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인터뷰]윤종수 변호사가 인디 공연장 지키기 나선 이유

등록 2021.03.08 17:45:01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비영리단체인 사단법인 코드 이사장

온라인 공연 페스티벌 '#우리의무대를지켜주세요'

오늘부터 14일까지…크라잉넛·잔나비 등 67팀 참여

[서울=뉴시스] 윤종수 변호사. 2021.03.08. (사진 = 본인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윤종수 변호사. 2021.03.08. (사진 = 본인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기대하는 부분은 인디 뮤지션들과 관객들이 만나는 판이 마련되는 거예요.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공연장을 지키는 일이고, 더 나아가서는 인디 문화에 대한 인식이 넓어지기를 바랍니다."

비영리단체인 사단법인 코드(http://codekorea.cc)가 8일 오후 7시부터 오는 14일까지 온라인 공연 페스티벌 '#우리의무대를지켜주세요(#saveourstages)'를 펼친다. 1년 넘게 이어지는 코로나19 시대에 사라져가는 인디 라이브 공연장을 지키기 위한 캠페인이다.

인디 음악 공연장이 정부의 지원과 사회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는 것을 안타까워한 비영리단체, 뮤지션, 관련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프로젝트다.

해외에서도 같은 해시태그로 인디 라이브 공연장을 지키기 위해 유명 아티스트들이 정부의 지원을 요청하는 목소리를 내어 기금조성과 정부의 지원을 끌어낸 바 있다.

코드의 이사장인 윤종수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8일 뉴시스와 전화통화에서 "인디 업계는 본래 사회적 관심이 적고 정부 지원에서도 비껴가 있는 곳인데, 코로나19로 결정타를 맞았어요. 한번 무너지면 회복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인디 같은 문화적인 잠재력이 바탕이 돼야 우리가 자랑하는 대중문화, K팝이 성장한다고 봐요. 업계 전체가 선순환 구조를 이뤄야 산업적·문화적으로 좋죠. 원해 인디는 힘들었고, 우리는 문화적 다양성이 약하다고 보는데 인프라가 무너지면
복구하기 힘들죠. 이러한 프로젝트로 코로나19가 끝날 때까지 최소한 함께 버텨보자는 생각입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윤 변호사가 지난 1월 자신이 좋아하는 하드록 밴드 '해리빅버튼'의 멤버 이성수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라이브 공연장들의 폐업 소식을 전한 글을 접한 뒤 시작됐다.

윤 변호사와 이성수를 중심으로 지원군이 형성됐다. 이번 페스티벌 기간에는 올해 26주년을 맞이하는 홍대의 대표적인 라이브 공연장인 롤링홀을 포함해 웨스트브릿지, 프리즘홀, 라디오가가, 드림홀 등 총 5개의 인디 라이브 공연장에서 콘서트가 열린다. 이들 공연장을 모두 유료 대관했다.

콘서트를 주관하는 사단법인 코드는 무보수로 참여한다. 페스티벌의 모든 기획 과정과 행사 진행, 수익과 배분은 투명하게 공개한다. 티켓 판매금과 후원으로 얻은 수익은 공연장 대관료와 진행을 도와주는 참여자들의 실비에 충당된다. 뮤지션들에게 감사의 표시로 소정의 금액이 지급된다. 남은 수익은 참여한 뮤지션들과의 협의를 거쳐 인디 음악 생태계를 위한 기금으로 사용된다.

무엇보다 라인업이 화려하다. 크라잉넛, 노브레인, 브로콜리너마저, 잔나비, 육중완밴드, 까데호 등 같은 인기 밴드뿐만 아니라 DJ DOC, 다이나믹듀오 등 힙합 기반의 팀들도 힘을 싣는다. 총 67개팀이 참여한다.

[서울=뉴시스]포스터(사진=사단법인 코드 제공)2021.02.2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포스터(사진=사단법인 코드 제공)2021.02.2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5만원만 내면, 7일 공연을 모두 관람할 수 있다. 일일권은 1만원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이지만, 온라인 관객은 끌어들이기 어렵다. 무료 공연도 많은데다, 집중력이 떨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도 오히려 10만원대 오프라인 콘서트 모객이 쉽다고 이야기한다.

윤 변호사는 그럼에도 유료 티켓판매를 진행한 건 "인디 팬들이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표시해주기를 바랐기 때문"이라고 했다. "무료로 공연을 풀면, 더 많은 분들이 접속할 수 있겠지만, 티켓을 사주는 행위로써 응원을 해주시고 조금 더 적극적으로 참여를 해주기시를 바랐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근 인디 콘서트 업계에는 작은 카페에서 진행하는 소규모의 콘서트 외에는 공연이 전무하다. 대부분 공연장이 방역 지침에 불리하게 적용되는 스탠딩 공연장이라, 열어도 손해가 막심하다. 게다가 코로나19도 언제 끝날 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윤 변호사는 인디 업계가 안정적으로 공연할 수 있는 제도 개선 등에 대해 소통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계속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 측과 커뮤니케이션을 계속 하고 있어요. 국회가 제도 개선을 하려면, '이슈레이징'을 하는 것도 필요하죠. 온라인 공연 소식이 알려지면서 점차 정부 쪽도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봤다.

"현장의 목소리를 잘 반영해야죠. 이후의 행보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프로젝트를 이어나가는 것에 대해서도 고민을 하고 있어요. 저희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도 충분히 함께 하실 수 있죠."

부장 판사 출신인 윤 변호사는 꾸준히 문화에 대한 관심을 가져왔다. 저작권 공유 운동 등을 벌여왔다. 어릴 때부터 딥퍼플, 레드 제플린 등 하드록 밴드들의 음악을 들어온 그는 '음악 마니아'이기도 하다. 나이가 들면서 재즈, 클래식, 힙합 등으로 장르를 넓혔고, 로큰롤은 여전히 좋아한다.

"어설프게 아마추어 밴드를 해요. 제겐 취미 생활이지만, 하면 할수록 뮤지션들을 더 존경하게 됐습니다. 음악을 만든다는 것이 대단하게 느껴지고, 점점 더 애정이 가는 거예요. 그래서 뮤지션들이 더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죠. 음악을 만들어주는 것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죠. 그들을 도와주고 싶은 이유도, 먹고 살면서 음악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에요. 전부다 성공할 수 없지만, 최소한 하고 싶은 음악은 계속 해줬으면 하는 마음이죠."
 
이번 공연은 온라인 공연 플랫폼인 프리젠티드 LIVE(https://live.presented.kr)에서 생중계된다. 누구나 스폰서, 미디어, 아티스트, 자원봉사 등으로 행사에 동참할 수 있다. 페스티벌 관련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https://www.saveourstages.cc/)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