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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부품·원자재 공급 부족…소련 시대 궁핍 회귀중

등록 2022.05.27 13:4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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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항공기 80% 서방제품이나 부품 못구해 일부 퇴역해 활용
정비 안전 기준과 기술 떨어져 그나마 안전성 신뢰 못해
신발·옷은 생산되겠지만 부엌가구 6개월 기다린 때 돌아올까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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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러시아)=AP/뉴시스]러시아 모스크바 르노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자동차를 조립하고 있다. 모스크바 시는 프랑스 자동차 기업 르노의 모스크바 현지 공장을 직접 인수하기로 했다고 16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2010.03.01.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서방의 제재를 받는 러시아 경제가 빠르게 중고경제로 빠져들고 있어 소비재 부족으로 궁핍했던 소련 시절의 악몽을 되살리고 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는 아직 중국과 인도 등 협력국가들로부터 서방 스타일의 상품과 부품을 수입할 수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갈수록 국제경쟁력이 형편없던 베를린 장벽 붕괴 이전의 수입대체산업 정책으로 회귀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미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방의 여객기 부품을 확보하지 못한 러시아 항공사들은 큰 위기에 봉착해 있다. 러시아 상업 여객기의 80%가 에어버스와 보잉 등 서방 항공기인 상황에서 두 회사가 러시아와 거래를 끊었기 때문이다.

50대의 에어버스 여객기를 운항하는 우랄항공사는 몇달 뒤면 일부 항공기를 부품용으로 퇴역시켜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 저가항공사인 포베다는 이미 운항 여객기를 41대에서 25대로 줄이고 나머지를 부품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에릭슨과 노키아가 러시아와 단절하면서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전세계의 중고 중계탑과 부품을 구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중국 화웨이사조차 러시아에 이동통신 장비 공급을 꺼리고 있어 전쟁전 활발하게 시험하던 러시아의 5G 이동통신은 무한정 늦춰질 전망이다. 러시아 기술부문 전문가 그리고리 바쿠노프는 "5년내 러시아는 이동통신 서비스에서 크게 뒤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자동차사 르노의 철수로 러시아는 소련시대부터 자동차를 생산하다가 20여년전 파산한 모스크비치 공장을 재가동하기 위해 준비중이다. 중국의 도움을 받아 가동하게 되면 대체생산이 시작되겠지만 러시아 길거리는 고물 자동차로 가득차게 된다.

첨단기술 제조업만이 아니라 수입품 공급도 크게 차질을 빚고 있다. 비탈리 사벨례프 러시아 교통장관은 지난주 제재가 "러시아의 유통망을 거의 파괴했다"고 시인했다.

루블화는 전쟁 초기 폭락에서 일부 회복했다. 러시아 정부 금고는 석유수입으로 가득차고 있다. 유럽국들이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 수입 제한을 본격화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또 아시아에 대한 에너지 수출도 크게 늘리고 있다.

JP모건사는 이달초 제재로 인한 미국의 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심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력 소비량 등 일부 경제지표는 오히려 경제활동이 활발해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러시아는 다르다.

러시아는 국제표준화에 한참 뒤떨어져 있다. KOF 스위스 경제연구소가 지난해 밝힌 국제화순위에서 러시아는 모리셔스, 요르단, 우크라이나보다 뒤진 51위였다. 2014년 크름반도 합병으로 경제 제재를 받으면서 러시아는 국내생산 의존도가 커졌지만 큰 효과는 보지 못했다. 성공한 부문은 식량생산이 거의 유일하다. 그러나 지난해 러시아 중앙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체의 65% 원자재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제재가 원자재 수입의 크게 가로막고 있다. 많은 것들이 제제에서 면제돼 있지만 외국회사들이 러시아와 거래를 꺼리고 있어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러시아국민들이 1980년대 희비극적이던 시대로 빠져들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스웨덴 방위연구청 선임과학자 토마스 말름로프는 "첨단 제품일수록 국내 생산에 의존해야 하지만 그들이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은 10~20년 뒤진 것"이라며 "서방과의 기술 격차가 한층 커질 것이며 극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로칩 등 개발이 어려운 첨단 기술 분야가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러시아 경제 전문가 안데르스 아슬룬트는 "자동차, 탱크, 수력발전, 인쇄까지 마이크로칩이 필요하지만 특수 화학약품 등도 러시아가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항공기 제조사들은 핵심부품을 서방에서 공급받았었다. 수호이 수퍼제트 100을 운항하는 러시아 항공사들은 프랑스산 SaM146 엔진 보수를 제대로 할 수 없게 됐다고 정부에 알렸다.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러시아 생산 항공기 대부분이 운항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으로 러시아 경제지 RBC가 보도했다.

가장 낙관전인 전망에 따르더라도 러시아가 자체적으로 항공기를 생산할 수 있기까지 최소 몇 년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분석가들도 있다.

한 미 당국자는 "상업적 면에서 단기적, 중기적으로 국내 민간 항공기 제조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까지 러시아의 민간항공사들은 외국회사에서 항공기를 임대해 사용했고 러시아는 제재 직후 이들을 모두 몰수했다. 대부분 버뮤다와 아일랜드에 등록돼 있는 이들 항공기들은 항공적합성을 검사받아야 한다. 이와 관련 유럽항공 당국자들은 러시아 항공사의 정비 능력 부족과 당국자들의 검사 전문성 부족으로 러시아 항공기가 비행에 적합하지 않게될 것으로 경고했다. 러시아 항공청 로사비아치야가 항공 정비 규칙을 완화한 것을 우려하는 러시아인들도 있다. 이에 따라 러시아 회사들이 항공기 정비를 담당하게 됐지만 기술과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항공 전문가 볼로디미르 빌로트카흐는 "러시아의 안전성 수준은 과거에도 인도네시아와 비슷했다. 지금은 러시아에서 여객기 운항은 러시안 룰렛 게임이 됐다"고 말했다.

모스크바의 경우 제재로 곧 문을 닫을 것이라던 레스토랑들이 아직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적어도 수도에서는 석유수출로 번 돈을 바탕으로 정부가 금리를 낮추고 연금과 임금을 올린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술이 크게 부족한 상태다.

러시아는 연간 700만 리터의 위스키, 럼, 진, 버번을 미국에서 수입했으나 현재 부족해진 것을 보충하기 위해 무명 브랜드를 찾기 시작했다. 모스크바의 한 칵테일바 주인은 "러시아 다른 모든 곳이 어려워져도 모스크바는 끄덕 없다. 또 사람들이 갈수록 현재 상황에 적응하고 있다. 그렇지만 나로선 미국 주류 부족이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많은 제품들의 가격이 치솟거나 저품질 제품으로 대체되고 있다. 모스크바 지역 섬유공장 소유주는 "솔직히 고급 의복을 만들려면 이탈리아 옷감을 써야 한다"면서 아직은 재고품으로 버티고 있지만 재고가 떨어지면 싼 옷을 만들어야할지 아니면 생산을 중단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러시아에선 품질을 맞출 수 없다"고 했다.

모스크바의 유통회사 소유자 나탈리아는 제재로 물가가 너무 올랐다고 했다. 유럽연합(EU)의 화물트럭이 러시아와 벨라루스에 진입하지 못하게 되면서 육로로 수송되는 제품을 국경 밖에서 하역한 뒤 다른 트럭에 다시 실어야 한다. 항공 금지로 항공수송은 아예 봉쇄됐다.

일부 러시아 제조사들은 터키와 아시아에서 원자재를 구하려 애쓰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발생한 공급망 혼란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많은 러시아 공장의 생산라인이 유럽 등 서방 기술과 원자재를 염두에 두고 건설된 것이다. 나탈리아는 "조립 라인이 프랑스 컨베이어벨트나 미국과 독일산 베어링으로 만들어졌다. 그걸 바꾸는 건 생각만큼 쉽지 않다"고 했다. 그는 가구나 관과 같이 수공업 생산품도 핵심 부품을 수입해왔으나 수입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황이 좋은 경우라도 원자재 공급이 지연되고 있다고 했다. 2주 걸리던 것이 6주까지 걸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구회사가 사용하는 산업용 송풍기 프로펠러와 고무 마감재는 러시아 국방산업과 이중용도로 수입이 아예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신발, 옷, 소세지같은 것들은 생산이 되겠지만 60년대, 70년대, 80년대로 돌아가 품질이 나빠지고 값은 비싸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옛날에 부엌 가구를 사려고 반년씩 기다리던 일이 되플이될까 걱정스럽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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