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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발 앞서 기술과 시장을 본 것이 성장비결"…한싹 이주도 대표의 창업조언

등록 2024.01.29 14: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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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파이오니아] 이주도 한싹 대표

통신빌링시스템→망연계솔루션→ICT융합보안 기업 변신 중

구독형 보안 서비스(SECaaS)·홈네트워크 보안 신사업 추진…"기업가치 1조원 목표"

"공공망분리제도 개선, 클라우드 망연계·제로 트러스트 보안, DaaS 시장 기회 커질 것"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한싹 이주도 대표가 24일 서울 구로구 한싹 집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01.24.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한싹 이주도 대표가 24일 서울 구로구 한싹 집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01.2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송혜리 기자 = "기업가치 1조원이 넘는  정보통신기술(ICT) 융합기업으로 키우겠습니다. 올해는 이를 위한 성장기반을 마련하는 원년이 될 것입니다."

갑진년 새해를 맞아 이주도 한싹 대표(62)가 밝힌 다부진 포부다. 지난해 견고한 실적으로 성공적인 기업공개(IPO)를 진행한 만큼 올해부터 ICT 융합보안 기업으로의 성장 채비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지난 24일 서울 구로구 사옥에서 이주도 대표를 만났다.

한싹은 망연계(망간자료전송) 솔루션 분야에 특화된 보안 기업이다. 최근에는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 보안분야로 신규 사업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 회사의 대표 제품이 '시큐어게이트'다. 망 분리로 기관 내외부 네트워크를 달리 쓰는 공공기관과 금융기관들이 주된 타깃 시장이다. 내·외부망이 분리된 시스템 환경에서 컴퓨터 간 데이터를 안전하게 주고받을 수 있도록 돕는 소프트웨어(SW)다. 외부망에서 내부망으로 데이터를 옮길 경우 외부 악성코드 등을 검출하고, 반대로 외부망으로 데이터를 보낼 경우 기관 기밀정보 등의 유출을 차단한다.

이 제품은 3세대 망 연계 모델인 '인피니밴드' 방식을 국내 최초로 적용한 게 특징이다. 2세대 망연계기술에 비해 응답 지연속도를 2~3배 줄였다. 현재 공공기관, 금융기관, 기업 분야 1154개 레퍼런스를 확보해 국내 공공 망연계솔루션 시장의 37%를 점유하고 있다.

한싹은 최근 10년 간 역성장 없이 연평균 23%대의 매출 성장을 꾸준히 일궈왔다. 2022년 연결 기준 매출액 219억원이며, 순이익은 우리사주조합에 무상출연으로 비용 인식된 16억4000만원을 포함하면 38억4000만원을 기록했다. 이 덕분에 지난해 코스닥 시장에 무난히 상장했다.

이주도 대표는 "'한싹'은 바르고 참된 씨앗이 땅 속의 영양과 기운을 받아 뿌리를 내리고 한싹이 돼 풍성한 나무로 크기 위해 나날이 성장해 간다는 뜻을 담고 있다"면서 "즉, 선도적인 보안 기술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보안 SW 리딩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한싹 이주도 대표가 24일 서울 구로구 한싹 집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1.24.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한싹 이주도 대표가 24일 서울 구로구 한싹 집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1.24. [email protected]


통신사 빌링시스템 개발사→보안 회사로 탈바꿈…회사 성장 "원동력은 선도기술력"

한싹은 보안 상장사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업력 30년이 훌쩍 넘는 중소기업이다. 이 대표가 1992년에 창업했다. 초기 사업 아이템은 통신사 빌링(과금)시스템이다. 1990년대 무선호출 서비스, 이른바 '삐삐' 시장이 전성기였다. 이 대표는 발 빠르게 고객관리·과금 시스템을 개발해 인지도를 높였다.

그는 "당시 시장 경쟁은 치열했지만, 차별화된 기술과 고객 맞춤형 서비스로 경쟁사들보다 한발 앞서 주요 별정사업자와 KT, SK텔레콤 등 유수 통신사에 과금 서비스·콜트래픽 관제 통합관리 체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한싹은 빌링 시스템 분야에서 국내 최다 실적을 확보한 기업이 됐다. 현재도 KT 구내통신(이너텔) 전국망 1800개 지점과 관공서, 기업, 학교 등 50여개 지점에서 사용하고 있을 정도다.

2000년 들어 이 대표가 점찍은 사업은 사이버 보안이다. 망 연계 솔루션을 시작으로 시스템 보안 패스워드 관리, 데이터 보안·보안 전자팩스, 통합보안관제 등 다양한 보안 SW를 개발하며 보안 기업으로 변신했다. 특히 국가·공공기관 망 분리가 의무화된 2006년 이후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금융권·국방·방산 분야에서 폭증하기 시작한 망연계솔루션 수요는 2018년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제도 확대로 통신사·제조사·병원·학교로 확대되며 큰 폭으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클라우드와 AI 분야로 신규 투자를 확대하면서 ICT 융합 보안 전문 기업으로 성장을 준비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기업가치를 1조원 규모로 높이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 대표가 내세우는 한싹의 가장 큰 경쟁력은 기술력이다. 그는 "한발 앞서 기술을 개발하고 시장을 선점한 것이 무엇보다 한싹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고 술회했다. 한싹이 최근 클라우드 및 AI 연구센터를 설립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싹은 기존 보안 솔루션을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한편, 구독형 보안 서비스(SECaaS) 형태의 신제품으로 해외 시장 진출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아울러 AI 기반의 메일보안 서비스와 재난 예측 솔루션, 홈네트워크 보안 등 신규 솔루션과 융합제품으로 사업 영역을 다각화한다는 방침이다.

한싹은 국가간 사이버 전쟁에 대비한 국방에 특화된 강력한 보안통제시스템 'CDS(Cross Domain Solution)'과 주요 정보통신기반시설 등 보안등급이 높은 영역에 적용하는 차세대 망간자료전송 제품을 올해 상반기 중 선보인다. 아울러 수많은 시스템 보안 한번에 해결하는 패스워드 관리, 접근제어 시스템, 계정관리 통합 솔루션·융합 서비스도 개발 중이다.

정부 망분리 제도 개선, "失보단 得 될 것"   

올해 보안 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공공 망분리 시장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망분리 정책을 과감히 혁신하라고 지시했고 현재 범정부 태스크포스(TF)가 공공망분리 제도 개선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에 돌입했다. 망 분리가 시작된 2006년 이후 17년 만에 제도 개편이 이뤄지는 셈이다. 중요도에 따라 보안등급을 나눠 보호할 가치가 있는 정보는 망 분리를 유지하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망 분리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정부의 새로운 개편안은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산하기관은 물론 망 분리를 적용한 민간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제도 개선 방향에 따라 보안 시장에도 후폭풍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한싹은 오히려 망분리 제도개선이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가령, 기존 물리적 망분리 방식의 한계를 극복할 기술적 방안으로는 '보안'과 '편의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논리적 망분리' 방식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방법론으로 서비스형데스크톱(DaaS)’이 주목받을 것이라는 게 한싹의 분석이다.

논리적 망분리란 가상화 영역의 망분리로, 한 대의 PC에서 업무망과 인터넷망을 분리하는 방식이다. 망을 분리해 사용하지만, 물리적인 하드웨어는 하나이기 때문에 보안은 안전하게 유지하면서 사용자의 업무 편의성은 높일 수 있다. 아울러 논리적 망분리 방식을 더욱 안전하고 편리하게 사용하기 위해 최신 기술 클라우드와 접목한 것이 바로 DaaS다.

한싹은 DaaS 사업 확대를 위해 클라우드서비스(CSP) 사업자와 시스템통합(SI) 업체, 클라우드관리서비스(MSP)사들과 업무협약을 체결한 상황이다.

이 대표는 "클라우드형 망연계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며, 향후 제로 트러스트에 대한 새로운 시장도 펼쳐지고, DaaS 사업도 적극 추진될 것이라 여러 방면에서 시장 기회 커지고 먹거리가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망분리 제도가 개선되더라도 한싹이 제공하는 망간자료전송 시스템을 이용하면 관리적 보안을 보장하고, 다른 솔루션과의 연계를 강화해 데이터 유통을 제어하며, 송수신되는 자료에 대한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기적인 안목과 지속적으로 인내하며 도전하는 자세 가져달라"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함부로 어지럽게 걷지 말라, 오늘 내가 남기는 이 발자국은 뒤에 오는 이가 이정표로 따를 것이니라."

이주도 대표의 집무실 한 켠 붙어있는 서산대사의 선시(禪詩)다. 이 대표는 늘 이 율문 앞에 선다. 자신에게 주는 교훈이자 사명과도 같다. 자신이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지도 모를 이 길을 제대로 걷고 있는지, 늘 자신에게 던지는 물음이자, 다짐이다.

지난 30여년 간 경험을 담아, 보안 스타트업 창업자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달라고 청했다.

이 대표는 "보안은 디지털화 되는 산업 환경에서 매우 중요한 기술이 될 것"이라며 "고객의 자산을 보호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신중하고 철저하게 기술을 개발해 완성도 높은 솔루션을 만드는데 집중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당장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지속적으로 인내하면서 도전하는 굳건한 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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