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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4년래 최고치 75달러 접근…FT "올 하반기 공급부족"

등록 2018.04.20 09:4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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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이란·리비아 정정불안, 유가급등 주원인

사우디아라비아, 유가 적정선 배럴당 80달러 제시

유가 4년래 최고치 75달러 접근…FT "올 하반기 공급부족"


【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베네수엘라와 이란, 리비아 등 주요 산유국들의 지정학적 불안으로 인해 올 하반기 국제원유 시장에 공급부족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세계 경제의 호조로 이미 빡빡해진 원유 수급이 지정학적 불안에 따른 원유 생산차질로 공급이 달리는 상황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현지시간) 미국의 이란 핵합의 파기와 이에 따른 대(對) 이란 경제 제재 재개 가능성, 남미의 대표적인 산유국인 베네수엘라의 경제 붕괴로 인한 원유 수급 불안이 유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75달러에 육박하는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과 미중 무역 갈등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는 지난 1년간 50% 가까이 오름세를 보였다. 2014년 이래 가장 높은 가격이다.

 ◇ OPEC-러시아 하루 180만 배럴 감산 계속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은 지난 16개월 동안 하루 180만 배럴의 원유 감산을 이행하고 있다. 산유국들의 지속적인 감산은 지난 4년 동안의 원유 재고 과잉을 해소시키면서 유가 상승의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18일 미 에너지정보청(EIA) 발표에 따르면 지난 주(9~13일) 미국의 상업용 원유 재고량은 전주대비 110만 배럴 감소했다. 휘발유 저장량은 300만 배럴 줄었다.

 사흘 연속 오르던 국제유가는 19일 잠시 숨을 고르는 모습을 보였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9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5월 인도분은 전일 대비 배럴당 0.18달러, 0.3% 내린 68.29달러로 폐장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기준 브렌트유 6월 인도분은 전일보다 배럴당 0.30달러, 0.4% 오른 73.79달러로 거래됐다.

 WTI는 이날 한때 배럴당 69.56달러까지 올라 2014년 11월28일 이래 3년4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 사우디, 유가 적정선 80달러 제시

 사실상 OPEC을 이끌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는 국제유가 급등을 반기고 있다. 사우디가 국제유가 목표를 배럴당 80달러로 잡고 있다는 보도들도 이어지고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하고 있는 사우디 경제 개혁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데다가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상장을 앞둔 상황에서 유가 급등을 호재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사우디는 아람코의 몸값을 2조 달러로 평가받겠다는 계획이다. 사우디는 이를 위해 유가의 적정선을 배럴당 80달러로 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브렌트유는 배럴당 74.75달러까지 찍었다. 이달 초 대비 10%나 오른 것이다. 영국 런던 소재 에너지 컨설팅 기업인 ‘에너지 애스펙츠’의 애널리스트인 암리타 센은 “원유 시장의 수급이 이미 팽팽해진 상황에서 지정학적 요인들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는 이미 올 하반기 원유공급 부족을 예고한 바 있다. 원유 재고량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베네수엘라-이란-리비아 정정불안, 유가 급등 주요 원인

 센은 베네수엘라와 이란, 리비아 등 주요 OPEC 회원국들의 지정학적 불안이 원유공급에 차질을 빚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런던 소재 석유중개기업인 PVM의 타마스 바가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유가 상승은 거의 전적으로 지정학적 사건들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베네수엘라는 극심한 정정혼란과 이에 따른 경제난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원유를 정상적으로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일일 원유 생산량은 현재 150만 배럴에 그치고 있다. 한 해 전에 비해 54만 배럴이나 줄어든 규모다. FT는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량은 30년 이래 최저치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미국의 이란 핵협정(JCPOA, 포괄적공동행동계획) 파기 가능성도 국제원유 시장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JCPOA가 파기될 경우 미국은 180일 이내에 대 이란 경제 제재 조처를 다시 발동하게 된다. 이란이 다시 국제 시장에 원유를 내다 팔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미국 행정부는 JCPOA 타결 이후 제정된 코커-카딘(Corker-Cardin)법에 따라 이란의 핵합의 준수 여부를 90일마다 의회에 통보해야 한다. 또한 120일마다 JCPOA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미국이 JCPOA 파기 여부를 결정하는 다음 시한은 오는 5월 12일이다.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리비아의 정정불안도 국제유가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 2011년 리비아 최고 지도자인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이후 리비아는 서부 트리폴리를 중심으로 한 리비아통합정부(GNA)와 칼리파 하프타 정부군을 중심으로 한 동부 토브룩 정부로 양분된 내분상태로 빠져들면서 석유생산이 급격히 줄었다. 하프타 장군의 유고를 틈타 권력투쟁이 벌어질 경우 리비아 동부의 석유생산이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FT는 주요 산유국들의 이 같은 정정불안은 유가 상승에 따른 미국의 셰일오일의 증산을 무색하게 할 만큼 원유 시장의 수급 불안을 초래하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자들은 20일 사우디아라비이 제다에서 열리는 OPEC 회원국들의 회동을 주목하고 있다. 이날 OPEC 회원국들은 공동감산감독위원회(JMMC)를 중심으로 석유 감산 문제를 점검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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