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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검찰, 바이든 수사하길"…트럼프·젤렌스키 통화록 공개(종합2보)

등록 2019.09.26 05:13:14수정 2019.09.26 07: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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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이번 상황 잘 살펴보겠다" 화답

트럼프, 8차례 "내 개인변호사와 협조하라"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매우 잘했다" 압박도

【뉴욕=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오른쪽)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조사 외압'을 한 것이 사실로 나타났다. 25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은 이같은 내용이 담긴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2019.9.26.

【뉴욕=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오른쪽)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조사 외압'을 한 것이 사실로 나타났다. 25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은 이같은 내용이 담긴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2019.9.26.


【서울=뉴시스】양소리 기자 = 미국 백악관이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A4 5장 분량의 녹취록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둘러싼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검찰총장과 미국 법무장관이 함께 협조하길 바란다고 발언한 내용이 담겼다.

미 하원이 이번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조사를 개시한 가운데 이번 녹취록이 공개됨에 따라 민주당의 조사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젤렌스키에 "바이든 진상 밝혀줬으면 한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녹취록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해 "바이든의 아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며 "바이든이 (우크라이나 검찰이 시도한 아들의) 기소를 막았다는 것이다"라고 말을 꺼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사람들은 사실을 알고 싶어한다"면서 "당신이 (윌리엄 바) 미 법무장관과 무엇이든 함께 한다면 이는 훌륭한 일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그는 "바이든은 자신이 검찰을 막았다고 자랑하며 다닌다. 이를 당신이 조사할 수 있다면…"이라며 "이는 정말 끔찍하게 들린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의 아들 헌터는 2014년 우크라이나의 정경유착 재벌인 미콜라 즐로체프스키의 에너지 회사 '부리스마 홀딩스'에 이사로 고용됐다.

2016년 3월 부통령 자리에 있던 바이든은 부리스마 비리를 수사하려던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의 해임을 요구하며 페트로 포로셴코 당시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미국의 10억 달러 보증을 철회하겠다고 위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내 (검찰총장) 후보가 이번 상황을 잘 살펴볼 것"이라며 "특히 당신이 언급한 회사의 그 사건에 대해 명확하게" 조사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사와 관련해 개인 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와 협력하라고 8번이나 압박했다.
【서울=뉴시스】 25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7월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사진=백악관 홈페이지 캡처) 2019.9.26.

【서울=뉴시스】 25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7월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사진=백악관 홈페이지 캡처) 2019.9.26.



◇트럼프-젤렌스키, 美군사협조 조건으로 '바이든 조사' 합의?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 중 "우리는 우크라이나에게 매우 매우 잘했다"며 인근 유럽 국가보다 우크라이나에 더 큰 도움을 줬음을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100% 이상, 1000% 동의한다"면서 미국의 강력한 러시아 제재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젤렌스키는 이어 "우크라이나는 곧 방어 목적으로 미국의 자벨린 대전차 미사일을 더 구매할 준비를 마쳤다"고 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호의를 베풀어줬으면 한다(would like you to do us a favor)"면서 "왜냐면 우리는 많은 일을 겪었고 우크라이나는 이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에서 러시아 해커들의 공격을 받았던 미 민주당 전국위원회(DNC)의 서버가 우크라이나에 있다며 "검찰총장에 당신, 혹은 당신의 사람들이 전화를 걸어 진상을 규명했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대화 후반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사안을 조사하겠다"는 확답을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뉴욕 방문 당시 트럼프 타워에서 머물렀다"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해 "백악관에 오고 싶을 때 언제든지 전화해도 좋다"고 말했다.

◇백악관 "트럼프, 정치적 경쟁자 굴복시키기 위한 대가 없었다"

현지 언론들이 이번 녹취록에서 "분명한 압력을 확인할 수 있다"고 보도하는 가운데 백악관은 "근거가 없는 비난이다"라며 반박했다.

또 두 정상의 통화에서 "퀴드 프로 쿼(quid pro quo·보상으로 주는 것)는 없었다"며 "정치적 경쟁자를 굴복시키기 위해 대가를 제공했다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공화당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는 민주당이 공식적인 탄핵 조사를 착수하는 것을 정당화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녹취록의 부족한 완결성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녹취록은 중간중간 '…'로 표기돼 대화의 맥락을 이해할 수 없다.
【뉴욕=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유엔총회가 열리는 뉴욕에서 만났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공동 기자회견에서 "TV에 나오는 게 전화 통화보다 낫다"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 전화를 걸어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父子)의 의혹을 조사할 것을 압박했다는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현재 탄핵 위기에 처한 상태다. 2019.9.26.

【뉴욕=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유엔총회가 열리는 뉴욕에서 만났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공동 기자회견에서 "TV에 나오는 게 전화 통화보다 낫다"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 전화를 걸어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父子)의 의혹을 조사할 것을 압박했다는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현재 탄핵 위기에 처한 상태다. 2019.9.26.



백악관은 녹취록과 관련해 "이 녹취록은 두 정상이 말한 그대로를 기록한 것은 아니다"라며 "각종 서류와 상황실 당직자, 국가안정보장회의(NSC) 정책 담당자의 메모와 회상을 서면 형식으로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부 들리지 않았던 부분, 발음이 부정확한 내용을 중략했음을 강조했다.

한편 이날 뉴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젤렌스키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나는 그날 통화가 좋았다고 생각한다. 평범했다"면서 "누구도 날 압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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