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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 필름]묘하게 빠져드네…2000억원 쓴 '원피스'

등록 2023.09.06 06: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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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日 만화 '원피스' 실사화 공개해

8월31일 공개 이후 전 세계 폭발적 반응

제작 단계서 나온 부정적 반응 불식 성공

84개 나라 1위 넷플릭스 최초 기록 세워

[클로즈업 필름]묘하게 빠져드네…2000억원 쓴 '원피스'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많은 이들이 안 될 거라고 했다. 만드는 이유를 모르겠다고도 했다. 그런데 터졌다. 비공식 집계이긴 하지만 최초 기록을 세우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 작품에 가장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곳이 한국이라는 것도 흥미롭다.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 통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FlixPatrol)에 따르면, 넷플릭스 시리즈 '원피스'는 지난달 31일 공개 이후 전 세계 시청자를 휘어잡고 있다. 지난 1일 59개 나라에서 시리즈 부문 1위에 오른 데 이어 2일과 3일엔 84개 나라에서 정상을 차지했다. 4일에도 82개 나라에서 1위를 유지했다. 84개국 1위는 넷플릭스 최초 기록이다. 앞서 '기묘한 이야기' 시즌4, '웬즈데이' 등 글로벌 슈퍼 히트작 2편이 83개국 1위를 한 적이 있다.

'원피스' 원작 만화는 일본 만화 역사상 세계에서 가장 크게 성공한 작품이다. 지난해 전 세계 누적 판매량이 5억부를 넘겼고, 올해 5억2000만부를 돌파했다. 1997년부터 일본 주간소년점프에서 현재까지 27년 간 연재해왔기 때문에 10~50대를 아우르는 폭넓은 독자층을 갖고 있기도 하다. 1999년부터 방송 중인 원피스 애니메이션 역시 만화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오타쿠의 성지로 불리는 일본 아키하바라에서 가장 물량이 많은 작품 역시 '원피스'다. 한 마디로 '원피스'는 일본 만화의 상징과도 같다.

이처럼 역사와 전통을 가진 작품이기 때문에 넷플릭스가 '원피스'를 실사화 한다고 했을 때 부정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우선 '원피스'는 단행본이 100권을 넘길 정도로 스토리가 방대하기 때문에 실사화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또 이 작품 특유의 거대한 세계관을 제대로 표현하려면 제작비가 크게 들 수밖에 없다는 점도 언급됐다. 원작 캐릭터와 배우들의 싱크로율이 높지 않다는 비판도 있었다. 넷플릭스가 '데스노트'나 '카우보이 비밥' 등 일본 만화를 실사화 했다가 어설픈 완성도로 크게 비판 받았던 점도 불안 요소였다. 그러나 넷플릭스 '원피스'는 이런 우려를 불식하고 일단 성공적인 출발을 했다. 일부 시청자들은 "시즌2가 빨리 보고 싶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원작 팬을 포함한 시청자들은 '원피스'의 퀄리티에 만족하고 있다. 만화와 애니메이션과 비교하면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공을 들여 만들었다는 게 눈에 보인다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원피스'를 만드는 데 회당 제작비 1800만 달러(약 240억원)를 쏟아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원피스' 8개 에피소드를 만드는 데 1억4400만 달러(약 1920억원)를 쓴 셈이다. 할리우드 슈퍼 블록버스터 영화를 만드는 데 2억 달러 정도를 쓰는 것과 비교해도 적지 않은 돈이다. 역대 최고 인기 드라마 중 하나로 꼽히는 '왕좌의 게임' 시즌8(2019) 회당 제작비가 약 1500만 달러였다.
[클로즈업 필름]묘하게 빠져드네…2000억원 쓴 '원피스'


'원피스'가 실사화 된다고 했을 때 가장 관심을 모은 부분은 악마의 열매를 먹어 온몸이 고무처럼 늘어나는 주인공 '몽키 D 루피'의 액션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였다. 이 대목에서도 넷플릭스 '원피스'는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 물론 만화·애니메이션과 비교하면 어설픈 구석이 없지 않지만, 그런대로 봐줄 만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원작 캐릭터와 여전히 잘 포개지지 않는 듯한 배우들의 외모는 어색한 감이 있지만, 캐릭터 복장 등 원작의 디테일을 놓치지 않고 살린 점은 이 작품을 보는 또 다른 재미라는 평도 있다. 속도감을 높인 각색 역시 원작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잘 이뤄졌다는 게 중론이기도 하다.

넷플릭스는 '원피스'의 아버지인 오다 에이치로(尾田栄一郎) 작가를 총괄 프로듀서로 앉혀 이번 작품을 철저히 그의 감독 하에 뒀다. 오다 작가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이번 실사화 작품에선 '원작자가 만족할 만하다고 동의하기 전에는 방영하지 않겠다'고 합의했다"며 "실사 드라마 대본을 읽고, 올바른 방식으로 각색되고 있는지 감시견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원피스'는 영화·드라마 평점 사이트에서도 좋은 점수를 얻고 있다. 우선 가장 점수가 박한 평론 사이트인 메타크리틱에서 67점을 기록하고 있다. 2021년에 나온 넷플릭스 '카우보이 비밥'은 47점을 받았었다. 상대적으로 대중적인 평론 사이트인 IMDB와 로튼토마토에서도 '원피스'는 각각 8.5점, 83%를 얻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원피스'가 국내에선 큰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원피스'는 한국 드라마에 밀려 넷플릭스 시리즈 부문에서 4위(9월5일 기준)에 그쳐있다. 1위는 '마스크걸', 2위는 '국민사형투표', 3위는 '힙하게'였다. 전 세계에서 '원피스'가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는 곳이 한국이다. '원피스' 원작이 국내에서 인기가 없는 건 아니다. 단행본이 1000만부 가까이 팔렸을 정도라서 국내에서도 가장 인기 많은 일본 만화가 바로 '원피스'다. 다만 최근 한국 드라마의 완성도가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국내에선 힘을 못 쓰는 것으로 추측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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