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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오바마, 목적은 같아도 너무 다른 중동연설" WSJ

등록 2017.05.22 17: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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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AP/뉴시스】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09년 6월4일 이집트 카이로대학에서 역사적인 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이 TV를 통해 생중계 되고 있다. 2017.5.22

【카이로=AP/뉴시스】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09년 6월4일 이집트 카이로대학에서 역사적인 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이 TV를 통해 생중계 되고 있다. 2017.5.22

오바마, 카이로서 총 1시간 동안 6036자 연설
 트럼프, 리야드서 총 34분 동안 3401자 연설

【서울=뉴시스】이현미 기자 = 목적은 근본적으로 같은데, 실체나 스타일은 분명히 달랐다.

 지난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의 이슬람권을 향해 했던 연설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2009년 이집트 카이로 연설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은 21일(현지시간) 위와 같이 평가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09년 6월 카이로에서 "나는 오늘 전 세계 무슬림들과 미국 사이에서 상호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시작을 위해 여기에 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십명의 무슬림 지도자들이 리야드에 모인 것은 "우리의 결의를 공유하고 상호 존중의 세계를 상징한다"면서 그것은 중동에서 "새로운 르네상스"가 시작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1시간 동안 총 6036자의 긴 연설을 한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34분 동안 3401자의 연설을 했다.

 두 사람은 연설을 하는 동안 서로 다른 이유로 불편했던 이슬람권과의 따뜻한 관계를 추구하기도 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취임 당시 전쟁을 꺼렸다. 미국은 이미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이라크 전쟁에 휩쓸린 상태였으며, 아프가니스탄에도 수만명의 병력을 보내놓고 있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아프간과 달리, 이라크 전쟁을 선택한 것은 내 나라와 전 세계에서 (정치적으로) 강한 차이 때문에 유발됐다"고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테러전과 관련해 "경험과 평가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접근법을 적용할 것"을 약속했다.

【리야드=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아랍·이슬람-미국 정상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날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 국가에게 테러와의 전쟁에서 협력을 요청했다. 2017.05.22

【리야드=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아랍·이슬람-미국 정상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날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 국가에게 테러와의 전쟁에서 협력을 요청했다. 2017.05.22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은 취임 몇 개월 뒤 테러와의 전쟁이 확대되고, 무역과 안보에서 국제사회가 도전받고 있는데다 국내 정치마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이뤄졌다. 특히 그는 연설에서 "이란이 파괴와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면서 오바마 행정부의 성과로 알려진 이란과의 핵협정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란 정부를 향해 외교적 대화를 제안하면서 "양국 사이에는 논의할 수 있는 많은 문제들이 있을 것이고, 우리는 상호 존중을 기초로 전제조건 없이 전진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어린 시절 인도네시아와 케냐에 살 때 무슬림을 이해했던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스스로 협상자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무슬림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무한데다, 심지어 지난해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무슬림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쏟아낸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권보다는 경제적 협력과 안보를 우선 순위에 둔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와 달리 오바마 전 대통령은 그 같은 방법으로 세계를 바라보지 않았다. 다른 어떤 것보다 인권에 집중하고, 그와 관련된 정책 어젠다를 추구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그는 연설에서 무슬림 국가들이 인권과 종교적 자유, 그리고 여성 등을 옹호해야 하는 중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하고, 누가 해야 하고, 어떻게 예배를 드려야 하는지 얘기하려고 여기에 온 것이 아니다"면서 "우리는 이해관계와 가치 공유에 근거한 파트너십을 제한하기 위해 여기에 온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국제사회에 직면한 도전들에 대해 직접 정책적 처방전을 내놓고 싶어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에 도달하기 위한 최대한의 공간을 제공하길 원했다.

 이는 중동평화협상에 대한 입장 차에서도 확인됐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의 국가 설립을 지지하고 이스라엘이 정착촌 건설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해 말하지 않고 다만 리야드를 떠난 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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