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의무 폐지한다더니"…법안 계류에 입주자들 발동동
내달 6일 마지막 법안소위…합의 불발시 법안 통과 불가능
한 아파트 견본주택에 걸려진 '실거주 의무 폐지' 홍보 현수막(사진=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정부의 1·3 대책 발표가 없었다면 주변 신축이나 재개발 입주권을 구매했을 텐데 너무나 안타깝고 가족들의 질타를 받는 것도 괴롭습니다."(광명 소재 신축 아파트 입주 예정자 A씨)
30일 국회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전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에서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법 개정안과 1기 신도시 특별법 등이 통과됐다. 그러나 실거주 의무 폐지를 담은 주택법 개정안은 여야 간 이견을 확인하면서 또다시 계류됐다.
이에 연내 실거주 의무 폐지 법안 통과가 불투명해지면서 해당 규제가 걸려 있는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광명 소재 한 아파트단지를 선착순 분양으로 받은 A씨는 "당시 모델 하우스에는 실거주 의무가 다 풀린다고 홍보하는 현수막도 있었으며, 부동산에서도 실거주 의무가 풀리지 않을 리가 없다고 말하기에 계약을 했다"며 "일생일대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준 정부는 책임을 회피하고 있어 잠이 오지 않는 나날들이다. 정부와 국회는 분양 미계약분 소진, 부동산 PF 자금 운용 등의 정책 효과는 가져갔으면서, 실제로 이 홍보로 의사결정을 한 시민은 안중에도 없고 정쟁만 하고 있으니 너무 야속하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지난 28일 국회국민동의청원에는 '실거주의무폐지를 조속히 실행해달라'는 청원도 올라왔다. 청원인은 "실거주의무가 폐지된다는 정부의 약속을 믿고 청약을 받았는데 아직도 폐지가 안 돼 계약금은 물론 중도금까지 날리게 됐다"며 "자금 여력이 부족해 전세를 놓아야 하는 실수요자들의 억울한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3대책을 통해 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을 완화하겠다고 밝힌 뒤 4월 관련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수도권 전매제한은 공공택지·규제지역 3년, 과밀억제권역은 1년, 그 외 지역은 6개월로 완화됐고, 비수도권은 공공택지·규제지역은 1년, 광역시 도시지역은 6개월로 완화됐다. 그 외 지역은 전매제한이 폐지됐다.
그러나 전매제한과 세트로 묶이는 실거주 의무 폐지는 지난 2월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주택법 일부 개정안이 상정된 이후 1년 넘게 법안소위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현행법상 2021년 2월19일 이후 분양된 수도권 분양가상한제 아파트 일반분양 청약에 당첨된 경우 최초 입주일로부터 2~5년간 실거주를 해야 한다. 그 전에 전세를 놓아 잔금을 치르거나 집을 파는 경우 최대 징역 1년 혹은 1000만원 벌금 처분을 받게 될 수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실거주 의무를 적용받는 단지는 총 66곳, 약 4만4000가구 수준이다. 그러나 이 단지들은 실거주의무폐지 법안이 처리되지 않을 경우 분양권을 팔더라도 실거주는 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당장 ▲서울 강동구 e편한세상 강일 어반브릿지 ▲강동구 강동헤리티지 자이 ▲은평구 센트레빌아스테리움시그니처 등이 내년부터 차례로 입주를 앞두고 있으나 실거주 의무가 걸려 있어 분양권 거래는 꽉 막힌 상황이다.
또 내달부터는 1만2032가구 규모의 초대형 단지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과 ▲성북구 장위자이레디언트 등의 전매제한이 풀리지만 실거주는 그대로 해야 하는 상태가 된다.
이와 관련해 야당에서는 형평성 문제를 이유로 법안 개정에는 반대하며, 시행령 개정만으로도 예외적인 상황에는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약 당시 실거주를 할 의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떨어진 사람들과의 형평성의 문제 등을 감안했을 때, 정책을 폐지하려면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이유가 있어야 한다"며 "이번 사안은 시행령 개정만으로도 충분히 반영이 가능하다.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해 목돈이 필요한 경우도 청약 당첨 당시 자금조달획서와 현재 자금 사정에 현저한 차이가 발생한 경우 국토부에 민원을 제출하고 심사를 통해 예외를 인정해 주면 된다"고 밝혔다.
앞으로 주택법 개정안을 논의할 기회는 올해 마지막 법안소위인 다음 달 6일뿐이다. 만약 마지막 남은 한 차례 법안소위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내년 총선 정국을 고려할 때 개정안 통과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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