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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버 87시간 만에 종료될 듯…기저귀에 막말, 최장기록도

등록 2020.12.14 16:41:29수정 2020.12.14 16:4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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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주도 종결 동의 제출에 오후 9시께 종료 예상

코로나19, 與 주도 종결 표결 등 세 차례 멈춰

마스크에 숨차고 기저귀 차고 연단에 선 의원도

윤희숙, 12시간47분 필리버스터로 최장기록 경신

여야, 상대 필리버스터 막말로 규정…말싸움도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대북전단금지법 개정안)과 관련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2.1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대북전단금지법 개정안)과 관련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2.1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문광호 기자 = 국민의힘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국정원법,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 등에 신청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14일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전날 더불어민주당이 종결 동의서를 제출해 24시간 뒤인 이날 오후 8시52분께 필리버스터 종결 표결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재 발언 중인 이재정 민주당 의원 다음으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예정대로 필리버스터에 나선 뒤 종결 동의가 가결되면 21대 국회 첫 필리버스터는 총 21명 참여, 누적 발언 시간 87시간44분이라는 기록을 남기고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16년 민주당이 테러방지법을 저지하기 위해 실시한 필리버스터(총 38명 참여, 누적 시간 192시간25분)에 비하면 짧은 기록이다. 단일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였던 2016년에 비해 세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가 이뤄졌다는 점도 다르다.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에도 이번 필리버스터는 크고 작은 이슈들이 터져 나와 그 진행이 결코 순탄치 않았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박병석 국회의장이 12일 새벽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의 국정원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끝난 후 전날 필리버스터를 한 국회의원 한명이 코로나 19 확진자와 접촉했다며 정회를 선포하고 있다. 2020.12.12. amin2@newsis.com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박병석 국회의장이 12일 새벽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의 국정원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끝난 후 전날 필리버스터를 한 국회의원 한명이 코로나 19 확진자와 접촉했다며 정회를 선포하고 있다. 2020.12.12. [email protected]


◇코로나19, 與 주도 종결 표결에 멈춘 필리버스터

대표적인 장면은 2020년을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필리버스터도 멈춰 세운 것이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의 필리버스터가 진행 중이던 지난 12일 오전 3시15분께 발언을 일시 중단시킨 뒤 "어제 필리버스터를 한 국회의원 중 한 분이 코로나 확진자와 접촉했다는 보고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전 4시12분께 윤 의원이 필리버스터를 마치자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교섭단체 간 협의 결과에 따라 본회의를 정회하기로 결정했다. 본회의 속개시간은 추후 알려드리겠다"고 전했다.

필리버스터는 이날 오후 8시께 확진자와 접촉해 검사를 받은 김병기 민주당 의원이 음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속개됐다.

종결 동의 제출 및 가결에 따라 필리버스터가 종료된 것도 2012년 국회 선진화법 개정 이후 처음이다. 민주당(174명), 열린민주당(3명), 여권 성향 무소속 의원, 소수 야당 의원 등은 의결정족수인 재적의원 5분의 3(180석)을 채워 국민의힘이 신청한 국정원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지난 13일 강제로 종결시켰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15시 15분께 시작한 국가정보원법 전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무제한토론을 21시 50여분까지 6시간 넘게 계속하고 있다. 사진은 다중노출로 촬영했다. (공동취재사진) 2020.12.1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15시 15분께 시작한 국가정보원법 전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무제한토론을 21시 50여분까지 6시간 넘게 계속하고 있다. 사진은 다중노출로 촬영했다. (공동취재사진) 2020.12.10. [email protected]


◇마스크에 숨차고 생리 현상 막기 위해 기저귀 착용까지

장기간 발언을 이어가는 만큼 의원들의 애로사항도 적지 않았다.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마스크 착용 역시 발언에 지장을 줬다. 의원들은 발언하며 수시로 마스크를 코 위로 올려 썼지만 말을 하면서 자연스레 내려오는 것까지 막기는 어려웠다. 또 마스크를 쓴 채 말하다보니 쉽게 숨이 차 숨을 고르는 의원들도 눈에 띄었다.

이번 필리버스터 중 세 번째로 길게(8시간44분) 연단에 서있었던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당연히 힘들다. 마스크를 쓰면 숨이 가쁘고 그냥 말하는 것보다 훨씬 힘들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또 "배고픔이나 갈증은 상관 없었다"며 "다만 연단이 약간 경사져 있어서 불빛이 눈에 많이 비쳐 눈이 건조해져 힘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외에 어려운 것은 없었다"며 "더하고 싶었는데 다른 분들께 기회를 드려야할 것 같아서 12시에 맞춰 끝냈다"고 말했다.

호기를 보인 이 의원과 달리 기저귀를 차는 등 철저하게 장기전을 대비한 의원도 있었다.

필리버스터 첫 주자였던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14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기저귀를 찼다"며 "일부러 물도 적게 마시고 했지만 혹시나 싶어서 기저귀 차고 갔다"고 말했다.

필리버스터 최장기록을 경신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도 주목을 받았다. 윤 의원은 지난 11일 오후 3시24분부터 12일 오전 4시12분까지 총 12시간47분 동안 발언해 종전 최장 기록 보유자인 이종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넘어섰다. 이 전 의원은 2016년 3월2일 오전 7시1분부터 오후 7시32분까지 12시간31분간 테러방지법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윤 의원의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원래 오래 말할 생각은 아니었지만 동료 의원들의 응원을 받으며 추임새에 반응하다보니 좀 길어졌다"고 최장 기록 경신의 소회를 밝혔다.

실제로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따로 야간 당직조까지 편성해 본회의장을 지켰다. 여야는 필리버스터 중 서로의 의석이 비어있다고 비판하는 등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대북전단금지법 개정안)과 관련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2.1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대북전단금지법 개정안)과 관련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2.14. [email protected]


◇여야 막말 공방…서로 말싸움 주고받기도

발언시간이 길었던 만큼 여야가 서로의 필리버스터를 막말로 규정하고 문제를 지적하는 일도 잦았다.

이철규 의원은 필리버스터 중간 "문 대통령이 잘생기고 감성적이어서 지지했던 여성들이 요즘은 고개를 돌린다"고 말했고 경찰법 개정과 관련된 발언을 하는 과정에서는 "이 지구상 어디에도 밤거리를 '아녀자'가 마음대로 활보할 수 있는 나라가 별로 없다"고 해,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성 의원들의 반발을 샀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의 "성폭력 범죄는 충동에 의해 이뤄지고, 충동 대부분은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서 폭발하는 경우가 많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민주당은 "성범죄를 한낱 스트레스에 의한 것으로 치부하다니 도저히 믿을 수 없다.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며 "김 의원의 말대로라면 조두순의 재범을 막기 위해 조두순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하면 되는 것인가"라고 논평을 냈다.

김태흠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개원 인사할 때 말씀하시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분이 대한민국 대통령인지 달나라 대통령인지 분간이 안 가더라"라며 "여야 협치를 이야기하는 것은 엿 먹으라는 얘기"라고 말해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박병석 국회의장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을 하는 도중 사회를 보던 김상희 국회부의장과 교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2.1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박병석 국회의장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을 하는 도중 사회를 보던 김상희 국회부의장과 교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2.14. [email protected]

여당 의원들의 발언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이 "법조기자가 다 받아쓰기만 한다. 저는 추미애 장관이 법조기자단을 해체했으면 좋겠다. 법조기자단을 계속 유지하면 (언론사들의) 검찰개혁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는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이 구두논평을 통해 문제를 제기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한편 우리 남한 사람들, 우리 대한민국 주민들은 방금 말씀드린 북한과 어떤 조금이라고 연루가 되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큰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데"라고 말한 것에 대해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순전히 실수일까. 이정희 씨의 남쪽 정부라는 표현(2012년)이 떠오르는 것은 나뿐일까"라고 전했다.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14일 미국을 향해 "자기들이 5000개가 넘는 핵무기를 갖고 해마다 핵무기 전달수단을 발전시키고, 핵무기를 줄여서 벙커버스터, 실현가능한 용량의 전술핵무기를 개발하면서 어떻게 북한과 이란에 대해 핵을 갖지 말라 강요할 수 있는가"라고 말해 국민의힘의 반발을 샀다.

이외에도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법안과 관련 없는 내용을 길게 이야기하거나 발언 없이 오랜 시간 뜸을 들이는 등 태도 논란이 일었다. 이 때문에 필리버스터 중인 의원과 본회의장에 있는 다른 의원들 간에 말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상희 국회부의장은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의 필리버스터 중 장내가 소란스러워지자 "토론자가 발언을 하고 있는 때는 의원들이 경청해달라"며 "또 상호 토론이나 대화하는 것이 아니니 그것을 토론하는 분도 유념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김기현 의원은 "필리버스터 제도의 원래 취지 자체가 지연"이라며 "외국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아예 필리버스터 하는 사람이 나와서 그냥 소설책. 동화책을 읽었다고 한다. 지난번에 민주당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 당시에도 노래도 불렀고 책도 읽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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