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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순태 "아내는 내가 늙어 갈수록 홍어 냄새 난다고 한다"

등록 2023.03.30 12:00:09수정 2023.03.30 12:4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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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홍어 (사진=문학들 제공) 2023.03.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홍어 (사진=문학들 제공) 2023.03.3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아내는 내가 늙어 갈수록/ 홍어 냄새가 난다고 한다/ 이 풍진 세상 너무 오래 살아/ 어느덧 발효가 시작된 걸까" (수록작 '내 몸에서 홍어 냄새가' 중)

대하소설 '타오르는강'과 '징소리'로 알려진 소설가 문순태(84)가 시집 '홍어'(문학들)로 돌아왔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집에서 보낸 3년간 홍어를 소재로 쓴 시 100편이 수록됐다.

시인에게 홍어는 "아주 오랫동안 내 마음속 깊이 숨 쉬고 있었고 어느덧 뿌리칠 수 없는 추억의 음식이자 소울 푸드"다. '시인의 말'을 통해 그는 "언제부터인가 홍어가 전라도를 비하하는 표현으로 쓰이고 있는 것에 마음이 아팠다"며 "홍어는 이제 전라도 사람들에게 단순한 기호식품이 아니라 전라도 정신을 의미하는 정체성의 가늠자가 됐다”고 전했다.

시집은 홍어를 매개로 다양한 삶의 통찰이 돋보인다. "너는 아무나 먹을 수 있는/비린내 나는 물고기가 아니다/짓밟힌 민초들의 울부짖음”('홍어, 전라도의 힘이여')이라며 홍어를 낮은 땅에 엎드려 살아온 민초에 빗대는가 하면 어둡고 밀폐된 공간에서의 홍어 숙성 과정을 짓밟힐수록 강해지는 삶의 고통으로 은유적으로 형상화하기도 한다.

어려서부터 홍어를 유별나게 좋아했다는 문 시인은 홍어삼합, 무침, 탕, 전, 튀김, 등 여러 가지 홍어 요리와 코, 애, 날개 등 부위별 맛을 시로 표현하기도 한다.

“코에서는 수천 마리 벌 떼가 날고/입안에서 요지경 속 떼춤을 춘다"('홍어 삼합')라거나 "죽는 순간부터 가장 먼저 삭고/투명한 속살 차츰 붉어지는/ 무지갯빛 거친 파도여”('홍어의 노래') 등의 표현을 통해 홍어 요리의 맛을 감각적인 언어로 그려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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