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칼린 연출 "한국 가요사 빛낸 여걸들, 다시 부활시켰죠"[문화人터뷰]
창작 뮤지컬 '시스터즈' 초연 연출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뮤지컬 '시스터즈' 연출 박칼린이 19일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09.19. [email protected]
박칼린 연출이 뮤지컬 '시스터즈'로 그때 그 시절 '언니들'을 무대로 다시 불러냈다. 지난 3일 초연의 막을 올린 '시스터즈'는 한국 걸그룹의 시작점에 주목한 작품이다. 193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원조 걸그룹'으로 꼽히는 시스터즈들을 부활시켰다.
최근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에서 만난 박 연출은 "시스터즈의 다양한 모습을 기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출발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창작뮤지컬 스터디에 국내 디바 가수를 소재로 가져온 전수양 작가에게 박 연출은 여러 시스터즈를 모아 한 무대에 세우자는 아이디어를 건넸다. 2022년 제작 확정까지 그렇게 20여년간 자료를 수집하고 사회적인 시대상을 공부하며 작품을 준비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뮤지컬 '시스터즈' 연출 박칼린이 19일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09.19. [email protected]
그중 음악적 업적이나 활동 기간, 남아있는 자료 등을 고려해 10팀으로 압축했고 최종 6팀으로 추려졌다. 그는 "선생님들을 찾아뵈며 허락을 받았다"며 "얼추 10년마다 음악이나 의상스타일, 시대 배경이 변화했다"고 전했다.
1935년 조선악극단 여성 단원으로 구성된 '저고리 시스터'의 이난영을 시작으로 1950년대 미국 진출을 이뤄낸 한류 1세대 '김시스터즈', '울릉도 트위스트'로 전국을 강타한 1960년대 슈퍼 걸그룹 '이시스터즈', 미니스커트로 대표되는 '파격의 아이콘'이자 미국과 영국을 섭렵한 윤복희의 '코리아 키튼즈', 1970년대 대중음악계를 휩쓴 쌍둥이 자매 '바니걸스', '희자매'로 데뷔해 솔로 가수로 성공한 인순이까지 이어진다.
"이난영 선생님은 음악의 시작이었고, '김시스터즈'는 해외에서 역사를 썼죠. 윤복희 선생님의 '코리아 키튼즈'는 미친(폭발적인) 에너지와 퍼포먼스가 독보적이에요. 그중 제 마음을 크게 움직였던 건 '이시스터즈'였어요. 한국을 지키며 전쟁 후 지쳤던 사람들의 마음을 음악으로 달래고 울렸죠. '바니걸스'는 흑백TV 속 너무 예뻤던 기억이 나는데 사회적으로 쌍둥이에 대한 인식을 바꿨어요. 인순이 선생님은 현재 대단한 솔로이지만 그 시작이 시스터즈였죠."
[서울=뉴시스]뮤지컬 '시스터즈' 공연 사진. (사진=신시컴퍼니 제공) 2023.09.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박 연출은 "선생님들이 연습실엔 오셨지만 완성된 공연을 본 건 처음이었다. 그만큼 너무나 긴장됐다"며 "윤복희 선생님은 주차장에 제가 내려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대단하다. 정말 재미있다'고 말해주셨다. 그런데 (코리아 키튼즈의) 치마를 더 찢었어야 한다고 하더라"라고 웃었다.
이어 "김희선 선생님은 같이 춤추고 싶다며 너무 즐거워하셨고, 고재숙 선생님은 언니(故 고정숙) 생각에 눈물을 많이 흘리셨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뮤지컬 '시스터즈' 연출 박칼린이 19일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09.19. [email protected]
박 연출은 "배우들이 좀 더 뛰어다녀야 하지만, 각각의 역할을 하면서 시스터즈를 온전히 느꼈으면 했다. 주역만 하고 날개(앙상블)를 해보지 않으면 절대 그 그룹을 형성할 수 없다. 팀워크가 중요한 만큼, 한 팀으로 뭉치고 서로 호흡이 잘 맞아야 하기에 이 시스템을 택했다"고 말했다.
그 시절 가난은 물론 여성으로서 녹록지 않은 환경이 있었지만 이를 부각하진 않았다. 그는 "폭력에 노출되거나 사기를 당하는 등 많은 고충이 있었다. 살린 것도 있고 뺀 것도 있지만, 결국 즐겁게 풀려고 했다"며 "비운의 여인보다 고통이나 어려움을 이겨내고 음악에 더 힘을 싣는 이야기로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중년층의 향수를 불러올 소재이지만, 특정 연령대를 타깃으로 하진 않았다고 했다. "처음에 (젊은 관객들은) 이 노래들을 모른다는 말을 먼저 들었어요. 하지만 저는 음악을 모른다는 걱정은 안 했죠. 작품을 제대로 만든다면 한국 음악 역사에 이런 멋진 분들이 있었고, 음악이 분명 좋다고 느낄 거라 생각했죠. 물론 창작 뮤지컬이 한 번에 성공하긴 어려워요. 삼세번까지 계속 발전시켜야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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