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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벌]보이스피싱 현금수거한 20대, 무죄 반전…왜?

등록 2021.07.18 12:00:00수정 2021.07.18 13:2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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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서 일하다 실직해 심부름 아르바이트
'돈받고 헤어지면 된다' 지시받고 현금교부
검찰, 사기 혐의 적용해 기소…법원서 무죄
"사회 경험 없고, 금융기관 직원 사칭 안해"
"경제적 궁핍 상황서 속아 범행 도구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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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옥성구 기자 = 보이스피싱 조직의 현금수거 업무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여성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사회 경험이 없고 범행 당시 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해 "도구로 이용됐을 뿐"이라고 판단했다.

피부미용을 전공한 A(29)씨는 지난해 3월 5년 이상 일하던 병원이 인원 감축을 하면서 퇴직했다. A씨는 새로운 일자리를 찾으려 구직 활동을 하던 중 '국제컨설팅 회사' B사의 심부름 아르바이트 공고를 보고 연락해 수금 업무를 하게 됐다.

B사의 요구에 따라 A씨는 신분증, 주민등록등본, 사진 등을 보냈다. A씨는 별도의 면접을 보지 않았고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았다. B사는 '돈을 받고 인사하고 헤어지면 된다'는 취지의 지시를 했고 A씨는 이를 수행했다.

A씨는 지난해 6월4일부터 같은달 10일까지 "기존대출금에 대한 계약 위반이 있어 오늘 중으로 대출금 전액을 상환해야 한다"고 말하며 즉석에서 현금을 교부받아 B사에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A씨가 전달한 현금은 총 4620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B사의 지시에 따라 A씨는 이를 100만원씩 나눠 지정한 계좌에 송금했고 그 대가로 150만~200만원 정도의 수당을 받았다.

검찰은 A씨가 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하며 피해자로부터 현금을 수거해 전달하는 현금수거책 역할을 담당하는 방법으로 보이스피싱 조직과 공모했다고 판단해 재판에 넘겼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사건 당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으로 알았을 뿐이고 보이스피싱인 줄 전혀 몰랐다"며 "공모하지도 않았고 사기 범의도 없었다"는 취지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18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유동균 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유 판사는 "A씨가 사기 범의를 갖고 성명불상자들과 공모해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을 저지른 게 아닌지 의심이 가기도 한다"면서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판단에 대한 근거로 유 판사는 ▲A씨가 20대 청년으로 풍부한 직업 경험 내지 사회 경험이 없는 점 ▲금융권 업무 경험이 전혀 없는 점 ▲그전에도 일회성 아르바이트를 구한 적이 여러 번 있는 점 등을 제시했다.

특히 유 판사는 "A씨는 금융기관에서 보내서 왔다고 말하도록 지시받은 사실이 없고 실제 피해자들에게 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하지도 않았다"며 "A씨는 위조 문서를 제시하지도 않았고 관련 서류를 전달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가담하는 경우 자신의 신원을 감추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A씨는 수금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기도 했고 본인 명의 신용카드를 사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피해자들이 A씨의 법정 진술 등을 지켜본 뒤 'A씨 사정을 들어보니 사회 경험이 부족하고 미숙해 사기범에게 속아 이런 일에 휘말린 것 같다. A씨도 피해자인 것 같다'는 내용의 처벌불원서 및 탄원서를 제출한 점을 언급했다.

유 판사는 "A씨에게 보이스피싱과 공모해 사기 범행을 한다는 인식과 의사가 있었다 보기 어렵다"며 "오히려 실직 후 경제적으로 궁핍한 상황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에게 속아 그 범행 도구로 이용됐다고 판단될 뿐"이라고 무죄 판결했다.

검찰은 1심 무죄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astlenin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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