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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 옆 바라캇컨템포러리… '손금'에 체체파리 눈길

등록 2024.03.27 15:3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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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작가 프랏차야 핀통, 한국 첫 개인전

프랏차야 핀통, '손금', 2012 종이에 C-프린트, 액자, 21.3 x 29 cm (액자 23.2 x 31.8 x 2.7 cm *재판매 및 DB 금지

프랏차야 핀통, '손금', 2012 종이에 C-프린트, 액자, 21.3 x 29 cm (액자 23.2 x 31.8 x 2.7 c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손바닥만 한 사진을 가까이 들여다 보면 파리 두 마리가 놓여있다. 작품 제목은 '손금'이지만 파리의 무덤이기도 하다.

알고 보면 이 파리들 무서운 존재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 치명적인 수면병을 전염시킨 '체체파리'로, 손금에 있는 파리는 암컷과, 거세 된 수컷 한 쌍이다. 산 자의 손에 올려져 있지만, 저 파리들이 살아 있다면 전염병을 옮길 수 있는 끔찍한 순간이기도 하다.

태국 작가 프랏차야 핀통(50)이 잠비아에서 만난 파리는 공포의 대상이었지만, 그대로 보고 당할 수 없었다. 수면병은 치료하지 않으면 100% 사망하는 무서운 전염병이었다.

당시 아프리카에서는 수컷의 생식 능력을 없애고 파리 박멸을 위해 방사선 기술을 쓰고 있었다. 아프리카 숲에서는 관리자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가서 파리 잡는 덫을 설치하고 있었다. 매일 아침 설치하고 수거하고 질병을 연구하는 일정이 이어졌는데, 이 과정을 본 작가는 간소화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환경친화적인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방콕에 텐트를 만드는 회사를 협업, 새로운 덫, 일명 '트랩'을 개발했다.

가볍고 설치하는데도 3분 밖에 안 걸리는 제품이다. 이런 과정을 진행하며 '나쁜 파리' 이미지를 남기지 못했지만, 이후 죽은 체체 파리 한쌍을 가지고 이 손금 작품을 만들었다. '체체파리'를 유리관에 넣어 카셀도큐멘타에 출품하기도 했다.
프랏차야 핀통_'내일을 돌보는 오늘' 전시 전경. 바라캇 컨템포러리, 서울, 한국, 이미지 제공 바라캇 컨템포러리 *재판매 및 DB 금지

프랏차야 핀통_'내일을 돌보는 오늘' 전시 전경.  바라캇 컨템포러리, 서울, 한국, 이미지 제공 바라캇 컨템포러리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 삼청동 바라캇 컨템포러리에서 한국 첫 개인전을 연 핀통은 '손금'작품처럼 다양한 사회적, 경제적, 지정학적 체계 간의 건설적인 작품을 선보인다. 바라캇은 국제갤러리 옆에 있는 전시공간으로 2016년 개관했다. 세계 최고 고미술품 전문 갤러리로 알려진 바라캇 갤러리의 유일한 현대미술 분관이다.

핀통의 작품은 미니멀한 사진과 설치로 어렵게 보이지만, 공존과 협업의 가치를 확장하는 결과를 담고 있다. 예술 작품의 재화와 기록물로서의 자격에 관해 질문한다. 일방적인 흐름을 뒤흔들 수 있는 새로운 사회적 경로를 보여주며 권위적인 해석을 거부한다.

프랏차야 핀통, 〈"."〉, 2018 피그먼트 프린트, 액자, 68.3 x 45.5 cm (액자 71.6 x 48.7 x 3.4 cm. 밤하늘인 듯 했던 평면이 누군가의 손에 들려 있다. 이건 사실 복권을 꽂아 팔고 난 뒤 그것이 꽂혀 있던 흔적만 남은 골판지 판이다. 대박을 꿈꾸며 복권을 산 사람의 흔적이 구멍으로 남은 것이다. 골판지를 들고 있는 사람은 툭툭버스 운전사나 라비올리 가판대 주인과 같은 길거리 상인들이다. 골판지 판 너머로 각 상인의 가판대나 차에서 비추는 불빛이 구멍으로 이뤄진 별자리를 더욱 선명하고 아름답게 수놓는다. 주변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듯한 그 모습은 애초에 골판지에 구멍을 내게 한 덧없는 희망을 보여주는 듯 하다. 각각의 구멍은 단꿈에 젖어 복권을 산 사람 하나하나를 상징하고, 일확천금의 꿈으로 그 모두를 유혹한 경제적 추상화의 구조 그 자체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재판매 및 DB 금지

프랏차야 핀통, 〈"."〉, 2018 피그먼트 프린트, 액자, 68.3 x 45.5 cm (액자 71.6 x 48.7 x 3.4 cm.
밤하늘인 듯 했던 평면이 누군가의 손에 들려 있다. 이건 사실 복권을 꽂아 팔고 난 뒤 그것이 꽂혀 있던 흔적만 남은 골판지 판이다. 대박을 꿈꾸며 복권을 산 사람의 흔적이 구멍으로 남은 것이다. 골판지를 들고 있는 사람은 툭툭버스 운전사나 라비올리 가판대 주인과 같은 길거리 상인들이다. 골판지 판 너머로 각 상인의 가판대나  차에서 비추는 불빛이 구멍으로 이뤄진 별자리를 더욱 선명하고 아름답게 수놓는다. 주변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듯한 그 모습은 애초에 골판지에 구멍을 내게 한 덧없는 희망을 보여주는 듯 하다. 각각의 구멍은 단꿈에 젖어 복권을 산 사람 하나하나를 상징하고, 일확천금의 꿈으로 그 모두를 유혹한 경제적 추상화의 구조 그 자체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재판매 및 DB 금지



프랏차야 핀통,〈숟가락 [원반]〉, 2024 전쟁 불발탄(UXOs)을 녹여 만든 납과 주석, 21 x 19 cm 사진 제공: 바라캇 컨템포러리. *재판매 및 DB 금지

프랏차야 핀통,〈숟가락 [원반]〉, 2024 전쟁 불발탄(UXOs)을 녹여 만든 납과 주석, 21 x 19 cm 사진 제공: 바라캇 컨템포러리. *재판매 및 DB 금지



연작 프로젝트인 '숟가락 [원반]'과 '운명의 기관'은 작가가 라오스 북동부 나피아에서 불발탄을 녹여 식기와 기념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주민들과 협업했다. 이러한 작품 제작은 갤러리와 기관에서 받은 작품 제작비를 주민들에게 제공하고, 이는 함께 생산하는 물질이 서로의 영역과 가치를 확장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한다.

바라캇 컨템포러리는 "이질적인 사회경제적 가치의 연금술사로 알려진 프랏차야 핀통은 서로 괴리된 현실에서 상호적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통화를 도입하여 교환이 이뤄지도록 중개하는 역할을 한다"고 소개했다. 전시는 5월26일까지.
작가 프랏차야 핀통 *재판매 및 DB 금지

작가 프랏차야 핀통 *재판매 및 DB 금지


프랏차야 핀통(Pratchaya Phinthong)은?

태국 방콕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싱가포르 미술관(2024 예정), 아트센터 실파콘대학(2020), 방콕 아트센터(2015), 뮌헨 로트링거 13(2013), 런던 치즌헤일 갤러리(2013), 렌 라 크리에 컨템포러리아트센터(2012), 베르가모 현대미술관 GAMeC(2010), 브레티니 컨템포러리 아트센터(2010) 등에서 주최한 개인전에 참여했다. 작품은 홍콩 M+ 뮤지엄, 카디스트(KADIST) 아트 파운데이션, 싱가포르 미술관, 베르가모 현대미술관(GAMeC),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 MOMA) 등 유수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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