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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최저임금 표결 불참 노동계…명분 챙기고 비판 피했다

등록 2020.07.14 16: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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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뒤집을 동력 부족하다고 판단

책임론 피하기 위한 차선책일수도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한국노총 이동호 사무총장 등 최저임금위 근로자 위원들이 14일 새벽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가 열리는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1.5% 인상안에 반발, 최임위원 사퇴와 집단퇴장을 발표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2020.07.14. photo@newsis.com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한국노총 이동호 사무총장 등 최저임금위 근로자 위원들이 14일 새벽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가 열리는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1.5% 인상안에 반발, 최임위원 사퇴와 집단퇴장을 발표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2020.07.1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역대 최저 인상률을 결정한 내년도 최저임금 협상 과정에서 14일 노동계가 '불참'으로 응수한 것은 사회적대화기구에 반대 의사를 밝히는 그간의 관행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사실상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이 무리라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실익이 없다면 명분만큼은 가져가겠다는 판단으로도 읽힌다.

이날 새벽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8차 전원회의에서는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올해(8590원)보다 1.5%(130원) 인상된 8720원이 찬성 9표, 반대 7표로 채택됐다. 표결에는 사용자위원 7명과 공익위원 9명이 참석했다. 노동계 위원은 전원 불참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측 근로자위원 5명은 공익위원들이 중재안을 공개한 직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과 함께 퇴장을 선언했다. 앞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역시 공익위원들이 심의촉진구간으로 8620(0.35%)~9110원(6.1%)을 제시했지만 경영계의 삭감안 고수를 이유로 불참을 택했다.

이렇게 노동계 전원 불참 속 내년도 최저임금은 1.5% 인상된 8720원으로 결정됐다. 제도가 도입된 1988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외환위기 이후(1999년) 2.7%, 금융위기 이후(2010년) 2.75% 인상보다도 낮다.

노동계가 퇴장이라는 카드는 쓴 것은 판을 뒤집을 동력이 부족하다는 1차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는 문재인 정부가 공약으로 제시한 '최저임금 1만원 인상론'을 줄곧 제창했지만 결과를 놓고 보면 이번 임금 결정 과정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불확실성이 막대한 영향을 미친 것을 알 수 있다.

우리사회가 앞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국제 금융위기를 대표적 경제위기 상황으로 꼽고 당시 임금 인상률과 지금을 비교하고 있지만 그간의 사정과 현재 마주한 감염병 위기는 양태가 다르다는 것이 중론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등은 급격한 내수 침체를 초래하고 있고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의 사정을 궁지로 몰고 있다. 무엇보다 언제 이 같은 상황이 종료될지 짐작할 수 없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과 공익위원들은 실제 이 같은 상황을 이번 협상에서 최우선으로 고려했다는 점을 밝혔다.

박 위원장은 "액수나 비율만 가지고 평면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상당한 오판 가능성이 있다"며 "IMF 시기 인구구조, 노동시장 산업구조와 20년이 지난 지금의 경제 형태는 근본적으로 판이하게 다르다. 최저임금 인상률의 절대값만 가지고 두 시기를 평면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14일 새벽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제9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2021년도 최저임금이 시급 기준 8720원으로 최종 의결됐다. 2020.07.14. photo@newsis.com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14일 새벽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제9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2021년도 최저임금이 시급 기준 8720원으로 최종 의결됐다. 2020.07.14.  [email protected]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위원도 "공익위원 안을 제시할 때 경제 위기와 불확실성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고려했다"며 "두 번째는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에서 소득도 중요하지만 일자리가 가장 중요한 기반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노동계로선 이 같은 상황에서 항의 표시로 과거처럼 퇴장을 선택할 수 밖에 없던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대화에서 퇴장 또는 불참은 최후의 항의 표시로 읽힌다. 노동계뿐 아니라 사용자위원들도 현 정부 들어 16.4% 임금 인상이 결정될 당시 퇴장으로 반발 의사를 표했다. 특히 노동계로서는 결과를 장담하지 못한 채 1.5% 인상률 표결에 참여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민주노총의 경우 '최저임금 1만원 인상론'을 철회하고 표결에 참여했을 경우 1차적으로 내부 반발에 부딛힐 수 있다. 1만원 인상론을 관철시키지 못한 책임론에서 현 지도부부터가 자유로울 수 없다.

민주노총이 일찍이 경영계의 삭감론을 강조하며 불참을 선언한 것은 이 같은 상황에서 공을 한국노총으로 넘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소폭의 임금 인상이라는 결과물은 얻되 불참에 대한 명분과 비판을 피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민주노총과 비교했을 때 타협을 기조로 여겨왔던 한국노총의 사정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노총 측 근로자위원들은 중재안이 공개될 때까지 자리를 지켰지만 1.5%라는 저조한 수치가 나오자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국노총 관계자의 말처럼 "끝까지 남아서 저임금노동자들을 위해 소폭이라도 임금을 올리느냐 항의의 표시로 자리를 박차고 나가느냐"라는 딜레마에도 불구하고 1.5%안을 두고 표결에 응했다는 자체가 내부적으로 후폭풍을 몰고올 여지가 다분하다는 설명이다.

양대 노총은 이번 임금 인상 결정과 함께 사퇴 의사를 밝히고 '최저임금 사망선고' '최악의 사례' 등이라며 맹공을 퍼붓고 있다.

그러나 결론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기침체에 대한 국민여론이 심각하고 이의제기 등의 절차를 진행한다 해도 전례를 보면 실익이 없다.

노동계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표결에 참여했을 경우) 노동 전반의 강성 목소리를 내는 이들에게 비난의 대상이 되고 심하다면 취약계층 노동자를 팔아먹었다는 얘기까지도 들을 수 있다"며 "실익을 놓친 상황에서 차라리 협상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그간의 관례를 따르는 것이 나은 선택지였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고용부) 장관은 내년도 최저임금을 8월5일까지 고시해야 한다. 고용부가 최저임금위원회로부터 내년도 최저임금안을 제출받아 고시하면 이와 함께 이의제기 등의 절차가 진행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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