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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CS 쓴다면서 초록 낙인 그대로"…애플, '왕따' 전략 계속 쓰나

등록 2023.12.01 06:00:00수정 2023.12.01 06: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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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구글·유럽 압박에 내년부터 RCS 문자 규격 도입 예정

말풍선 색깔 구분은 그대로…"쟨 안드로이드 써" 차별 문제 계속

애플 안방인 미국 내에서도 애플 '디지털 엘리트주의' 지적

애플 기기 전용 메시지 기능인 '아이메시지(iMessage)'와 일반 SMS./MMS. (사진=애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애플 기기 전용 메시지 기능인 '아이메시지(iMessage)'와 일반 SMS./MMS. (사진=애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애플이 수년째 거부해오던 RCS 문자 규격을 내년부터 도입하는 가운데 아이폰과 안드로이드를 구분하는 '문자 말풍선 색깔'은 그대로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애플의 안방인 미국에서도 10대 청소년 사이에서 조롱이나 왕따의 원인이 되고 있는 안드로이드 낙인 전략을 일부러 이어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애플이 구글과 유럽 등의 압박에 기술적 장벽은 무너뜨렸지만, 정작 자국 내에서 더 커지고 있는 사회적 문제는 제대로 해결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내년 말까지 GSMA(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가 채택한 메시지 표준인 RCS에 대한 지원을 추가할 예정이다.

당초 애플은 구글과 GSMA가 함께 개발한 RCS 채택에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여왔다. 하지만 최근 구글과 유럽 주요 통신사들이 아이메시지에 EU(유럽연합)의 초강력 규제책인 디지털 시장법(DMA)을 적용해 호환성을 높여야 한다고 촉구하는 등 압박의 수위를 높이자 RCS 도입을 받아들였다.

기존에 애플은 아이폰 등 애플 기기끼리는 자체 메시지 규격인 아이메시지를 적용하고, 안드로이드 기기 등과는 2세대 규격인 SMS/MMS를 제공해왔다. 이로 인해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 사이에서 메시지 전송 오류, 사진 화질 저하 등의 문제가 나타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RCS를 도입하면 이같은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아이메시지 '파랑', 안드로이드 '초록'은 유지…"美 청소년 사이 조롱 수단 돼"

[쿠퍼티노=AP/뉴시스]미국 뉴욕에 있는 애플 매장 모습. 2022.7.7.

[쿠퍼티노=AP/뉴시스]미국 뉴욕에 있는 애플 매장 모습. 2022.7.7.

다만 일각에서는 애플이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애플은 아이메시지에 파랑 말풍선, SMS/MMS에는 초록 말풍선을 적용해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다. 이로 인해 특히 청소년들 사이에서 안드로이드폰 이용자에 대한 조롱·왕따 등이 심각해지고 있음에도 해당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이다.

나인투파이브맥에 따르면 애플은 RCS를 도입하더라도 파랑색·초록색 말풍선 형태는 변경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아이메시지를 다른 OS(운영체제)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것도 아니라 단지 SMS/MMS를 RCS로 바꾸기만 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두고 애플의 안방인 미국에서도 애플이 '디지털 엘리트주의'에 매몰돼 일부러 차별적 시스템을 유지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안드로이드 폰의 초록 말풍선은 아이폰을 가진 아이들에게 조롱·왕따를 위한 수단이 되고 있다. 사이버 폭력의 한 형태로까지 나타나는 것"이라며 "심지어 성인 간 단체 채팅에서도 초록 말풍선이 사적으로 서로를 비웃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미국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아이메시지 기능을 쓸 수 없는 안드로이드폰 사용자가 소외되는 현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왓츠앱·시그널·디스코드·인스타그램 등 기기 간 차별없는 소셜 플랫폼을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애플, 일부러 안드로이드 차별 낙인?…팀 쿡도 '디지털 엘리트주의' 드러내

[쿠퍼티노=AP/뉴시스]팀 쿡 애플 CEO. 2023.9.12.

[쿠퍼티노=AP/뉴시스]팀 쿡 애플 CEO. 2023.9.12.

이처럼 애플이 의도적인 '색깔 차별 전략'을 두고 아이폰은 고급, 안드로이드 폰은 저가라는 인식을 조장해나가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는 최근 소셜미디어(SNS)에서 등장한 밈(인터넷 유행)의 사례를 꺼내들기도 했다. 틱토커, 유튜버 등이 무작위 젊은 여성들에게 안드로이드 폰을 갖고 있는 남성에게 평점을 매겨달라고 요청하자 "1점 또는 0점이다. 초록 말풍선은 너무 저렴해보여서 싫다"는 답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가장 많이 팔리는 안드로이드폰 브랜드인 삼성전자의 예를 들며 애플이 유도하는 고정관념을 깰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폰은 아이폰과 거의 같은 800~1100달러 수준에 성능 차이도 크지 않다는 것이다.

화면 크기, 카메라, 배터리 등이 스마트폰을 선택하는 다양한 이유가 될 수 있지만 겨우 문자 말풍선 색깔을 개인의 재력이나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지표로 볼 수는 없다는 게 뉴욕타임스의 지적이다.

아이폰이 뛰어나다는 애플의 디지털 엘리트주의는 팀 쿡 애플 CEO(최고경영자)를 통해 드러나기도 했다. 쿡 CEO는 지난해 열린 컨퍼런스에서 안드로이드 폰을 사용하는 어머니에게 더 선명한 비디오를 보낼 수 있도록 메시지 앱을 개선할 것이냐는 한 아이폰 사용자의 질문에 "어머니에게 아이폰을 사드려라"고 답했다.

애플은 이번 RCS 도입을 두고 "RCS가 기존의 SMS/MMS와 비교했을 때 더 나은 상호 운영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믿는다. 이것은 애플의 아이메시지와 함께 계속해서 작동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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