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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내 흑역사 쓱싹했어요"…정부 '지우개' 서비스 후기들

등록 2024.05.23 06:01:00수정 2024.05.23 08: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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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작성된 개인정보 게시글 삭제 서비스 '지우개' 시행 1년

1만6000여건 처리 지원…계정 분실·사이트 탈퇴로 인한 지원 요청 많아

'개인정보가 노출되고 있다는 불안감을 해소했다' 등 후기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송혜리 기자 = #A씨는 고등학생 시절 여자 친구와의 추억을 기록하기 위해 커플 사진을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에 게시하는 커플 계정을 운영했다.

최근 여자 친구와 헤어진 A씨는 커플 계정에 올렸던 게시물을 삭제하려 하다 깜짝 놀랐다. 비밀번호를 잊어버린 탓에 비밀번호 찾기를 시도했으나 2차 인증 정보인 휴대폰 번호가 바뀌어서 비밀번호를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자신은 물론 전 여자 친구의 사진과 신상이 모두 나와 있는 게시물을 삭제할 수 없다고 생각하자 너무 불안했고, 당장 게시물을 삭제해 달라는 전 여자 친구의 성화까지 더해져 괴로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게시물을 삭제할 수 있는 방법을 찾던 A씨는 '지우개 서비스'를 알게 됐고, 계정에 다시 접속하지 않고도 자기 게시물임을 입증함으로써 개인정보가 노출된 게시물을 삭제할 수 있었다.

정부 '지우개'서비스가 시행 1년을 맞았다. 지난해 4월부터 지난달 30일까지 신청접수건은 1만7148건에 달했고, 이 가운데 1만6518건이 처리 완료됐다.

지우개는 '지켜야할 우리들의 개인정보'의 줄임말이다. 이 서비스는 아동·청소년 시기에 작성한 게시물 중 개인정보가 포함돼있는 건을 삭제토록 지원하거나, 다른 사람이 검색하지 못하도록 블라인드 처리해 개인정보를 지켜준다.

지우개 서비스를 이용한 이용자들은 '계정에 다시 접속하지 않고도 게시물을 삭제할 수 있었다' '웹사이트 정책 상 삭제할 수 없었던 게시물을 지울 수 있었다' '부끄러운 과거의 모습을 지울 수 있었다' 등으로 후기를 남겼다.

작년 4월부터 시행된 지우개 서비스…1년간 1만6000여건 처리

23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지우개 서비스 운영 결과 ▲계정 분실 ▲사이트 탈퇴 ▲이용 정책상 삭제 불가 ▲계정 해킹 등에 따른 게시물 삭제 요청이 많았다.

일례로 B양은 중학교 시절 뷰티 인플루언서를 꿈꾸며 자신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에 화장품 소개 영상을 게시했다. 수험생이 되면서 바쁜 학업 속에서 이 영상을 잊고 있던 B양은 어느 날 친구의 알고리즘에 B양의 영상이 올라왔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오랜만에 영상을 찾아본 B양은 지금과는 다른 자신의 어린 시절 모습에 당황했다. 더욱이 영상에는 집안 내·외부 모습까지 자세히 담겨 있어 삭제가 꼭 필요했다. 그러나 오랜만에 접속한 계정은 누군가에게 이미 해킹 당한 상태로 비밀번호는 물론 2차 인증 정보마저 바뀌어 있었다.

영상을 삭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망연자실하던 B양은 친구의 추천으로 '지우개 서비스를 알게 됐고 개인정보가 노출된 영상을 삭제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사례로 C씨는 특정 카페에 자료 공유를 요청하는 게시물을 작성했고, 게시물에는 자료 수신을 위한 C씨의 휴대폰 번호가 포함돼 있었다.

C씨는 자료를 공유 받은 후 카페를 탈퇴했다. 그런데 최근 자신에게도 자료를 공유해달라는 문자를 지속적으로 받게 됐고, 탈퇴한 카페에 게시물이 삭제되지 않고 남아 있음을 알게 됐다. 개인정보가 노출되고 있다는 불안감에 게시물 삭제를 시도했지만, 이미 탈퇴한 터라 삭제 권한이 없었다.

삭제할 수 있는 방법을 찾던 C씨는 '지우개 서비스'를 알게 됐고 간단한 입증만으로 게시물을 삭제하고 개인정보가 노출되고 있다는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었다.

서비스 관련 주요 Q&A 만들어 개인정보위 SNS 통해 안내

지우개 서비스는 현재 30세 미만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개인정보위는 더 많은 사람들이 지우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올해 초 신청인 연령기준을 24세 이하에서 30세 미만으로 확대한 바 있다.

이를 통해 30세 미만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지만, 미성년 시기(19세 미만)에 작성한 이름, 생년월일 등 개인정보가 포함된 게시물인 경우에만 삭제를 위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개인정보가 포함돼 있지 않거나 19세 이상 시기에 작성한 게시물인 경우에는 스스로 삭제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해 준다.

요청 신청이 완료되면 지우개 서비스 담당자는 신청내용을 확인한 후, 해당 게시물의 게시판 관리자 등에게 삭제(또는 검색이 되지 않게 조치)를 요청한다. 이 과정에서 지우개 서비스 담당자와 게시판 관리자는 지우개 서비스를 신청한 사람(신청자)에게 입증자료를 보완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처리가 완료되면 신청자에게 결과를 알려준다.

개인정보위는 더욱 많은 이용자에게 알릴 수 있도록 서비스 관련 주요 Q&A를 만들어 개인정보위 SNS를 통해서도 안내하고 있다. 아울러 오는 25일까지 열리는 '2024 대한민국 청소년 박람회'에 지우개 사업 부스를 운영해, 박람회에 참여한 많은 청소년들이 지우개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현장에서는 체험이벤트 외에도 SNS 인증 및 공유 이벤트도 동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이정렬 개인정보위 사무처장은 "지우개 서비스는 온라인 게시물 삭제 지원을 통한 실질적인 도움뿐 아니라, 아동·청소년 시기부터 개인정보를 스스로 보호하는 인식 조성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위원회는 우리 사회의 미래인 아동·청소년의 개인정보 보호 강화를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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