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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지의 윤심덕, 비극 대신 예술가를 비추다…연극 '사의 찬미' [객석에서]

등록 2026.02.07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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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서울=뉴시스]최희정 기자= 지난 5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연극 '사의 찬미'가 끝난 뒤 커튼콜에서 윤심덕 역을 맡은 배우 서예지와 김우진 역을 맡은 배우 곽시양이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dazzling@newsis.com 2026.02.06.

[서울=뉴시스]최희정 기자= 지난 5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연극 '사의 찬미'가 끝난 뒤 커튼콜에서 윤심덕 역을 맡은 배우 서예지와 김우진 역을 맡은 배우 곽시양이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2026.02.06.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1926년 8월 4일 새벽 4시. 관부연락선 도쿠주마루호에서 극작가 김우진과 조선 최초의 소프라노 윤심덕이 실종됐다. 당시김우진은 유부남이었고 윤심덕은 미혼이었기에 세상은 '이뤄질수 없는 사랑을 비관한 동반 자살'로 추정했다.

그로부터 정확히 100년이 흐른 2026년, 이들의 삶을 재구성한 연극 '사의 찬미'가 다시 무대에 올랐다.

사건 발생 100년에 맞춰 세종문화회관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개막한 이번 공연은 두 사람의 비극적 로맨스를 부각하는 대신, 시대적 억압 속에서 예술가로서 정체성을 찾고자 했던 인물들의 내면 묘사에 비중을 뒀다.

◇서예지가 그려낸 윤심덕…김우진과 동등한 예술적 동반자

이번 시즌 윤신덕 역을 맡은 배우 서예지는 특유의 저음 발성으로 캐릭터를 구축했다. 그가 연기하는 윤심덕은 가련한 여주인공이 아니라,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자 대중의 시선에 노출된 직업 예술가로서의 면모가 강조된다.

극 중 김우진(박은석·곽시양 분)과의 관계 역시 감상적인 연인 관계를 넘어 예술적 동료로서의 모습을 보여준다.

"나만 희생한다고 생각하지 마"라고 일갈하는 심덕의 대사는, 그를 수동적인 존재가 아닌 자신의 현실을 명확히 인지하는 인물로 그려내려는 연출적 의도를 드러낸다. 서예지는 연극 무대에 처음 선 배우답게, 감정을 밀어붙이기보다 절제된 표현으로 인물을 구축한다.
[서울=뉴시스]연극 '사의 찬미' 포스터. (사진=쇼앤텔컴퍼니 제공)

[서울=뉴시스]연극 '사의 찬미' 포스터. (사진=쇼앤텔컴퍼니 제공)


◇나혜석의 등판…여성 예술가들의 주체성 찾기

이번 각색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조선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김려은·진소연 분)의 배치다. 파리에서 조우한 윤심덕과 나혜석이 서로의 처지를 공감하는 장면은 당시 '신여성'으로 불리며 사회적 낙인을 견뎌야 했던 여성들의 고립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나혜석이 심덕의 초상을 그리며 인간적인 진면목을 발견하는 과정은 극의 주제를 확장하는 시도다.

혜석이 "인물화는 그 사람 겉모습을 그리는 게 아니라 그 사람 영혼을 그리는 거라고 생각해요"라며 심덕의 초상을 그려주는 장면은 세상이 덧씌운 '스캔들 주인공'이 아닌 '인간 윤심덕'을 있는 그대로 보는 순간이다.
 [서울=뉴시스]연극 '사의 찬미'에서 배우들이 열연하는 모습. (사진=쇼앤텔컴퍼니 제공)

[서울=뉴시스]연극 '사의 찬미'에서 배우들이 열연하는 모습. (사진=쇼앤텔컴퍼니 제공)



◇도쿠주마루호가 무대로…현장감 살린 영상미

이번 시즌은 각색 뿐 아니라 영상 기술도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의 무대는 1926년 관부연락선 도쿠주마루호의 좁은 갑판부터 도쿄 와세다 대학의 공연 연습실, 파리의 센느강과 화실, 서울 정릉의 신혼집까지 넘나든다. 이 시공간의 도약을 가능케 한 것은 적극적인 영상 활용과 오브제의 배치다.

무대 위 화면은 단순한 배경막이 아니라 인물의 내면을 투영하는 또 하나의 배우처럼 기능한다. 제작사는 개막 전부터 영상을 활용한 '영화적 장면 전환'을 예고했는데, 실제 연극을 보는 내내 영화 한 편을 보는 듯 했다.
 [서울=뉴시스]연극 '사의 찬미'에서 배우들이 열연하는 모습. (사진=쇼앤텔컴퍼니 제공)

[서울=뉴시스]연극 '사의 찬미'에서 배우들이 열연하는 모습. (사진=쇼앤텔컴퍼니 제공)


연극은 윤심덕과 김우진이 비극을 선택했는지, 해방을 택했는지에 대해선 '미완의 선택'으로 남겨둔다. 1926년의 사건이 2026년에도 여전히 소비되는 이유는 그들이 꿈꿨던 '나다운 삶'에 대한 질문이 지금의 우리에게도 유효하기 때문일 것이다.

연극 '사의 찬미'는 극단 실험극장이 1990년 초연한 작품으로, 지난해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할 당시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작품성과 흥행성을 입증한 바 있다. 이번 두 번째 시즌은 오는 3월 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펼쳐진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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