라이크 크라잉(Don't Feel Like Crying)', '돈트 킬 마이 바이브(Don't Kill My Vibe), '서커 펀치' 등이 시그리드의 대표곡이다. 무대 위 역동적인 에너지 역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데 서재패에서 이를 증명했다.
[서울=뉴시스] 시그리드. 2023.05.29. (사진 = 유니버설뮤직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시그리드. 2023.05.29. (사진 = 유니버설뮤직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재페 공연 이튿날인 29일 서울 홍대 앞에서 만난 시그리드는 북유럽 추위를 녹일 만큼 안온한 미소를 내내 짓고 있었다. 그녀의 공연 트레이드마크 중 하나인 청바지를 이날도 입고 있었다. 다음은 그녀와 나눈 일문일답.

-처음 내한이었습니다. 공연은 어땠나요?

"신나는 경험이었어요. 서재페는 원래 알고 있었고 한번쯤은 서고 싶었어요. 한국 공연은 처음이니 밴드 멤버들에게 '우리를 모를 수 있으니 너무 기대하지 말자'라고 얘기를 했는데 관객분들이 적극적이라 굉장히 신나게 놀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새로운 마켓을 개발하고 커리어의 새 챕터 여는 거 같아 기분이 좋았어요. 공연이 끝나고 빗속으로 나아가서 팬들하고 인사했는데 이 역시 신났습니다. 무대 위에서 저다운 편안한 모습은 옷차림에서 보여줄 수 있어요. 티셔츠, 캔버스 운동화, 청바지죠."

-오늘도 청바지를 입고 왔어요.

"우선 어제랑 같은 청바지라 땀이 차 있는 상태예요. 하하. 무대 위에선 언제나 스니커즈, 청바지, 티셔츠의 동일한 아웃핏을 유지합니다. 이런 곳을 입을 때 가장 편안하고 잘 맞고 예쁘다고 생각해요. 무대에서 가장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관객들에게 집중할 수 있거든요. 이런 옷차림으로 뛰어다닐 때 파워풀한 느낌도 들어요. 또 아무래도 이동이 잦다 보니 실용적이고 편안한 게 중요한데, 청바지가 최적이죠. 그런데 제가 화장이나 드레스를 좋아하지 않는 건 아니에요. 화보나 뮤직비디오에서는 화장을 하고 드레스도 입죠. 하하. (청바지는 몇 벌 가지고 있냐고 묻자) 스물다섯 벌에서 서른 벌 정도요."

-공연이나 인터뷰에선 재기발랄한데 가사는 사색적이에요.

"(노랫말의 주된 언어인)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제 2외국어라 멜로디를 먼저 만들어요. 그 멜로디에 감정을 담으려고 노력하죠. 그래서 같은 노래더라도 십대 때 들었던 거랑 스물한살 때 들었던 거랑 내용이 다르게 이해가 되더라고요. 심적으로 즐기려는 음악을 만드는 행위가 스토리텔링을 형성하고 거기서 비슷한 감정을 느낀 팬들을 보고 저 역시 영감을 얻어 음악을 또 만들기도 해요."
[서울=뉴시스] 시그리드. 2023.05.29. (사진 = 유니버설뮤직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시그리드. 2023.05.29. (사진 = 유니버설뮤직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노르웨이 해안의 소도시인 올레순에서 태어났죠? 인구수가 5만명이 안 되는 것으로 아는데요. 물론 인터넷으로 다 연결이 되는 시대지만 그곳에서 산 경험이 뮤지션으로서 살아가는데 어떤 영향을 줬나요?

"지금은 7만명이 됐어요. 하하. 좋은 영향을 줬어요. 어릴 때 산업에서 동떨어져 있으니 제 정체성을 성립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어린 나이부터 큰 규모의 산업 영향권에 있었으면 벅찼을 거예요. 제 고향은 자연 경관이 아름다워요. 마을 뒤에 거대한 숲이 있죠. 스키를 타러 자주 다니는 등 항상 자연과 가까이 있었어요. 성장기엔 음악이 항상 있었죠. 안방에 피아노가 있었고 부모님이 세 남매 중 한명이 피아노를 치기를 바라셨어요. 오빠는 기타, 언니는 노래를 결국 했고 피아노가 제 몫이 됐어요."

-이번 내한을 통해 새로운 마켓을 열어보고 싶다는 얘기도 했는데 한국은 자국의 대중음악인 K팝이 워낙 강세인 나라입니다. 그런데 최근 북유럽 뮤지션들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어요.

"노르웨이에서 계속 한국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와요. 오로라, 페더 엘리아스 같은 뮤지션들과 친분이 있는데 그들과 트렌드를 하께 한다는 것에 대해 뿌듯하고 자랑스러워요."

-투어를 하다보면 계속 환경이 달라질 텐데 그 가운데 중심을 지키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나요?

"어릴 때부터 입었던 청바지를 갖고 다니는 것 이외에도 여러 요소가 있어요. 몸을 따듯하게 해줄 수 있는 울로 된 양말, 친하게 지내는 밴드 크루, 동일한 사운드 모니터. 그런 걸 갖고 있으면 새로운 경험에서 마법 같은 순간을 발견하게 되죠. 아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인) 심즈를 하는 것도 편안함을 유지해줘요."

-'심즈'는 당신이 어릴 때부터 해온 게임으로 알고 있는데 '심즈4' OST도 불렀죠. 영화 '에어로너츠(THE AERONAUTS)'(2019)엔 당신의 곡 '홈 투 유'가 실렸고, 영화 '저스트리 리그'엔 당신이 재해석한 레너드 코헨의 '에브리바디 노우스(Everybody Knows)'가 삽입되기도 했어요.
[서울=뉴시스] 시그리드. 2023.05.29. (사진 = 유니버설뮤직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시그리드. 2023.05.29. (사진 = 유니버설뮤직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심즈' OST는 제 '커리어 하이'예요. 하하. 작업 순서가 참 재밌었어요. (게임 유통사인) EA가 제안을 해서 '돈트 킬 마이 바이브'를 심즈어로 녹음했는데 제가 해온 작업 중 가장 즐거운 프로젝트였어요. 영화 OST 작업 역시 신선했죠."

-한국에 오면 즐기고 싶은 문화가 있었나요?

"노래방이요. 하하. 그리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정말 좋아해요. 이번에 한국 방문한 경험을 살려 시즌 2를 보게 된다면 더 재밌을 거 같아요."

-이번 내한 무대에서 사운드만큼 유기적인 시각적 효과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당신의 음악을 색깔로 표현하면 어떤 색깔일까요?

"흥미롭게도 얼마 전 도쿄에 있었을 때도 크루 증 한명이 '넌 무슨 색깔'이냐고 물었어요. '보라색'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저도 동의해요. 어린 시절 보컬 코치도 제 목소리에 대해 빨강과 파랑 같은 보컬이라고 했거든요. 빨간색은 따듯하고 아늑하지만 힘찬 걸 상징하죠. 무대에서 에너지 넘치고 저돌적인 스타일과도 어울립니다. 또 빨강은 재미, 야망과도 관련이 있죠. 또 슬프다고는 할 수 없지만 섬세한 보컬은 파란색을 상징하죠. 그 빨강과 파랑이 섞여서 보라색이 나와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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