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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혐 살인은 테러"…캐나다 법원, '인셀' 피고인에 무기징역

등록 2023.11.29 09:43:35수정 2023.11.29 10: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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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혐오 메시지 전달하려 해…단순살인 아냐, 이념 사악"

캐나다, 알카에다 등에 테러 혐의…여혐 범죄 첫 적용 사례

[멕시코시티=AP/뉴시스]지난 2020년 3월 멕시코에서 촬영된 여성 살해 저항 시위 모습. (사진은 기사 본문과 직접적 관계 없음) 2023.11.29.

[멕시코시티=AP/뉴시스]지난 2020년 3월 멕시코에서 촬영된 여성 살해 저항 시위 모습. (사진은 기사 본문과 직접적 관계 없음) 2023.11.29.

[서울=뉴시스] 김난영 기자 = 캐나다에서 이른바 '인셀' 이념에 빠져 여성을 상대로 혐오성 살인을 저지른 피고인에게 테러 혐의가 적용돼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뉴욕타임스(NYT)는 28일(현지시간) 십 대 시절 흉기로 여성을 살해해 기소된 21세 남성에게 캐나다 온타리오 대법원이 테러 혐의를 적용, 무기징역을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이 남성은 17세였던 2020년 2월 마사지 업소에서 24세 여성 애슐리 앨저거를 잔혹하게 살해한 뒤 체포됐다. 당시 무려 42차례에 걸쳐 피해자를 흉기로 공격했는데,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고 한다.

피고인은 법정에서 유죄를 인정했고, 애초에 적용될 수 있는 형량은 최대 10년이었다. 그러나 검찰은 형량을 늘리기 위해 이 사건 담당 판사에게 테러 혐의를 적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캐나다에서는 주로 알카에다 및 그와 유사한 무장 단체에 영감을 받은 종교적 극단주의자들에게 테러 혐의가 적용된다. 그러나 판사는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인셀 이념'으로부터 동기를 얻었다고 봤다.

비자발적 독신(involuntary celibates)을 뜻하는 인셀은 주로 자신에게 성관계의 권리가 있다고 믿으며 이를 거부한다는 이유 등으로 여성을 폄하하고 비난하는 인물을 일컫는다.

판사는 "(피고인은) 사회에 '인셀은 살인과 폭력을 저지를 준비가 돼 있다'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를 원했다"라고 지적했다. 단순히 인셀에 '세뇌'됐다는 피고인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보도에 따르면 범행 당시 피고인이 사용한 흉기에는 성적 관계가 많은 여성을 뜻하는 'THOT'이라는 단어와 '살해자'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아울러 피고인은 몇 달간 혐오적 영상 등을 찾아봤다고 한다.

앞서 피고인은 재판 과정에서 "나는 여성 또는 그 누구도 혐오하지 않는다"라며 시간을 돌리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고인의 변호인은 그의 이념이 테러리즘 수준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이 사건을 담당한 수하일 아흐타르 판사는 "영상으로 남은 이 사건 살인은 그(인셀) 이념의 사악함을 보여준다"라며 피고인이 피해자를 단순히 살해한 게 아니라 "도륙(butcher)했다"라고 했다.

보도에 따르면 2014년 이후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인셀 이념과 연관된 살인 또는 상해 사건 피해자가 110명에 달한다고 한다. 캐나다 정보 당국은 성별에 기반한 범죄를 점점 더 우려하고 있다.

NYT는 "이 사건은 캐나다에서 성별에 기반한 폭력이 테러리즘으로 규정된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소 18개 국가가 이른바 '페미사이드(여성 살해)'에 형을 가중하는 조치 등을 통과시켰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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