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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얼어붙은 드라마시장…좁은 편성문 뚫어라

등록 2024.04.14 08:23:12수정 2024.04.15 16:4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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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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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국내 드라마 시장 불황이 계속 되면서 편성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방송사들은 일제히 라인업을 줄였고, 편성을 논의하다가 불발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제작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았지만, 광고 매출 등이 줄면서 적자 폭이 점점 커져 신중할 수밖에 없다. 톱스타가 주연을 맡거나, 먼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공개 확정을 짓지 않는 한 편성을 받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몇 년째 편성을 받지 못해 묵히고 있는 드라마도 수두룩한데, 제작사들은 좁은 문을 뚫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전날 막을 내린 MBC TV 금토극 '원더풀 월드'도 편성이 쉽지만은 않았다. 김남주(52)의 '미스티'(2018) 이후 6년 만 안방극장 복귀작이다. OTT에선 여배우 주연 작품 선호도가 낮을 뿐 아니라 올드한 연출 등도 약점으로 꼽혔다. 그룹 '아스트로' 차은우(27)가 함께 주연을 맡으면서 디즈니플러스에서 선보일 수 있게 됐고, 탄력을 받아 MBC 편성이 났다. 차은우는 팬덤이 탄탄해 '해외에서 극본도 보지 않고 사간다'고 할 정도다. 6월 방송 예정인 김희선(46) 주연 '우리, 집' 역시 5회 가량 촬영 후 제작이 중단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는데, MBC에서 처음부터 재촬영하는 조건으로 편성했다는 후문이다.

변요한(37) 주연 '블랙아웃'은 2022년 6월 촬영을 마쳤으나, 2년 가까이 편성을 받지 못했다. 올해 초 MBC에서 방송할 예정이었지만, 상반기 라인업에 포함되지 않았다. 7~8월께 편성한다는 얘기도 들려왔으나, 확정되지 않았다. '화차'(2012) 변영주(57) 감독의 첫 드라마 연출작이며, 넬레 노이하우스 소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 원작이다. 10년 전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담았다. 최근 '제7회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 비경쟁부문에 초청, 랑데뷰 섹션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한 만큼 해외로 판로를 뚫을 가능성도 있다.

김소현(24) 주연 '우연일까?' 역시 편성에 애를 먹고 있다. '또 오해영'(2016) '연모'(2021) 송현욱 PD와 만남으로 관심을 모은 작품이다. 지난해 초 촬영을 마쳤으나 편성이 나지 않았고, 결국 김소현은 그해 7월 tvN '소용없어 거짓말'로 먼저 인사했다. 동명 웹툰이 원작이며, 10년 전 첫사랑을 우연히 다시 만나면서 랑·꿈을 찾아 나아가는 청춘들의 이야기다. 최근 남주인공인 채종협(30)이 TBS '아이 러브 유'(Eye Love You)로 일본 내 한류 열풍을 재점화, 우연일까 편성에 힘이 붙을지 기대해볼 만하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편성 내달라'는 작품이 쌓여있다. 이미 다 만들어서 USB에 담아 찾아오기도 한다"면서 "제작비가 한두 푼도 아니고, 수백억원대 아니냐. 한 작품만 실패 해도 타격이 크니 편성을 내기 쉽지 않다. 톱스타가 주연을 맡거나, OTT 공개 확정을 받지 않는 한 어렵다"고 귀띔했다.
[초점]얼어붙은 드라마시장…좁은 편성문 뚫어라


KT 계열 지니TV·ENA도 편성 폭을 대폭 줄였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2022)로 신드롬을 일으켰지만, 이후 대박 작품을 내기는커녕 시청률 0~2%대 드라마가 쏟아지면서 위기를 맞았다. 올해 라인업 발표를 하지 않았으며, 지니TV 오리지널이자 ENA 월화극만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첫 선을 보인 주원(36) 주연 '야한 사진관'은 반응이 나쁘지 않았지만, 시청률 1~2%대에 그쳤다. 애초 지니TV 오리지널과 ENA 월화·수목극 등을 혼용 편성했으나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다. 넷플릭스 동시 공개를 하지 않으면 시청자 유입이 쉽지 않은 등 채널 한계도 여전하다. 결국 적자 폭이 커지면서 드라마 편성을 고심하고, 다시 예능 강화에 나선 모양새다. ENA 관계자는 "월화·수목극 중 하나라도 유지하려고 하고 있는데,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했다.

KBS 역시 2TV 주말극 편성 경쟁이 치열하다. 미니시리즈는 월화극만 유지하고 있지만 성적이 처참, 주말극 편성에 더욱 몰리고 있다. KBS 주말극은 전성기 시절 시청률 30~40%를 넘었지만, 시대를 역행하는 소재와 고리타분한 전개 등을 답습해 10%대까지 떨어졌다. KBS는 김사경(60) 등 스타작가를 배치, 주말극 인기 부활에 사활을 걸고 있다. 김 작가 전작인 '신사와 아가씨'(2021~2022)가 시청률 40%에 육박하며 인기몰이, KBS 내부에선 미녀와 순정남 역시 30%를 넘을 것이라는 기대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1~6회 14~17%대로 부진, 뒷심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후속작은 '다리미 패밀리'를 편성했으며, '질투의 화신'(2016) 서숙향 작가가 쓴다. 서 작가가 주말극 집필 경험이 없어 일각에선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데, KBS 주말극 틀을 깨고 세련된 작품을 선보일 수 있을지 관심사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예전보다 KBS 주말극 편성이 어려워졌다. KBS 재정 상태가 좋지 않지만, 돈을 많이 쓰더라도 스타 작가를 기용해 '주말극을 살리자'는 분위기"라며 "KBS 주말극 시청률이 많이 하락했지만, 프라임 시간대로 어느 정도 시청층과 광고 효과가 보장 돼 놓칠 수 없는 편성 라인"이라고 짚었다.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어찌 보면 시청률 1~2%대 케이블 드라마보다, KBS 주말극 주연을 맡는 게 나을 수도 있다"며 "전성기 시절로만 돌아간다면 이전처럼 새로운 스타가 나오는 등용문이 될 것"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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