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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거지 장국 재현한 '안성탕면'…MZ입맛에도 '안성맞춤' [장수브랜드 탄생비화]

등록 2024.01.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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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출시, 160억개 이상 판매

라면에 최초로 '탕' 개념 적용해

'순하군' 등 새 입맛 공략 계속

안성탕면. (사진=농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안성탕면. (사진=농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주동일 기자 = 국내 라면시장은 '매일이 춘추전국'이라 불릴 만큼 다양한 제품이 쏟아지지만 변치 않는 인기와 사랑을 이어가는 브랜드도 있다. 1983년 출시해 라면시장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은 농심 안성탕면이 대표적이다.

세대를 아우르는 차별화된 국물맛과 쫄깃한 면발을 앞세운 안성탕면은 40년 넘게 공고한 마니아층을 보유해오고 있다. 출시 후 누적 판매 수량은 2022년 말 기준 160억개를 넘어섰다.

'국물맛이 진국이네, 내입에 안성맞춤'이라는 광고문구로 유명한 안성탕면은 옛날 시골 장마당에서 맛볼 수 있는 우거지 장국의 맛을 재현해 보자는 제안으로 시작했다.

푹 고아 우려낸 깊은 진국의 맛으로 탕면 시대를 열기 위해 농심은 1982년 업계 최초로 안성에 스프전문공장을 세우고 안성탕면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농심은 1983년 9월 진공건조라는 첨단 스프제조방식을 적용한 안성탕면을 출시했다. 소뼈와 고기에서 우러난 깊은 맛에 된장과 고춧가루가 어우러져 구수하면서도 얼큰한 우거지장국의 맛을 그대로 살렸다.

안성탕면은 출시 3개월 만에 큰 인기를 끌었다. 안성탕면이 인기를 끌자 라면시장엔 '영남탕' '호남탕' '서울탕' 등 미투(모방) 제품이 줄지어 등장하는 등 당시 안성탕면의 인기를 반증하기도 했다.

한국 라면 역사 속에서 안성탕면은 너구리(1982년 출시)와 함께 '라면은 국물맛'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든 라면으로 평가 받는다.

2016년 농심은 더 쫄깃하고 차진 식감을 구현하기 위해 면에 쌀을 첨가했다. 쌀면은 끓이면 쉽게 퍼지는 성질이 있어 제품화가 어렵지만, 농심은 고유의 쌀면 제조기술로 안성탕면의 쫄깃한 면발을 만들어냈다.
안성탕면 모델 강호동. (사진=농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안성탕면 모델 강호동. (사진=농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쌀을 첨가하며 맛도 더욱 좋아졌다. 일반 가정에서 쌀뜨물로 국과 찌개를 끓이듯 면 속 쌀 성분이 국물에 배어 구수한 맛을 돋운다는 평이다. 면 두께도 기존보다 약간 굵어져 식감이 더 풍성해졌다.

안성탕면의 '안성'은 경기도 안성의 지명에서 따왔다. 지명을 상품 이름에 써 친숙함을 높이기 위해서다.

안성은 곡창지대, 우시장으로 이름이 알려져 있고 유기가 유명해 '안성맞춤'이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농심은 이처럼 인심 좋은 고장으로 알려진 안성의 지명과 국물맛을 강조해 라면 이름을 지었다.

안성탕면은 광고로도 유명세를 탔다. 푸근하고 인심 좋은 어머니 이미지를 지닌 탤런트 강부자씨를 모델로 기용했다. 강씨는 '허허허, 라면은 농심이 맛있습니다'라는 카피로 1985년부터 무려 8년 동안 광고모델로 활약했다.

농심이 라면업계에 뛰어든 1965년엔 삼양식품이 8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 1969년엔 삼양식품과 농심만 살아남아 경쟁을 벌이는 구도로 정착됐지만, 사실 농심은 명맥을 유지하는 수준이었다.

농심은 '소고기라면' '야자라면' '시락면' '카레면' '농심라면' '길면' '삼선짜장면' '된장라면' '브이라면' 등 신제품을 지속 출시하며 점유율 확대를 꾀했다. 하지만 80년대 초까지 여전히 시장점유율은 30%대에 머물렀다.

농심이 시장점유율 역전의 전기를 마련한 것은 안성스프전문공장에서 안성탕면이 탄생하면서부터다. 만년 2위 기업이었던 농심은 안성탕면 출시 이후 1년 6개월 만인 1985년 3월 마침내 점유율 40.4%를 기록하며 1위 자리에 올라서게 된다. 당시 2위 삼양식품(39.6%)이었다.

60년이 넘는 대한민국 라면 역사에서 전체 시장점유율 1등의 영광을 누려본 브랜드는 단 3개 뿐이다. 삼양라면과 안성탕면, 신라면이다.
순하군 안성탕면. (사진=농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순하군 안성탕면. (사진=농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안성탕면은 변신을 거듭하며 바뀌어가는 소비자들의 입맛도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안성탕면 출시 40주년을 기념해 출시한 '순하군 안성탕면'은 고춧가루를 사용하지 않아 스코빌지수 0으로 매운맛이 전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닭육수를 더해 감칠맛을 더욱 살렸다. 기존 안성탕면의 맛을 이루는 구수한 된장과 소고기 육수에 닭육수가 더해져 깊고 진한 국물맛이 한층 더 살아났다는 평가다.

농심 관계자는 "매운 라면부터 순한 라면까지 소비자의 수요가 더욱 세분화되고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남녀노소 누구나 깔끔하게 먹을 수 있는 신제품 '순하군 안성탕면'을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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